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옷을 입었을 뿐인데 몸이 가려워요.”
누구라도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대량생산되는 의류는 대부분 합성섬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몸에서 발생하는 땀 등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점차 천연섬유에 천연색소로 물들인 옷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여성환경연대 주최로 진행된 환경강좌에서 임규철 팀장이 전하는 건강한 섬유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건강한 옷이 따로 있나요?”

[#사진1]과거 옷의 기능은 비·바람이나 날짐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떨까. 패션기능이 보다 강조되고 있긴 하지만 나빠진 환경으로 인해 또다시 신체보호의 기능이 커져가고 있다.
임 팀장은 “특히 어린아이나 환경에 민감한 계층에서는 외부 유해 환경을 차단할 수 있는 옷감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아이들과 성인 사이에서도 아토피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식습관과 더불어 피부에 직접 닿는 옷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나무 섬유로 만든 옷, 콩에서 뽑은 실로 만든 옷 등 다양한 천연섬유들이 옷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천연섬유가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임 팀장은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물론 온갖 화학성분으로 만들어진 합성섬유보다 나을 수는 있지만 옷감의 원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식물을 보면 그다지 천연에 가깝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천연섬유라고 해서 오염물을 배출하지 않거나 항상 환경친화적인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면섬유의 경우 목화를 재배할 때 살충제·제초제 등 각종 농약과 비료가 사용되며, 모·견섬유 역시 드라이클리닝 등 까다로운 세탁법으로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있으니까요.”
임 팀장은 식물을 원재료로 만드는 것도 각종 농약에 노출돼 있어 이미 천연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합성섬유 또한 제조 과정과 폐기 시 오염물질 배출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한다.
실제로 이러한 사실을 민감하게 여기는 주부들은 드라이클리닝을 아예 하지 않거나 물에 타서 사용하는 홈드라이를 애용하고 있다. 그리고 드라이를 한 의류를 바로 집 안으로 들이지 않고 집 밖에 걸어놓았다가 냄새가 빠진 후에야 집안으로 옮겨놓는 것도 이젠 유난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드라이클리닝에 사용되는 용제는 대부분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인 만큼 옷감에서 나는 ‘톡’쏘는 냄새는 맡지 않는 게 좋다. 참고로 드라이클리닝에 사용되는 다양한 화학물질 중 벤젠은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킬 수 있으며 퍼크로르에틸렌은 발암물질로 지정돼 있어 노출 시 위험이 크다. 이 외에도 새집증후군 문제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포름알데히드, 호르몬 계통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솔벤트 등의 유독물질은 의류는 물론 사람들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그런 만큼 드리이클리닝을 하되 건강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세탁 후 바로 방 안으로 의류를 들여놓지 않는 것도 쉬운 방법 중 하나다.

건강하지 않은 옷… 의류장해 낳아

“현재 섬유제품은 실용성 및 촉감의 개선, 기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가공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연제, 살균방충제, 형광증백제 등 많은 가공제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렇게 사용되는 성분들의 안전성 여부조차 알려지지 않은 게 많다는 것이죠.”
임 팀장은 이러한 가공제가 반응성 섬유가공제일 경우 섬유상에 어떤 생성물을 낳을지 모르며 생성물이 알려져도 그 안전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더군다나 이러한 섬유제품에 의한 의류장해가 착용 즉시 나타나기도 하지만 장기간 착용 시 나타나거나 착용한 지 수 일 후에 나타나는 등 개인차도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쉽게 말해 의류장해는 피부자극이나 발암성을 유발할 수 있는 직접장해와 수질·환경오염 등의 간접장해로 나눠 발생하며, 누구나 한 번쯤은 옷을 착용한 후 불편한 감을 느껴봤을 만큼 흔히 발생하고 있는 장해로 볼 수 있다. 점차 자극에 민감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피해도 늘어가고 있지만 ‘의류장해’라는 증상이 있는지도 모른 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섬유제품에는 유해물질 함유에 대한 기준치가 정해져 있다. 기저귀·턱받이·속옷류에는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대량생산 과정에서 종종 검출되는 사례도 빚어지고 있다.
참고로 유아복부터 잠옷·모자류·양말에 이르기까지 포름알데히드 수치가 75pm 이하로 규정돼 있으며 유아용일 경우 일절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애초부터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만한 섬유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소비자가 보다 의류 선택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탁할 때도 보다 신중히 옷감과 환경을 생각하는 게 필요하고요.”
임 팀장은 섬유제품을 선택할 때도 에코라벨 부착 여부를 확인하면 인체-환경친화성 여부도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한다.

예를 들어 ‘Health care’ 기능이 가미된 가공제품이 있는데, 이는 항균·방취 성능 또는 자외선 차단제품, 음이온을 방출하는 섬유를 의미한다.
쾌적 가공제품도 투습이나 방습이 좋아 냉량감을 주는 제품으로 쓰이고 있으며 소비자의 반응도 높아지고 있다. 의류 자체도 건강하지만 사람이 입었을 때 편하고 건강한 옷인 만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다양한 기능성을 지닌 옷이 환경에도 좋을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답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임 팀장은 무엇보다 환경을 위해서는 세제사용량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제의 과다 사용은 인체는 물론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며 도리어 제품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옷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폐수까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탁을 보다 신중히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을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세제를 많이 넣지는 않았는지 등 불필요한 사용으로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새 옷은 제조과정에서 먼지·오염물질·유해물질 등이 함유될 가능성이 큰 만큼 꼭 세탁 후에 착용하는 게 좋다고 임 팀장은 당부한다. 한 가지 더, 주택가에 헌옷수거함이 마련돼 있는 만큼 의류 역시 물려 입고 재활용하는 방안이 절실하다는 것이 그가 전하는 건강한 옷을 입는 방법이다.

섬유제품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섬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물론 생산공정, 작업환경, 기업의 경영, 사회적 환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활동이 친환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가 정확하게 섬유제품을 활용하고 재활용하는 자세가 아닐까.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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