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고재민(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jmgoh@lgeri.com)

지속가능경영이 주목 받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이란 기업 경영에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반영하고, 환경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하다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다.
지속가능경영은 실제 높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실증분석 결과 지속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의 수익률은 모건스탠리 지수를 큰 폭으로 앞지르고 있다.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도입도 적극적이다. ‘포춘’지 선정 상위 250개 기업 가운데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의 비중이 2002년 14%에서 2005년 68%로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은 선진 기업들에 비해 여전히 낮게 나타나고 있다.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나아가지 못한 채 추상적인 담론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좋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기업 현실에 비춰 멀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첫째, 경영자들은 지속가능경영을 자선 사업이나 사회봉사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지속가능경영은 성과가 높은 기업들의 한가한 여유 정도로 오해받곤 한다. 그러나 이는 지속가능경영이 주로 환경이나 사회적인 측면의 책임만을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언뜻 지속가능경영은 환경 보호나 사회 공헌만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기업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무엇보다 경제적 책임이다. 환경적 혹은 사회적 책임도 경제적 책임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책임은 지속가능경영의 첫 걸음이 된다. 반면 경제적 성과만을 추구하기 위해 환경적·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경우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은 위협받게 된다.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혹은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가능경영에 있어서도 기업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이 일방적인 자선사업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지속되려면 사회공헌 활동 역시 기업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도입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경영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가시화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다.
ISO는 환경·노동·인권·지역사회 기부 등 재무제표 상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활동을 지수화해 국제적인 표준을 만들고 있다. ISO는 오는 2007년까지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국제기구와 금융기관 및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CSR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 표준이 완성되면 각종 입찰이나 주식 상장 때 이 표준을 준수하게 하는 등 국제적인 강제 규정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국제 거래나 투자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생존의 필수 요건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경영이 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생각이다. 지속가능경영으로 인해 이미 추진 중인 전략이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속가능경영에서 앞서 있는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을 기존의 사업 전략과 통합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필립스는 2004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지속가능경영의 본질은 새로운 시장이나 사업 기회를 찾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GE는 환경을 의미하는 Ecology와 GE의 슬로건인 Imagination at work의 합성어인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이라는 새로운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환경 관련 사업의 매출액을 2004년 100억 달러에서 오는 2010년까지 두 배인 200억 달러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지속가능경영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지만, 반대로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성장을 위한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그릇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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