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모 제과업체에서 불필요한 포장을 대폭 줄이겠다는 광고를 줄지어 내보내며 확연하게 차이를 느낄 만큼 가벼워진 포장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당시 제과들 중에는 겉포장을 뜯어내면 그 안에 속포장이 있고, 이 속포장을 뜯어내면 내용물이 낱개로 포장돼 있어 단순한 상품 보호차원이라고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인 과대 포장 상품이 종종 있었다. 포장을 줄임으로써 번거로움도 덜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품의 원가 절감에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포장을 줄이는 것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업체는 포장을 줄이겠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던 것과는 반대로 아무런 기척 없이 종전의 포장 수준으로 회귀해 버렸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지금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포장을 줄이고자 했던 시도가 아무 성과 없이 중단됐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포장은 말 그대로 물건을 싸는 역할을 하며, 상품 본래의 사용 목적과는 비교적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품에 있어서 포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적은 것만은 아니다. 유통 중의 파손이나 변질 등 상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상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요즘에는 시각적인 디자인 요소가 매우 중요시되고 있어 포장은 그 상품의 질을 결정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더욱이 귀금속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넘쳐나고 있고 활발한 무역으로 인한 격지간의 운송 등으로 포장은 상품의 부속이 아닌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상품 포장의 기능성을 넘어 과대포장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인식돼 가는 것이 문제다. 대표적인 경우로 음악·영화·컴퓨터 프로그램·게임 등 미디어 상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상품들은 상품의 양과 질에 따라 그 부피의 차이가 별반 다를 바 없다. 물론 상당한 설명이나 추가적인 자료 혹은 장비가 동봉돼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CD몇 장 정도의 차이가 날 뿐이다. 하지만 같은 CD 한 장이라도 그 내용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매우 크다. 예전에 프로그램이나 게임CD의 경우 마치 가격에 따라 포장 규격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값비싼 최신 프로그램은 박스의 크기가 ‘종합선물세트’를 연상케 할 만큼 컸다. 특히 어린이가 주 고객인 게임의 경우가 심했고, 그 현상은 다소 나아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스의 크기에 상관없이 포장을 모두 제거하고 최종적으로 남은 상품의 부피는 고가품이나 저가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과대포장의 경우는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부피가 작아도 비싼 상품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화려한 포장은 당연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하루빨리 고쳐져야 할 것이다. 포장은 대부분 그대로 버려지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듯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상 자원낭비는 물론이고 쓰레기 발생량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이라고 항변한다면 그건 그 다음의 문제다. 재활용을 하기 위해 소요되는 사회비용도 많을 뿐더러 일반쓰레기로 분류되거나 방치돼 환경을 오염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리수거와 재활용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쓰레기의 근본적인 저감 노력이 더더욱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과대포장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갖추고 이에 따라 기업들 스스로도 포장을 줄이려는 자발적인 노력들이 하루빨리 우리사회 저변에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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