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개발이 먼저인가 보전이 먼저인가’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을 것이다. 개발보다는 보전,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 사람과 자연, 동·식물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환경운동연합. 아마도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푸른 녹지대는 반쯤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갯벌과 철새보전, 대안에너지, 녹지보전, 강 살리기, 반핵평화, 야생 동·식물 보호, 생명안전 등 이들이 벌이는 역동적인 운동이 아마도 지금의 대한민국을 좀 더 살기 좋은 사람의 도시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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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환경인 ‘김영란’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은 반포 3단지 재개발 지역 석면 문제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어 보인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 속에서도 김영란 사무국장은 따뜻하게 취재진을 맞이했다.

“환경운동연합(환경연합)의 역사는 1982년 한국 최초의 환경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공해문제연구소는 1988년에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 ‘공해추방운동청년협의회’와 함께 ‘공해추방운동연합(공추련)’으로 새롭게 태어났죠”라고 환경운동연합을 소개한 그의 첫마디에서 환경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직장인 시절이던 89년에 우연한 기회로 자원봉사를 하게 됐죠. 환경과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때쯤인 것 같아요”라며 말을 꺼낸 그는 “17년간 환경운동연합에 몸담고 있으면서 보람된 일, 아쉬운 일들이 스쳐가곤 합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보람찼던 일은 아마도 동강댐 건설이 전면 백지화됐을 때였던 것 같아요. 댐을 짓게 되면 하천 상류의 경우 수량은 많아지지만 물이 흐르지 않게 돼 부영양화 현상으로 수질이 쉽게 오염되고 생태계도 파괴되죠. 깊은 물을 좋아하는 생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생물이 있으니까 완전히 무너지겠죠”라며 2000년 6월 5일 김대중 대통령이 동강댐 건설계획 백지화를 발표했던 그날을 회상하는 듯했다. “동강댐이 건설됐다면 아마도 상류에는 물과 공기가 닿는 접촉 면적이 넓어져서 수증기가 많이 발생해 안개가 많이 끼게 됐겠죠. 만약 그랬다면 일조시수가 적어져서 농작물이 냉해를 입기도 했을 테고요”라고 덧붙였다.

정부정책은 막무가내?

“정부는 모든 것을 무조건 크게만 지으려고 해요. 소각장 같은 경우는 가동률이 30%밖에 안 되면서 행정상 예산이 편성된 대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죠”라며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이미 10년 전에 만들어진 정책을 지금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려는 경향이 문제입니다. 재건축 문제에서도 시공사가 석면을 신고하지 않는다거나 불법으로 석면을 해체해도 벌금이 5000만원뿐이죠. 하지만 제대로 해체하면 10억원이 든다고 하니 20배가 넘죠. 솔직히 누가 신고하고 그 많은 돈을 들여가며 안전하게 석면 해체를 하겠습니까”라며 “노동부는 노동자들의 건강에만 신경을 쓰고 재건축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에는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데 소홀한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석면에 대한 행정적인 면을 꼬집었다.

어린이들이 살기 좋은 강남·서초

“현재 강남의 탄천이나 서초의 양재천은 시설물 위주의 접근을 하려는 경향이 계속적으로 보입니다. 그런 시설물 위주의 접근보다는 사람 위주, 더 나아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동·식물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강남과 서초의 어린이들은 바쁩니다. 부모들의 학업 열정이 대단해 다른 동네의 또래들보다 뛰어노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학업과 과제에 쫓기는 어린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련해지기도 하죠”라며 걱정했다.

“앞으로 5일제 수업이 늘어나고 특별활동시간도 생겨서 강남·서초 어린이들이 환경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물론 지식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는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야 학교·집·학원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일깨워 줄 수 있죠”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김 사무국장은 “환경인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 같이 조금씩만 서로를 생각한다면, 또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조금씩 노력한다면 사회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라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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