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제 인간은 공해에서 태어나 공해에 몸부림치다 공해 속에 묻히는 가련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런 무서운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후손은 그보다 더 무서운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이러다가는 전국이 암 환자로 들끓는 한심한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 후손에게 얼마나 죄를 짓고 있는지 살펴보자.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기름을 정신없이 수입해 쓰다 고유가 시대를 맞았다. 그러자 전국 도처에서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휘발유 값이 턱없이 올라 이런 생존경쟁 사태에 속수무책이니 큰일이다. 진짜 휘발유보다 발암물질을 수십 배나 배출하는 가짜 휘발유가 점점 더 많이 팔릴 테니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뿐인가. 전국이 날로 산업화되고 도시화되면서 미세먼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미세먼지에는 무엇이 섞여 있나? 수많은 발암 물질과 함께 1급 발암물질인 석면가루가 섞여 있다(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석면가루는 어디에서 발생하나? 많은 데서 발생하지만 재개발 현장에서 제일 많이 발생한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에 가보면 너무나 무섭다.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를 무시하고 기존의 가옥과 아파트를 사정없이 때려 부순다. 그 육중한 건물을 며칠 내로 산산조각 내 버린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건물에 다량의 석면이 섞여 있기 때문에 엄청난 석면 먼지가 발생해 사방으로 날아간다. 위 법에 의하면 철거 전 반드시 석면 검사(거의 100% 석면이 검출됨)를 해 그 결과를 관할 노동사무소에 신고하고 석면가루가 확산되지 않도록 특수마스크· 특수방진복을 착용한 뒤 철거 현장을 비닐로 차단하고 집진기·진공청소기를 틀어놓고 석면으로 만든 건축폐자재를 하나하나 뜯어내는 작업이 끝나면 착용했던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물 샤워나 에어 샤워를 하고 현장을 빠져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절차를 거치면 철거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때려 부순다. 어쩌다 걸려도 1000만원 내외의 벌금형으로 끝나므로 수억 원이 소요되는 정식 작업보다 훨씬 적게 든다.

때려 부수는 사연을 캐보자. 시행자와 시공자는 철거작업을 공개입찰에 부친다. 그러면 낙찰을 받으려고 너도 나도 싼 값을 써낸다. 낙찰이 되면 하도급을 주고 재하도급으로 내려간다. 최종적으로 하도급을 받은 자는 쥐꼬리만 한 철거비로는 석면을 뜯어낼 수가 없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때려 부순다. 이런 마구잡이 철거를 보다 못해 항의하고 싶어도 역부족이다. 철거 현장에 가면 펜스가 굳게 닫혀 있고 간신히 안으로 들어가면 ‘HID 북파공작원 철거반’이라는 무서운 팻말을 붙여놓고 때릴 듯이 위협하기 때문에 말도 못 꺼내고 줄행랑을 치게 된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건물을 이런 식으로 때려 부쉈으니 그 많은 석면 가루가 어디로 갔을까. 길바닥에 깔렸고, 건물 곳곳에 깔렸고, 산과 들로 퍼져나갔고, 지하도나 지하철에 잠겼고, 구름과 섞였고, 상당량이 국민 몸속에 잠겨 있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때려 부순 후의 조치도 문제다. 파괴된 석면 쓰레기가 어디로 가나 따라가 보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일반 건축폐자재와 뒤섞어 쓰레기 하치장에 버리거나 적당히 파묻어버린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비가 쏟아지면 석면가루가 빗물과 함께 멀리 멀리 퍼져나간다. 그리고 쓰레기 하치장에서 쉬고 있던 석면폐자재가 매립 공사장으로 실려 간다. 이렇게 무서운 석면이 돌고 돌아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

석면을 때려 부수는 현장에서 계속 일하면 석면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본의 통계에 의하면 석면공장에서 근무한 사람의 80%가 암으로 사망하고 그 가족도 암으로 사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십만 명이 건물을 때려 부수는 현장에 근무하고 있고 수백만 명이 현장 근처에서 생활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석면 암에 걸려 사망할지 상상이 된다. 이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다.

석면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사람들은 건물과 아파트를 때려 부수면 시원하게 느껴지겠지만 그것은 저승사자를 불러들이는 것과 같다. 수억 평, 수십억 평의 재개발·재건축이 거의 다 때려 부순 자리에서 이뤄졌으니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거의 모든 건물은 석면으로 만든 석고보드, 천정 텍스, 밤라이트, 슬레이트를 섞어 지었기 때문에 때려 부수면 엄청난 석면가루가 발생한다. 저승사자의 그림자를 뒤집어쓰는 격이다.

석면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위험한가. 화산이 폭발할 때 솟구치는 용암이 굳은 게 석면 원료다. 용암이 되는 과정에서 독성을 품은 석면으로 만든 건축자재를 때려 부수면 주검의 먼지로 변해 우리 몸속에서 영원히 배설되거나 용해되지 않고 8~40년간 잠복하다가 암을 발생시킨다. 석면가루가 왜 무서운가. 부피가 머리카락의 5000분의 1밖에 안될 정도로 가벼워 멀리 멀리 날아가서 많은 사람들에게 암을 발병시키기 때문이다.

석면을 처음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하늘이 내린 가장 귀한 선물이라며 탄복했다. 불에 타지 않고 방음·방열 효과가 뛰어나 용도가 무궁무진했기 때문이었다. 건축 자재는 물론이고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선박 칸막이, 냉장고, 군대 막사, 방송국 방음시설 등에 광범하게 쓰였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석면이 인간에 치명적일 영향을 미칠 줄이야. 석면 사용으로 암 발생률이 급증하자 선진국들은 석면 금지령을 내렸고 기존 건물에서 석면을 뜯어내는 전쟁을 벌였다. 그럴수록 석면 수입가가 싸기 때문에 경제개발 붐을 탄 우리나라는 무한정 수입해 경제개발의 자재로 사용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암 천국이다. 아니, 암 지옥이다. 누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면 3명 중 1명이 암 판정을 받고, 부고가 날아와 가보면 3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이러다가 2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석면에 의한 암을 진단하는 전문의가 열 손가락에 들 정도이고 석면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기구도 없는 실정이다. 석면 수입업자와 건물을 마구잡이로 때려 부수는 자들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 더 이상 비문명적이며 인간 말살적인 마구잡이로 때려 부수는 짓을 중단해야 한다. 중단시키려면 철저한 관리 감독이 앞서야 하는데 현실은 구멍이 뻥 뚫려 있다. 때려 부순다는 제보를 접하고 현장에 가서 관할 노동사무소 근로감독관에게 신고하면 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딴청을 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법적으로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지만 경미한 처벌로 끝나기 때문에 차라리 위반하다 걸리는 게 돈이 훨씬 적게 든다며 마구잡이로 때려 부순다.

이 많은 석면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놀랍게도 여기에 대한 해답은 있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다. 때려 부순 석면 자재는 반드시 용광로에 넣어 1800도로 녹여 원래의 용암 상태로 되돌리는 고온용융 처리를 하거나 시멘트와 섞어 고용화해 파묻어야 하지만 놀랍게도 대한민국에는 고온용융 시설이 한 개도 없다. 그리고 고용화 시설은 한 개뿐이다. 한 개뿐인 고용화 시설에 일감이 밀리는 것도 아니다. 파리가 날린다. 석면 폐자재를 몰래 몰래 때려 부수고 몰래 몰래 버리고 매립하는 불법이 횡행하기 때문에 처리비가 비싼 고용화 시설에 일을 맡기지 않는다. 석면을 마시고 먹고 껴안고 자고 뒤집어쓰는 석면 지옥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석면의 생산과 사용과 처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환경부는 뭐하나? 노동부는 뭐하나? 보건복지부는 뭐하나?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석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가. 주검의 그림자가 석면을 들이마신 지 8~40년 만에 찾아오기 때문인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연속 되풀이되는 원시사회가 언제나 끝이 날 것인지.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석면문제연구소와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부추연) 의 윤용 대표(전 고려대 신방과 교수)가 고독한 석면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우리는 서울의 지하철, 김포공항, 초등학교 교실, 열차 바퀴 등에서 석면을 찾아내 충격파를 줬고 인천·천안·파주·대구 등지에서 석면을 때려 부수는 현장을 고발해 경종을 울렸다. 너무나 고독한 전쟁터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민들의 협조와 성원을 고대한다. 석면이 없는 문명된 사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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