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날이 다가왔다. 국민의 손을 거쳐 영광스럽고도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임무를 맡게 될 우리나라의 정치를 책임질 대표자들이 결정된다. 지금도 길가에 나서면 낯선 이들이 입을 모아 인사를 하고 눈만 마주쳐도 굽실거리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며, 오직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뛰겠다는 당찬 메시지들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홍보성 멘트나 유세기간 동안의 자세만으로는 섣부른 판단의 결과만이 따른다. 때문에 후보들에 대한 심층적이고 세밀한 검증작업에 전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은 물론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하겠다.

그러나 서울의 중심지역이라 할 수 있는 서초구에서 후보들의 역량을 비교·평가하고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기초단체장 공개토론회 자리가 무산되는 일이 발생했다. 단순히 무산됐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을 일이지만 그 원인은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이미 당선이 기정사실화 된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그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바로 무산된 이유였다. 후보의 입장에서 당선은 지상과제로서 이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것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후보들에 대한 검증 작업들이 당연히 거쳐야 할 책임이자 의무가 아닌, 마치 당선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심지어 이런 분위기를 창출케 한 서초구민들까지도 측은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외람된 것일까.

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인물 중심의 정책선거를 지향해야 한다는 사실은 언제나 지적돼 왔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후보자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 기준이 돼야 할 정보들은 늘 부족한 상황이며 유권자 또한 자신의 소중한 한 표가 헛되이 낭비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탐색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인맥과 학연 혹은 주위사람들에게 휩쓸려 판단하거나 권리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실현 불가능할 것이 자명한 공약에 현혹되고 심지어는 외모가 맘에 들어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유야 어떻든 자신이 행사한 한 표는 신성한 것으로 누가 누구를 비난할 대상은 아닐 것이며 강력한 선거법의 발효로 선거문화가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유권자의 시선은 아직 무뎌 있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정치에 대해 늘 실망과 아쉬움을 토로하며 불신의 화살을 정치권으로 겨냥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 사회 체제에서 이에 대한 판결을 내리고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선거밖에는 없기 때문에 올바르고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후보자 역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몸소 실천하며 확신을 심어주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 5·31 지방선거를 통해 요 사이 그들이 외치는 구호들을 말뿐이 아닌 몸소 실천하는 후보가 당선돼 오랫동안 지속된 국민과 정치 사이의 불신의 벽을 넘어서는 도약의 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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