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마을 크리스털워터스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

[#사진1] 종일 유칼립투스잎을 먹고 잠만 자는 귀여운 코알라와 넓은 풀밭을 통통 뛰어다니는 캥거루, ‘세계의 배꼽’이라 불리는 블루마운틴, 밤이면 더욱더 신비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세계 3대 미항의 나라 호주….
세계에서 6번째로 넓은 국토면적, 그에 비해 남한 인구의 50%도 안 되는 인구가 사는 나라, 그래서 하늘에서 볼 때는 초록색 도화지 위에 까만 점(집이나 건물)이 드문드문 박혀 있을 정도로 초록에 푹 파묻힌 나라다.

자연의 풍성함을 주는 호주에도 몇 년간 도심 인구 증가로 인한 난개발로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그 속에서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생태마을 크리스털워터스, 친환경리조트, 환경교육센터 등 도심 속에서 자연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호주인들의 모습을 담아보려 한다.

생태마을의 원전 크리스털워터스
한국에서 호주 크리스털워터스를 가기에는 녹록지 않은 일정이다. 인천공항에서 시드니로, 시드니에서 국내선 퀸스랜드 브리스번으로, 브리스번에서 2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마을 크리스털워터스에 도착한다.

버스 타고 크리스털워터스로 가는 길
서울이 몹시도 추웠던 어느 날, 호주는 영상 35도를 훌쩍 넘었다. 후끈 달아오르는 공기지만 습기도 없고, 바람도 제법 선선하게 불어 더움보다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3] 버스를 타고 가면서 주위 경관을 둘러봤다. 우리나라처럼 여기 저기 건물이 솟아 삐죽삐죽한 스카이라인을 볼 수 없었다. 완만한 구릉의 스카이라인만 보일 뿐이다.
도로 중앙분리대 폭도 매우 넓으며, 그 속에 커다란 나무와 초본을 식재했다. 그래서 도로를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숲속을 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주위의 나무와 중앙분리대에 식재된 식물들이 도로의 매연과 분진을 흡착해준다. 그리고 중앙분리대에 구비를 둬 비가 내릴 때 자연스럽게 토양으로 흡수되게 설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착! 생태마을 크리스털워터스
크리스털워터스는 생태공동체 마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직접 마을 내에서 수확해서 가공한 유기농 먹을거리, 목장 울타리 목재를 재활용한 건물, 각자 개성 있는 유리창이라 신기했는데 이 역시 다른 곳에서 하나씩 모은 것들이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예쁜 왈라비 가족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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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인정하는 크리스털워터스
[#사진4]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공원이나 교육센터나 공원을 설계할 때 방문자센터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번듯하게 지어놓아도 이용객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방문자센터에 가서 공원의 역사와 배경, 또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 살펴봤으면 한다. 특히 타 지역이나 외국인들에게 방문자센터는 그곳의 정보를 얻기에 가장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털워터스의 방문자센터는 마을 입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있었다. 나무 등 대부분 자연소재로 만든 방문자센터는 큰 규모로 돼 있으며, 누구나 들어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싶은 곳이다. 센터는 큰 통나무로 지어졌고, 들보 위 지붕 쪽에는 호주에서도 보기 힘든 ‘포섬’이 큰 눈으로 방문객을 바라보고 있다. 이곳에서는 여러 단·장기 환경프로그램이 상시 진행되며, 강의실도 제법 넉넉하게 준비돼 있다. 넓은 푸르름을 만끽하면서 유기농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카페도 마련돼 있다. 하늘빛이 풍부하고 물이 부족한 이곳에서 태양광 발전기와 우수활용 및 오·폐수 정화기는 필수다. 여름날 시원한 바람이 잘 통하고, 겨울날 집안의 따뜻한 공기를 보온할 수 있게 만들어진 집들,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자연과 순응하고 조화롭게 하는 자연인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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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해 이곳저곳에 있는 놀이기구와 목마 등도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졌는데, 5년은 족히 넘어 보였다. 자기 나이보다 더 오래된 놀이기구를 타고 즐겁게 노는 아기들을 보면서 참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방문자센터의 경우 사람들의 손때가 묻으면 다시 새것처럼 고치는 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페인트칠이 벗겨졌다거나 손때가 묻어서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손때가 묻고 지저분한 것은 구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쳐야 할 것은 고치지만 항상 누구의 손길이 묻지 않은 것보다 손때는 묻었지만 정갈하고 깨끗하게 보이는 방문자센터를 기대한다.
또한 이곳에서 진행되는 환경교육프로그램의 팸플릿 또한 우리나라의 수준과 비교해 볼 때 유아적(?)인 수준이었다(기본에 매우 충실하다는 말). 색지 한 장에 흑백으로 인쇄한 프로그램 안내서들을 보면서 화려한 색상과 사진, 고급 종이를 쓰는 우리네의 센터 안내서와는 전혀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안내서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 최고다. 자원도 절약할 수 있는 이곳의 안내서는 아름답게 비쳐졌다.

크리스털워터스만의 우림 체험
크리스털워터스에서 ‘Bush trip(우림체험)’을 하면서 한국과 다른 몇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첫째, 크리스털워터스의 부시 트립은 호주의 자연을 느끼고 경외하는, 말 그대로 ‘원시림으로 떠나는 명상여행’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숲 체험’ 프로그램을 할 때는 몇몇의 생태 가이드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이 나무는 무슨 나무고, 이 꽃은 무슨 꽃이라는 설명을 한다. 그리고 참가한 사람들이 다 모일 수 있는 곳에서는 자연물 만들기·자연놀이 등을 한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정말 아름다운 숲과 자연색·모양을 지닌 우리나라이지만, 숲체험 프로그램의 내용은 비슷하게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프로그램에 익숙한 나는 이번 부시 트립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2시간 동안 호주원시림의 유칼립투스나무들을 헤치면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은 서로 말하지는 않아도 자연과 동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그 속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몇미터 높이의 탑을 쌓는 불개미집과 여기 저기 뒤엉킨 나무들을 헤쳐가면서 마음속에 한아름 자연의 선물을 가져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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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체험을 하면 무언가를 만들어서 가져가야 한다는 집념과 그에 부응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는 안내자의 고뇌가 합쳐져 항상 무언가를 참가자 손에 쥐어준 채 숲 산책을 끝내는 경우가 허다한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 부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부러우면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 부시 트립 안내자는 전문 생태가이드가 아닌 크리스털워터스 부시를 돌보는 자원활동가였다.
‘굿맨’이라 불리는 안내자는 원시림을 보호하기 위해 1주일에 한번 자원봉사를 하는, 말 그대로 좋은 호주 아저씨였다.
[#사진7] 호주 원시림을 2시간 정도 안내자와 걸으면서 그가 쉼 없이 했던 행동은 숲을 관리하는 것이었다(다른 나무가 자랄 수 있게 꺾인 나무를 치워준다거나 돼지풀 등의 외래식물을 솎아주는 것).
물론 전문적인 생태가이드의 설명은 들을 수 없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배울 수 있었다. 1주일에 한 번씩 꽤 오랫동안 자원봉사를 해온 ‘굿맨’의 행동을 두어 시간 지켜보면서 자연속의 무언가를 배우는 것보다 자연 전체를 느끼는 마음과 감성이 충만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부시 트립은 숲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외우는 것보다 아주 철저하게 자연과의 동화를 기본목표로 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호주에서도 아직까지 산업의 때가 묻지 않은 이곳, 크리스털워터스의 영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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