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경과 개발이 조화되는 ‘친환경 명품’화
시민단체, ‘협력적 거버넌스’로의 역할개선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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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1일 오후 1시13분. 세계 최장 33km의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됐다. 지난 15년 동안 ‘국토개발’과 ‘환경보호’의 대립이라는 산고를 겪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것이다. 이로써 4만100ha의 국토가 새로 조성되고, 대한민국 국토면적도 10만18.38㎢로 새로 쓰이게 될 것이다.

이 광대한 새만금지구의 탄생은 지난 1971년에 수립된 옥서2단계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밀하게 따지면 35년 만에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완공된 셈이다.

경제적 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관계부처 협의, 공유수면매립면허 및 사업시행인가 등을 거쳐 1991년 11월 28일 제1호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시작됐으나 1998년 하반기부터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에서 새만금사업 시행에 따른 환경영향·수질·경제성 등에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방조제 사업은 일시 중지됐고, 우리나라 최초로 국책사업의 재평가를 위한 민·관 공동조사 작업이 이뤄진 바 있다.

1999년 5월 1일부터 2000년 6월 30일까지 14개월간에 걸친 조사 결과 새만금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찬·반 양론이 전국적으로 팽팽하게 계속됐고, 급기야 2001년 5월 25일 국무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 물관리정책민간위원회와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에서 ‘방조제 공사는 계획대로 추진하되 내부 간척지는 수질여건에 따라 추진하는 순차개발안’이 확정된 바 있다.

정부의 이러한 최종 방침은 ‘미완의 차선책’으로 평가되면서 잠재된 문제를 안은 채 어렵게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2001년 8월 22일 환경단체 등이 농림부 등을 상대로 새만금 사업계획취소 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하면서 정부와 환경단체는 지난 4년7개월간 소송→항소→상고의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이게 된다.

그 사이 16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간척지 내부개발의 토지이용 문제를 놓고, 정치권과 지역, 환경단체와 전문가 등이 다시 첨예하게 대립하고 심야토론은 의견수렴 없이 늘 평행선을 달렸다. 삼보일배, 삭발과 혈서 등 극단적인 행동들이 경쟁적으로 확대되면서 새만금 사업은 반대와 충돌, 중단 등으로 표류하고, 국책사업에 대한 국민 불신과 사회비용은 늘어만 갔다.

2005년 12월 21일 서울고법의 원고패소 판결과 2006년 3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업을 취소할 중대하자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그 지루한 소모적 논쟁은 마무리됐고, 새만금 방조제사업은 2006년 3월 17일부터 36일 동안 2.7km 최종 연결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우리시대 개발과 보전의 투쟁사를 담은 축소판, 새만금방조제는 이렇게 완성됐다. 그러나 여전히 환경단체는 이번 역사(役事)를 ‘환경파괴’로 규정하고 자연의 균형을 깨트린 개발의 부작용과 역습을 경고한다.

새만금사업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사회적 합의형성 절차 마련의 시급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환경단체는 서로의 상호관계를 훼손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결국 최종 결정이 그들의 손을 떠나 재판부의 손으로 감으로써 불확실성으로 무능력한 4년7개월을 보내야 했다. 서로가 경청하고 대화하고 협상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4년7개월 동안 그들만의 건설적인 대안과 청사진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판부에 의한 판결보다는 당사자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공공갈등을 해결하는 참여적 의사결정 절차를 제도화해오고 있다.

15년간 결론 없이 찬반양론 공방만 계속해오던 미국의 스노퀄미강 댐건설 분쟁을 대안적 분쟁해결방식(ADR)을 통해 4개월여의 당사자 간 창조적인 토론과 협상으로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은 바 있다. 네덜란드도 1970년대 사회에 널리 번져가던 환경주의와 시민운동의 영향으로 강한 반대에 부딪쳐 사업 추진이 중단됐던 남부고속철사업(HSL-Zuid)을 1991년부터 국민참여절차(PKB)를 통해 여러 합의과정과 설계수정을 도모해 2007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공개토론 등을 통해 경관적·생태적 보호가치가 높은 ‘흐룬하트(Groene Hart)’' 보전을 위한 노선선정과 대안을 마련하고, 범유럽 고속철 네트워크에 편입되는 수확을 얻었다.

새만금방조제 완공은 우리시대의 새만금 문제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향후 토지이용구상에서 이해관계자간 가치와 입장이 참예하게 대립할 수 있고, 방조제 건설로 인한 생태계 치환과정에서 조개패사, 폐쇄수역의 수질악화, 비산먼지문제 등 각종 생태계 변화가 초래되면서 ‘제2의 시화호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바람직한 ‘친환경 새만금 사업’을 완성시키기 위한 사회합의 형성 노력이 요구된다. 새만금 내부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다양한 가치와 입장, 그리고 해석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새만금사업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내용적·절차적 합리성을 제고시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치권과 전북도에서 제안하는 ‘친환경 새만금사업 특별법’ 등의 제도적 기반 마련도 대안이 될 수 있고,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공공기관의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정부와 전북도,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지역협의체’를 구성·운영해 참여적 의사결정과 실행을 도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때 시민단체들은 이제까지 원론적인 반대 입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함께 마련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로서의 역할 개선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의 1심, 2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 과정에서 손상 받았던 서로의 가치와 입장을 역시사지(易地思之)로 이해하고, 남은 사업을 환경과 개발과 잘 조화되는 ‘친환경 명품’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새만금 현장에 수시로 모여 새만금유역의 수질과 환경보전,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진정한 해석과 지혜를 숙의해 합의를 도출해 내고, 이를 토대로 상생하는 환경 친화적인 새만금 사업을 완성해야 할 것이다.

갯벌도 살리고, 새만금호 수질도 살리고, 전북도민의 희망과 기대도 살리는 새만금지구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세기 ‘개발이냐 보전이냐’ 하는 이분법적 대립과 갈등을 첨예하게 조장하는 투쟁의 장이 아니라, 환경생태학적 건강성과 순환성을 토대로 경제적 활력과 사회적 통합성을 구현해 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장이 새만금지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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