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의 풍자적 인물 ‘봉이 김선달’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가 비록 재산은 모으지 못했고 어려운 서민을 위해 양반들에게서 뺏은 돈을 서민에게 나눠준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나 거짓으로 대동강 물이 자기물이라고 거짓말을 한것에 대해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난 15일 근 200년 만에 제2의 봉이 김선달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에게는 한국인의 자긍심을, 과학계에는 자부심을, 난치병환자에게는 희망을 줬던 그 위대한 황우석 박사의 논란이 아직 종착점에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몸통이 드러난 듯하다.

생각해 보면 원통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는 당대 최고의 과학자이자 배아줄기세포의 권위자이다. 그런 그가 만든 환자맞춤형줄기세포가 원래 없었다니…. 상상하기도 싫은 현실임에 틀림없다.

특히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위장해 논문에 올린 것은 연구에 대한 신조와 투명성을 갖춰야 하는 과학자로서 더욱더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국민들은 개탄하고 있다. 그의 과학적 실력이 아닌, 그의 화려한 언변과 수려한 외모가 아닌, 그의 도덕적·인격적인 면에 실망하고 있다는 말이다. 한 과학자의 말대로 2005년 12월 15일은 국치일이 될지도 모른다. 내년 12월 15일부터는 전 세계인에게 한국 정부가 사과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줄기세포의 진위가 논쟁에 휩싸여 있을 때 1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난자 기증을 약속했다. 그의 복귀를 기다리며 진달래꽃으로 길을 수놓았다. 황 박사는 알고 있는가. 난치병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얼마나 당신의 이름을 불렀는지를….

일본에서는 지도자·지식계층에 큰 스캔들이 일어나거나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을 때 또는 대외적으로 권위가 실추됐을 때 언론들은 할복하라고 외친다. 물론 진짜 죽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고 그만큼 잘못을 했기 때문에 야단치는 차원일 것이다.

국민들과 누리꾼들은 아직도 황 박사를 믿는다. 그는 진위를 얘기해야 한다. 영원히 사기꾼으로 남느냐, 아니면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진실을 말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은 용서를 하든지 할복을 요구할 것이다.

이제는 황 박사가 말해야 한다. 기자회견보단 당당하게 직접 무엇이 진실인지를 과학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국민·국익을 위해 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과학자로서 자신이 이뤘다주장하는 환자맞춤형줄기세포를 직접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또한 서울대 조사위원회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줄기세포가 진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논문의 진실성에 대해 10명의 조사위원이 선정된 만큼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지금은 누구도 비난하고 비난받을 시점이 아니다. 지금은 국민·정치·언론·과학계 등 모두가 투명하고 엄정한 결과가 나왔을 때 쓰러진 한국 과학계와 실추된 국가 이미지를 다시 건설하는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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