‘보릿고개’란 말을 종종 어려운 시기에 직면했을 때 비유를 들어 사용하는 표현 중에 하나지만 본래의 그 뜻은 이미 옛말이 된지 오래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인구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식량증산 정책으로 짧은 시간에 빈곤에서 풍요로운 농산물을 생산하게 됐다. 하지만 양적인 증산에 치중하면서 그동안 편리함과 즉시 나타나는 효과로 인해 화학비료나 농약 등을 무심코 사용한 것은 사실이다. 단기적으로 수확량을 늘리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생산되는 농산물의 품질저하는 물론 장기적으로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켜 생태계마저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욱이 산업화에 이르러 각종 오염들이 증가하면서 우리가 먹는 식품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많은 곳에서 유기농에 대한 작물재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유기농은 기존의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인 자제만을 사용하는 농법이기 때문에 일손이 많이 가고 세심한 관찰과 주의를 요한다. 때문에 일반 농작물 보다 가격은 좀 더 비싸지만 그만큼 맛과 영향이 뛰어나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유기농 역사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유기농의 이해가 부족하거나 유기농법에 대한 확실한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때문에 유기농이 온전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유기농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돕는 다양한 행사와 홍보를 진행하고 유기농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철저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물론 현재 유기농을 위해서 국가기관과 여러 단체들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지금보다는 점 더 적극적인 지원과 활동으로 유기농이 널리 보급되길 기대한다.
양뿐만 아니라 그 종류도 다양해져 예전엔 말로만 들을 수 있던 과일·야채들도 집근처 시장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이다. 기술과 교통의 발달은 격지간의 거리를 좁혀 국경마저 초월한 무한 경쟁체제로 돌입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분야는 자연 쇠퇴 할 수밖에 없는 형국으로 나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쌀협상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금까지의 수입쌀은 가공용으로만 사용됐지만 내년부터는 시장에서 우리 쌀과 수입쌀이 나란히 진열돼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당장은 수입돼는 쌀의 양이 국내 쌀 소비량에 비해 적은양이지만 앞으로 수입량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 이르러 식생활도 변하면서 국내 쌀 소비량은 계속해서 감소해 그렇지 않아도 시름에 잠겨있는 농가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끝까지 우리 쌀만을 사먹을 것인가. 이젠 애국심이나 동정심에 호소하는 시대는 지났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 농가도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작물의 유기농 재배로 지난 농가부채를 모두 탕감함은 물론 고소득을 올리는 ‘전화위복’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 너무 앞선 기대일까.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우리 자신의 건강과 생태계 보호는 물론 앞으로 이 땅에서 대대로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유기농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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