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식품’이라 하면 먹는 것, 배고픔을 채워주는 것 그 자체에 의미가 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식품, 그리고 먹을거리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국가적 차원에서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먹을거리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식품사고와 각종 첨가물 등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 또한 일시적으로나마 이러한 가공식품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민적 거부감의 결과는 식품업계의 부담이자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지만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전 세계적인 먹을거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공식품이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고, 현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는 가공식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의 가공식품을 절대 만들 수 없다는 것 또한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이유가 식품안전사고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날 발생했던 식품안전사고만 봐도 그에 대한 이슈화에만 급급했지 그 후 달라진 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업체 잘못인 경우도 있지만 기나긴 법정공방 후 무죄 판결을 받은 수많은 업체들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잘못도 없이 한순간에 신뢰를 잃은 기업들이 갈 길은 폐업과 좌절뿐이다.

지난날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우지라면, 골뱅이 통조림, 만두파동 등 식품안전 사고를 보면 업계가 대법원에서 무협의 판결을 받아도 이미 언론의 질타를 받은 기업은 부도로 파산을 맞거나 신뢰회복을 위해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정말 잘못되고 위해한 식품문제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통해 개선이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한 선별을 정확히 내릴 수 있어야 피해 받는 사람 또는 기업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안전사고가 식품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식품뿐만 아니라 각종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그리고 반환경적인 불법 행위로 인한 오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 번 사고가 터지면 언론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사건 하나만으로 이슈화하는 데 급급하고 한순간에 매장시키는 일도 다반사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사건·사고 후 ‘은폐’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쏟아지는 비난이 무서워 은폐에 은폐를 거듭하다 결국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잘못임은 분명하지만 하나만을 보고 매도하는 언론이나 국민적 의식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비난과 매도만으로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다.

특히 환경에 있어서 영세업체들의 반환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러한 영세업자들까지 깡그리 단속하고 처벌한 결과 이미 많이 환경 영세업자들이 문을 닫은 게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실제 환경감시를 나가고 단속을 담당했던 관계자가 이러한 실태를 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면 오히려 ‘환경’에 대한 반감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게 분명하다고 회의했을 정도겠는가.

결국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순간의 현상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비난이 아닌 대안을 함께 모색해 나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 조성이다. 그리고 자극적인 결과적 이슈에 휘둘리지 않는 보다 성숙한 국민적 자세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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