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입학하거나 새 학기를 맞는 학생들에게 3월은 긴장과 설렘을 준다. 적응기전이 뛰어난 사람도 생활의 변화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그러나 스트레스의 양상은 시대에 따라 사뭇 다르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온 주민이 멧돼지의 공격에 대항해 생사를 걸고 싸우는 것처럼 과거에는 신체적 위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스트레스 요인도 다양해졌다.
상사와의 갈등이나 이성 간의 삼각관계 등 사람 사이의 갈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교통체증이나 정보의 범람 등 문화적 이기로 인한 새로운 문제가 부각됐다. 이런 것들은 극적인 처치로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계속 반복돼 누적되기 쉽다. 이처럼 사회·문화적 변동은 스트레스로 작용해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경과와 예후도 뚜렷이 영향을 준다. 특히 적응기전이 미숙하거나 사회적 지지도가 약해진 경우 ‘문화적 충격’으로 이어져 여러 가지 정신과적 질환을 야기한다.
급속한 첨단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고속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인터넷과 휴대폰 같은 자극적인 시청각적 도구가 널리 사용되면서 클릭 한 번으로 즉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빠른 것이 능력이요 진리가 돼 이제 기다림과 인내는 미덕이 아니라 낙오자들의 자기 합리화가 됐다. 제때 젖을 물리지 않으면 숨이 넘어가도록 울어대는 갓난아기처럼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연기하지 못하는 미숙한 성인이 돼가고 있다.
이런 면은 대중문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중가요 ‘어머나’의 가사를 살펴보자. ‘처음 만난 당신이지만 내 사랑인 걸요. 당신 위해서라면 다 줄게요.’ 초고속 인터넷, 초고속 열차처럼 뜸들이지 않는 첫 만남의 초스피드식 사랑을 노래한다. ‘오늘 처음 만난 당신에게 다 주겠다’는 사랑의 속도에 놀라울 뿐이다. 삶에서 부딪치는 장애물을 애써서 극복하기보다는 손쉽고 간편하게 해결하자는 식이다. 공허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감각적 충족만을 향유하려는 도피와 회피 신드롬의 한 예다. 우리는 다양성이나 독자성은 맥을 추지 못하는 획일화가 대유행인 시대에 살고 있다.

병적인 환경이 부르는 정신의 질병
이런 특성을 가진 현대사회는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급속한 사회의 질주를 따라잡지 못하는 수많은 주변인들뿐 아니라 지나치게 문화에 동조하는 편승자들 중에는 현대인만이 겪는 특정한 정신질환이 있지 않을까. 중독증·식이장애·적응장애·자살률 등이 현대 사회의 특성과 맞물려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이런 추측이 가능하다.
먼저 우리 사회의 예쁜 외모와 날씬한 몸매를 과장되게 중시하는 분위기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성형중독증을 들 수 있다. 정상적인 용모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외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사소한 외모 문제를 과장되게 받아들여서 쇼핑을 하듯 성형외과를 찾는다. 외모에 대한 집작이 망상적 수준까지 이르면 ‘선풍기 아줌마’ 같은 사례가 생기기도 한다. 연예인의 누드 화보와 다이어트 비결이 기준이 돼 그들과 닮기를 간절히 원한다.
성형중독증과 더불어 신경성 폭식증과 식욕부진증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음식을 통해 감정을 분출하는 신경성 폭식은 과식하는 것과는 다르며,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단식투쟁과 분명히 다르다. ‘못생긴 여자는 용서해도, 뚱뚱한 여자는 용서하지 못한다’는 사회 분위기의 영향으로 여성의 주체적인 삶이 병들어가고 있다.
모든 중독 현상은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정신과적 질환이다. 주식·도박·쇼핑·인터넷·섹스·알코올 등 모든 중독은 충동·유혹·욕구를 의식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장애다. 특히 청소년에게 인터넷 중독은 위험한 수위다. 인터넷을 할수록 만족감을 얻기 위한 시간이 점차 늘어나서 공부나 다른 건전한 사회생활에 지장을 준다. 갑자기 인터넷 사용을 중단하게 되면 초조·불안, 인터넷 사용과 관련된 강박적인 사고, 환상, 혹은 꿈,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반복행동 등의 금단현상을 보인다. 사이버 공간은 신분을 밝히지 않고도 감정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의사표현의 수단이라는 점이 중독을 조장한다. 이른바 정상인이라면 주체성을 가지고 인생의 목표를 자발적으로 추구하고 괴로운 현실이라도 잘 수용하며,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숙하고 비합리적이고 비효과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독자들은 분명 비정상인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둘째,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적응장애’가 생긴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영화 ‘엘프’의 주인공은 자기 앞에 닥친 문화적 충격으로 힘들어 한다. 산타 마을에 살던 엘프가 처음으로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에 오면서 감정과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다. 새롭고 신기한 도시. 열람과 닫힘이 분명하지 않은 회전문,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수많은 엘리베이터 버튼, 자동차의 물결과 신호등은 너무나 낯선 환경이다. 돈과 시간에 쫓겨 사는 냉정한 도시는 엘프에게 깊은 고립감과 외로움을 안겨준다.
셋째, 자살의 급증이다. 현대인들은 자기중심적이어서 좌절을 이겨내지 못하는 특성을 가진 경우가 많아 해결책으로 쉽게 자살을 선택한다. 끈 떨어진 연처럼 방황하며 허무감과 자신의 숨겨진 의미를 찾지 못하는 ‘실존적 진공상태’에 빠져 영원한 도피를 꿈꾸는 것이다.

사회 환경을 고치는 게 먼저
정신질화의 요인이 사회적 병폐에 있다면 병적인 환경의 수정이 필수적이다. 히포크라테스가 강조한 평형상태로서 건강과 현경의 중요성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연 본유의 치유력을 믿고 누구나 현명한 생활 관리와 자연의 질서로 복귀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 적응력이 미약하거나 자아강도가 약할 경우 새로운 방법의 학습과 사회화 과정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는 인간성의 회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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