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일상의 음식, 약이 된다


원인을 알지 못하는 환경병이 현대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과자는 장기적으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과자 제조회사 출신 간부의 증언이 담긴 책이 출간되는가 하면 육류의 반생명적인 공장식 생산방식에 반발해 채식주의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반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지 힘든 지경이다. 일상 음식이 진정 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약선학의 대가인 안문생 한의학박사를 통해 우리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아직도 질병을 치료하는 일은 단지 ‘약’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과거에는 현대의학의 상대가 우리를 침범하는 외부의 적이었기 때문에 항생제와 같은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구가 극도로 오염되면서 현대사회에 시달리는 인체의 내부는 한계 이하로 약해져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외적만 막아주면 인체 내부는 그런대로 살림을 꾸려 나갔는데 이제는 내부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외적과 결탁해’ 오장에 병이 들고 심지어 치명적인 질환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안 박사는 내부의 기운이 피폐할 때 외적이 들어왔다고 해서 그곳에 ‘폭탄’(항생제)을 던진다면 외적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결국 사람도 죽고 만다고 말한다.

[#사진1]그는 동양의학에서 사용하는 약은 현대의학의 약처럼 한 가지 구조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성분들이 뒤엉켜 있는 자연 상태 그대로의 동·식물, 즉 식품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동양의학에서는 ‘약과 식품은 근원이 같다’고 소개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약을 쓰기 전에 먼저 음식으로 먹는 식품을 사용하고 그것으로 안 될 때 약을 사용하라고 천연적인 약마저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며 철저하게 인체의 기운을 상하지 않게 보존하는 길이 올바른 의학의 길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옛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식품이 질병을 치료하는 일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겨 그 방법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임상에 응용해왔다는 것이다. 약선의 맥락은 여기에서시작된다.

그는 최근 치사율이 높은 ‘살인 바이러스’들이 나도는데 질병에 대한 저항능력을 기르는 것만이 대처방법이라고 말한다. 요즘 미국 등 의료 선진국의 의사들이 감기로 고열이 나거나 인후에 염증이 온 환자에게 약을 일절 투여하지 않고 집에서 끙끙 앓도록 하는 목적도 바로 이런 힘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

더 이상 인체를 손상시키지 않고 스스로 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 절실한 시기에 수천 년 전부터 면면이 이어온 약선이 그 훌륭한 대안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약선을 처음 만난 것은 1991년 일본 오사카 어혈학회에서. 그 후 중국 베이징에 체류하며 본격적인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SBS 방송과 함께 건강 다큐멘터리 ‘중국약선기행’ 취재하며 중국의 신비한 약선 문화를 답사하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 안 박사가 진행한 70회 다큐멘터리는 국내에 약선을 널리 알리는 발단이 됐다.

넓은 중국은 지역의 기후와 풍토마다 약선이 잘 발달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소개한다. 중국이 5000년의 약선 역사를 갖고 있고, 일본은 약선협회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는 2000년 한국약선연구원을 설립해 약선의 연구와 보급에 나섰다. 6년에 걸쳐 50여 명의 멤버가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일단 모든 질환에 응용할 수 있도록 지역의 식자재 원리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약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럴 때는 무얼 먹고 저럴 때는 이걸 먹어야 한다’는 등 하나 둘의 테크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 자연의 질서를 아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약선의 일례를 들면 이렇다. 감기에 걸렸을 때 무채를 먹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식초를 넣지 않고 한번에 500g 이상을 먹어야 한다는 식이다. 식초를 넣은 무채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것. 또 코와 가래가 투명하고 혀에 백태가 나고 땀이 나지 않았을 때는 찬 기운으로 감기가 든 것이므로 이때 무채를 먹기보다 흰 쌀죽에 생강을 넣고 끓여 먹으면 낫는다. 쌀죽이 끓을 때 생강 10g을 넣는다.

식품의 종류가 끝이 없고 사람마다 제각기 체질이 다르듯 약선의 대처방법도 끝이 없다. 그만큼 약선학의 연구는 방대하다고 덧붙인다. 안 박사는 현재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에 한국 최초로 신설된 약선학 석사 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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