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봄날, 숲연구소 남효창 소장이 숲을 만끽할 수 있는 교과서 ‘얘들아 숲에서 놀자’(추수밭)를 펴냈다. 아이들에게 놀이터이며 배움터인 숲의 이야기를 남 소장을 통해 들어봤다.

남 소장은 숲 전문가다. 그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산림학 박사학위를 딴 사람이다. 한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숲 전도사다. 철저한 숲프로그램으로 숲을 사람들 가까이로 다가가게 하고 있다. 숲 교육 전문가라는 말이 좀 더 구체적으로 그를 표현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지난 2004년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에 이어 이번에 출간한 ‘얘들아 숲에서 놀자’에는 숲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돼 있다. 완전히 숲 매뉴얼이다. 그에 따르면 7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숲은 동화의 나라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숲은 마법의 공간일 수 있다. 고학년부터 청소년까지는 자연의 발견이 이뤄지는 장이 될 수 있다. 성인들에게는 진정한 휴식의 공간, 존재의 공간, 치유의 공간이 된다.

[#사진2]그는 우리에게 ‘큰 숲’을 맞춰주는 것이다. 너무나 커서 어디부터 만져야 할지, 어떻게 이 큰 숲을 누려야 할지 멍하니 서 있을 때 우리의 손이, 발이 어디로 다가가 숲을 안을지를 알려준다.

“숲은 수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는 숲은 축복의 장입니다. 인간이 숲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지요.”

그는 ‘얘들아~’에서 109가지 숲 놀이를 알려준다. 아무 준비물 없이 숲에 가기만 해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들이 더 많다. 숲이 이미 대부분 준비해뒀으니까. 그의 놀이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한데 그것도 일단 숲이 무궁무진하니까 가능한 것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고로 뛰어놀아야 합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자연을 접하기가 힘들죠. 평일에는 학교 다니고 학원에 과외수업에…. 다행히 주5일 근무제가 되면서 숲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주말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제기돼온 문제가 ‘휴일은 생겼는데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그나마 좀 돈이 있는 사람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여행을 가고 주말농장을 분양받아 농사를 짓는 등 효과적으로 보내는 부류들도 있었지만 일부 사람들은 놀러갈 돈이 없으니 종일 ‘방콕’(방에 콕 박혀 잠자는 것)에 간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로 나왔다. 놀라고 시간을 주어도 놀이방법을 몰라 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게 사실이다.

숲에 가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아이들 손잡고 도시락 싸들고 숲에 가도 빙 둘러앉아 밥 먹고 나무둘레를 한 바퀴 뛰고 나면 할 일이 없는 것이다. 물론 숲은 가서 있기만 해도 좋지만. 숲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 가까이서 숲을 만나고 자신을 만나며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그는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이 작업을 한 지는 벌써 10년 가까이 된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환경정책연구소에 있으면서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그 의미를 절감했다.
국내에 들어와 2002년 숲연구소를 만들었다. 지금은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 하지만 매달 한 번씩 생태탐방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단순히 숲에 가는 게 아니라 오감을 열고 느낄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다. 의외로 호응이 높았다. 주5일 근무제 확대와 건강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태탐방도 주가를 높이게 됐다. 그러다보니 진정한 숲을 알릴 수 있는 강사가 필요했다. 그래서 숲을 교육할 수 있는 숲강사 아카데미 프로그램부터 개발했다. 올해 7기까지 강사가 나와 전국에 150여 명의 숲 해설가들을 배출해냈다.

“삼림 교육은 현장에서 이뤄져야 하죠. 교실에서 백날 얘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삼림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강사를 배출해내야만 진정한 숲 교육이 가능하니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게 숲 강사의 양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숲을 좀 더 정확히 안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숲은 크니까. 방대한 숲을 하나하나 만나게 해줄 사람. 교육학을 전공한 교사가 숲을 가르쳐줄 수는 없다. 숲을 삼림을 알고 교육을 아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숲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카데미의 수강 자격은 무엇보다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점도 꼭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국내 국립공원 수목원 103개 휴양림을 방임하지 않고 교육적으로 풀어나가야 하죠. 인간이 숲을 만나서 자연의 일부로 동화되는 순간을 맛보며 성숙해가길 바랍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계속된다. 지난해 한 프로그램으로 재탕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생각한다. 109가지도 그래서 가능했다. 계속 나올 거라고 한다. 계속 모색하니까. 계속 이 일을 할 테니까. 소명처럼 이 일만 할 테니까. 이 일을 하면서 그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경제지수는 맨 꼴찌면서도 행복지수는 맨 앞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최근 그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생태교육장 ‘숲에서 놀자’를 내놓았다. 2004년 청태산자연휴양림에 이어 천안 아파트 동일하이빌 내에 생태교육장을 만들었다. 또 지난 3월에는 퇴촌과 대구 허브힐즈에도 만들었다. ‘숲에서 놀자’에는 토끼굴, 독수리집 두더지 굴 등이 있다. 독수리집에서는 내가 독수리가 되는 것이다. 에버랜드나 서울랜드처럼 규모가 큰데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는 게 아니라 숲에서 뛰면서 토끼도 되고 두더지도 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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