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유기농업은 화학비료나 농약·제초제·가축사료첨가제 등의 합성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광석이나 미생물 등의 유기물을 사용한 농업이기 때문에 특별한 재배기술은 물론이고 세심한 관찰과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손도 많이 간다.
산업화가 급진적으로 진행되는 것과 비례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우리 먹을거리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우리의 농업은 WTO·FTA·DDA 등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에서 유기농업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농촌만의 생존을 위해 유기농업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에게 유기농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사)유기농업협회 정진영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유기농인가
농촌의 길을 지나다 보면 논과 밭에서 농약을 치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전원생활의 일부인 것처럼 아무 문제의식 없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돼 왔다.
정 회장은 “우리 땅에는 45년간에 걸쳐 많은 양의 화학물질이 뿌려졌는데 비료의 경우 1ha당 420㎏의 화학비료가 뿌려진 기록이 있다. 농약도 1ha에 13.6㎏이나 살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고 현재의 실정을 지적했다. 화학물질의 사용으로 토양이 오염돼 작물에 힘이 없어 병·충해에 쉽게 노출되고, 또 이를 막는다고 농약을 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많은 양의 화학물질을 뿌리다보니 우리 자연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예전에 자주 볼 수 있었던 나비·벌 등 곤충의 수가 크게 줄었고 이들을 먹고 사는 제비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 원인은 바로 화학물질에 의한 환경호르몬이 제비의 몸속으로 유입돼 번식에 장애를 일으켰기 때문이며 이는 인간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정회장은 생태계 보호가 우리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유입되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부작용은 정자의 수를 감소시켜 생식능력을 저해한다는 것. 정 회장은 현재 불임부부가 64만 쌍에 이르고, 임신을 한 후에도 유산하거나 미숙아를 출산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환경호르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우리 주위의 생물 중에 1.4종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불임과 유산·미숙아 출산으로 한 쌍당 2명의 자녀를 낳는다고 가정하면 128만의 인구가 생겨날 기회를 잃고 있는 것입니다. 지방 한 군의 인구가 3만 명 정도라면 43개 군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죠”

정 회장은 또 현재까지 알려진 68종의 환경호르몬 중에 43종이 농약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생태계 보호는 물론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도 유기농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값싼 수입농산물에 대한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한 유기농산물이 유일한 대응책 이라고 유기농업의 의미를 전했다.

유기농업의 현황과 전망
1991년 이래로 정부가 친환경 유기농업의 확대·보급을 위한 투자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의 유기농 생산물은 전체 농산물 대비 3%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의 기후 여건상 농약을 치지 않고 농작물을 재배하기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5000농가가 유기농산물 품질인증을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유기농업이 성장할 날도 멀지만은 않다”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그 이유로 국제적인 무역자유화의 흐름 속에 우리 농업이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유기농업인데, 최근의 웰빙바람에 힘입어 유기농산물에 대한 선호도와 이해가 높아지면서 소비량이 증가해 유기농산물 생산 농가와 가공업이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런 추세에 따라 친환경농업 육성법의 적극적인 추진과 유기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계도사업에 더 많은 관심과 예산의 지원이 필요할 때라고 정부적 차원의 역할도 중요함을 언급했다.

유기농업을 위한 노력과 방향
“우리 유기농업협회는 지금까지 기술과 자재의 교육과 더불어 농민들에 대한 생산 지도를 해왔습니다. 앞으로는 생산자에 대한 지도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에 대한 유기농산물의 필요성과 우수성을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유기농업의 발전을 위해 국가나 협회 등의 노력을 통한 법적 정비나 제도적 장치 또는 유기농산물의 생산 기술과 관리 등의 노력이 끊임없이 경주돼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소비자의 의식이다. 소비자들이 유기농산물의 바르게 이해하고 굳은 신뢰를 얻는 것이 유기농업이 확대·보급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소비자가 유기농산물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유기농산물의 인증사업을 직접 펼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인증업무와 그에 따른 지도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유기농 사업의 발전을 위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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