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에서 ‘향기 좋은 과일이 맛도 좋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됨에 따라 ‘향기’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단순히 냄새가 좋은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자연산, 그중에서도 좋은 향기를 내는 게 달고 맛있다는 의미이다.
그전에 한 번 생각해 보고 넘어갈 부분이 바로 향기와 냄새의 차이다. 보통 좋은 냄새에 대해서는 향기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나쁜 냄새라는 말을 쓰는 게 자연스럽다.

꽃향기, 과일향기라는 말이 자연스럽고 음식쓰레기 냄새, 하수구 냄새라는 표현이 귀에 익숙한 게 사실이다. 물론 좋은 향기의 의미와 그렇지 못한 냄새 등 후각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게 바로 ‘냄새’지만 말이다.
점차 중요시되는 환경오염원도 매체 중심에서 수용체 중심으로 변함에 따라 대기·수질오염이 아닌 악취·일조권·소음 등 제3오염원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악취를 저감하기 위한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악취를 없앤다기보다 다른 향기로 안 좋은 냄새를 덮어버리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다시 향기 얘기로 되돌아가보면, 예전에는 과일이나 꽃을 이용한 향기를 만드는 게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향기에 대한 욕구, 그 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화학적인 방법을 통한 향기를 만드는 게 불가피해졌다. 자연산으로 화학적 방법을 통한 향기를 만들기도 하며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향기를 화학의 힘으로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그런 만큼 향 전문가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그들은 수백 가지 향과 후각적 배합을 기억해야 하므로 혹독한 견습과 실무를 통해서만 탄생된다. 자립적인 향 전문가 한 명이 만들어지기까지 10년이 걸린다고 하니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분자를 이용해 향기를 만들 경우 향 전문가들조차 그 존재를 알 수 없으므로 향을 만드는 연구는 ‘독물학’ 분야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말인즉슨 아무리 좋은 향기라도 몸에는 이롭지 못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요즘 환경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로 ‘사전예방’이라는 개념에 ‘인공적인 향기’를 적용한다면 잠재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향수 향기의 인체유해성에 대한 언급은 없는 편이지만 각종 인공향이 첨가된 방향제나 탈취제 등의 경우 그 유해성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어떠한 음식이나 물건을 접함에 있어 그 향기만으로도 식욕을 느끼고 어떤 물건인지 가늠이 될 만큼 향기는 알게 모르게 생활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 한 순간에 모든 꽃과 나무, 과일의 냄새가 사라졌다고 가정해 본다면 그 심각성이 바로 와 닿지 않을까 싶다.

또한 사람들이 향기로 서로를 유혹하기도 하듯 식물이나 동물 할 것 없이 자연도 각자 나름대로의 향기로 종족을 이어가고 자연생태계를 유지하는 사실만 봐도 그 위력을 알 만하다.
그리고 그런 만큼 언제 어디서든 향기 나는 사람, 향기 나는 자연이 되길 기대해 본다.

<강재옥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