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생물자원 조사·DB 구축 절실
생태계 보호는 자연·인류 공존의 길


생물다양성 협약이 전파되면서 생물도 소중한 자원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다. 그 중요성이 증대된 만큼 관리와 보전, 그리고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배타적인 주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에너지 확보 전쟁이 한창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생물자원 또한 같은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함을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이준호 교수를 만나 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197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김계중 교수가 ‘인간과 환경’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생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일기 시작했고 94년에 이르러 250여 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국가 계획수립을 목적으로 ‘생물다양성 보존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사진1]구체적인 질문에 앞서 인터뷰의 의도만 전달한 상태에서 이준호 교수가 가장 먼저 꺼낸 말로 그가 우리나라 생물에 대한 애착과 관심, 그리고 현재까지 어떤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는지 감지할 수 있었다. 92년 ‘생물다양성협약’이 채택되면서 생물자원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 교수의 말대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응작업이 그리 늦은 것만은 아니었다. 관계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보고서가 발간되고 환경부에도 전달됐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이행은 요원한 상태다.

이 교수는 생물자원에 대한 친환경적 이용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생물자원이 이용되는 범위는 무한히 많지만 벌을 이용한 교배라든지, 거머리가 분비물로 혈액 항응고제를 개발한다든지, 해충 구제에 천적을 개발·발견해 이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생물 유전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뉴질랜드가 개발한 골드키위의 경우 오직 자국에서만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며 우리나라도 일본품종의 딸기재배에 대한 로열티 지불이 예상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즉 자국에서 확보한 유전자원을 가지고 우수한 품종을 만들어내면 이에 대한 모든 권리는 개발·발견한 국가에 귀속되는 것으로 다른 나라들은 상당한 로열티를 줘야 이용이 가능하거나 아니면 비싼 값에 수입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전자원 확보는 국가 전략적 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계속해서 그는 “앞으로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는 생물의 경우 유전자 마크를 삽입해 자국의 권리를 보호하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 알려진 생물자원이 전체의 1~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말처럼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생물자원을 규명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연구 발표와 보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사·발굴된 우리 고유생물종에 대한 통합 DB를 구축해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는 생물 표본이나 관련 문헌들이 개인이나 혹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을 뿐 통합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지 못하다”고 언급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생물자원에 대한 보호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물다양성에 대한 조사 및 연구는 10~15년이 걸리는 장기적인 사업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성과를 얻어야 하는 민간 기업에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장기적인 로드맵 구성이 필요합니다.”

이 교수는 생물다양성 연구의 가장 어려운 점은 미약한 투자와 인력의 편중이라고 이야기한다. “생물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연구관련 분야의 전문 인력은 넘쳐나는 데 반해 연구의 바탕과 기본이 돼야 할 생태 분야는 매우 취약한 실정”이라며 “맥이 끊기지 않도록 최소한의 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국가적 차원의 생물자원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며 전체를 통괄하는 DB를 구축하는 한편 이를 위한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생물은 우리의 경제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좀 더 폭넓은 시야와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외에도 그는 생태계 보호는 국제협약 이나 이해관계 등을 떠나서 마땅히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화학농약의 무분별한 살포로 곤충이나 미생물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를 먹고 사는 조류·포유류 등도 생존을 위협받고 있고,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인간에게까지 유해물질이 체내에 쌓여 환경호르몬을 유발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 상태로 방치하면 언젠가 생태계 순환이 어느 단계에서 막혀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구온난화에 따른 준비가 필요함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지구온난화 속도는 도시집중화와 급속한 공업화로 외국보다 빠르다. 현재는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100년 정도 지나면 주요 작물과 산업구조, 먹을거리가 변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준비를 위해서라도 생물자원 확보는 매우 중요한 일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 교수의 지적처럼 생물자원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공유하고 정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전문가들의 노력을 통해 생물자원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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