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환율 하락의 영향 등으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한국은행,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최근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나빠져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내리막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은행이 전 산업분야 29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5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5월 업황 실사지수는 83으로 전달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향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6월 업황 전망지수는 86으로 전달보다 8포인트 떨어지면서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BSI는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0~200 사이의 수치로 표시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기업은 그래도 좀 낫겠지 하지만 체감 경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들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의 개미인 일반인들의 체감 경기 또한 오르지 않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사람들은 “봄은 이미 왔고 이제 여름을 향해 가고 있는데 시장경기의 봄은 아직 올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IMF 사태를 겪은 지 9년이 돼 가지만 서울의 밤은 여전히 춥다. 지하도에서 종이상자로 보금자리를 만드는 노숙인들은 줄지 않고 있다. 밤이면 서울의 지하도마다 여러 해 동안 노숙생활로 숙련된 종이 집짓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는 요즘은 그나마 잠자리가 엄동설한과 가히 비교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노숙인은 3295명으로 전년 대비 13%가량 증가했다. 올해 말에 노숙인이 줄어들 거라고 장담하지 못하는 착잡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노숙인을 대상으로 교양대학 강좌를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은 주로 단순 직업기술 위주였다. 이번에는 자기 존중감을 회복시키기 위한 인문 교육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노숙인이 교양 대학강좌를 이수하면 전문학사나 학사학위도 준다. 교육부는 7월부터 시범적으로 3개의 노숙인 대상 대학강좌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대학을 공모하고 있다.

노숙인 대상 대학강좌는 미국의 작가이자 교육실천가인 얼 쇼리스씨가 지난 1995년 클레멘트 기념관에서 노숙인 등을 상대로 인문학 강좌를 처음 시작한 것에서 유래됐다. 일명 ‘클레멘트 코스’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성공회대학교와 ‘노숙인 다시 서기지원센터’의 성프란시스 대학이 광명시의 위탁으로 운영하는 ‘광명시민대학 창업경영학과’가 지난해부터 강좌를 열고 있다.

교육부는 특히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점은행제에 의한 평가인정을 실시하고 토론과 발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해 수강생들의 자발적인 의지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학습동기 유발을 위해 선착순 지원과 면접을 거쳐 수강생을 선발하고 분야별 최고의 강사를 초빙해 품격 있는 강좌를 제공키로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등에서 노숙자와 재소자 등을 위한 대학 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해본 결과 취업 기술 교육보다는 인문학 강의가 자존심과 자활의지를 불러일으키는 데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아마 인간에게는 돈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4000명의 노숙자가 있으나 자활훈련 등을 통해 사회에 복귀하는 노숙자는 극히 드문 실정이다. 아무리 기술교육을 시켜도 절망의 늪에서 나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아마도 배부른 돼지는 일시적인 것이고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그래도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을 갖게 하는 게 아닐까. 이번에 정부 차원에서 시도하는 인문학 교양강좌가 노숙인들의 자활의지를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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