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할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세민환경연구소 홍욱희 소장과의 블라인드 인터뷰 같은 분위기 속에서 그가 건넨 첫마디다. 한국전력 환경책임연구원으로서의 오랜 경력이 그에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줬다면, 일을 그만두면서부터는 ‘1인 NGO’로서 환경활동가이자 전략가로서의 삶을 걷게 만들어줬다.
과연 그가 바라본 환경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해결책은 없는지 이 시대의 ‘환경’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이야기 하나
보수주의자조차 ‘환경’을 외치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조차 환경을 논하고 있다.

그간 환경은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이었다. 대표적으로 환경재단 최열 대표가 그렇다. 환경이란 이름으로 혁명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진보주의자에게 있어서 환경은 일종의 자기 목표 달성을 위한 껍데기다.
하지만 시쳇말로 환경을 부르짖지 않아도 될 보수주의자들조차 ‘환경’을 외치고 있다. 보수·진보 모두에게 환경이란 게 환영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가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있는 탓이다.

정부 예산을 따기 어려우면 ‘환경’자 하나 붙여 예산을 따곤 한다.
언론·정치·시민단체가 모두 환경을 외치다 보니 환경과부하 시대가 돼 버렸다.

환경이 낭비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앞으로 서울시 환경예산을 얼마나 더 쏟을지 가늠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을 언제까지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가.
우리나라 예산의 4분의 1이 서울시 예산이다. 서울시만이라도 제대로 된 행정을 펼쳐야 한다. 서울시에서 밥 굶는 사람만이라도 없게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의 삶의 질도 유지시켜주지 못하면서 쏟아 붓는 환경예산은 의미가 없다. 그렇게 중요한 일을 빼놓고 시청 앞 광장을 만들고 청계천을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에 환경단체들조차 맞장구를 치고 있는 실정이니….

모두가 환경을 외치다 보니 환경사업이 낭비성 사업이 돼 버렸다. 거품이 빠져야 한다.
하지만 한 방향으로 흐르는 현 추세를 거스를 만한 사람이 없다.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도 없다.
대학교수들조차 지협적인 말만 외칠 뿐 정작 중요한 얘기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지성의 양이 부족한 탓이다. 온갖 학회가 그렇게 많은데도 모두들 한 소리만 하고 앉아 있다.

이제는 논술에서도 환경을 끄집어내고 있지만 정작 논술에서 끌어내고 있는 환경문제는 죄다 거대담론이다.

진정 산업발전은 필요 없다는 말인가.

방송에서 기획되는 온갖 환경 프로그램도 문제다. 대부분의 환경 프로그램 내용을 살펴보면 지렁이가 꿈틀대는 현상만이 살아 있는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각인시키고 있을 뿐이다. 경제개발이 환경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 학생들의 대부분이 경제개발·산업화·도시화가 무조건 환경에 나쁜 것이라고 맹신하고 있다.
천성산이나 새만금 문제 역시 그 내막도 모른 채 무조건 환경단체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학생들이 별다른 환경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사회로 진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뻔하다.

하지만 아쉬운 건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연을 보존하고 있지도 못하다는 점이다.

◆이야기 둘
프로 제너럴리스트가 없다

사회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바로 프로페셔널(professional)과 아마추어(amateur)다.
꼭 전문직에서 일하는 사람만이 프로가 아니라 고위공무원도 프로다. 프로는 다시 프로 스페셜리스트(pro-specialist)와 프로 제너럴리스트(pro-generalist)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 말할 수 있으며 후자는 일반적인 전문가이면서 특정 분야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공장을 예로 들면, 공장의 부품을 담당하고 회계를 담당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바로 프로 스페셜리스트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고 총지휘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공장장, 즉 프로 제너럴리스트다.

우리나라에 프로 스페셜리스트는 우글우글하다. 하지만 프로 제너럴리스트는 없다. 전체를 아우르는 사람이 없음을 의미한다. 환경은 하나만을 알아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프로 제너럴리스트의 중요성이 절실하다.

그리고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누구에게나 다 자기 역할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민단체를 예로 들면 한 사람이 시민단체장을 30년이 넘도록 한 일도 있다. 그리고 일하던 활동가조차 외국에 유학을 다녀오고 나서 복귀한 사람이 드물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도 그런 사람들이 몇몇 있다. 예전에 하던 환경운동 방식이 현재는 통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상이 바뀐 것도 모른 채 옛날 방식 그대로에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다. 공부하고 온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그 당시의 지식이 지금은 안 통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제대로 된 학문을 닦은 활동가들이 정작 제대로 커나가는 모습을 못 봤다. 대놓고 말들은 안 하지만 국내 복귀 후 6개월을 제대로 버티는 활동가를 못 봤다.

환경부가 하는 일 10개 중 8개는 틀렸고 환경단체가 하는 일 10개 중 7개가 틀렸다. 환경부를 비판하는 일은 도리어 쉬운 일이다. 하지만 환경단체에 몸담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비판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도 속 시원히 얘기하지 못한다.

◆이야기 셋
환경부 정책에 “Objection!”

환경정책을 얘기하자면 문제는 한도 끝도 없다.

지적하고 싶은 첫 번째는 지속가능발전이다. ‘지속가능’만큼 좋은 말이 없다. 말만 좋고, 실속 없고 알맹이 없는 대표적인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지속가능이다. 지속가능이란 정책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이제까지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위원회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몇 년간 한 일이 하나도 없다. 위원장조차도 한 일이 하나도 없다. 정작 그들조차 지속가능의 알맹이를 짚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매년 하는 얘기가 똑같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셈이다.

기부변화 관련 문제만 봐도 마찬가지다. 환경부·산자부·전경련·에너지관리공단·지구환경연구소 등 각계 분야에서 막대한 예선을 쏟아 대안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데 모아보면 똑같다. 그 이유는 첫째, 큰 그림을 볼 줄 모르기 때문이고 둘째, 근본적으로 일하는 방식이 틀렸기 때문이다.

수돗물과 관련해서도 환경부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그에 앞서,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질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좋아졌음을 얘기하고 싶다. 냄새 난다, 배탈 난다는 것은 예전 얘기다. 정부 역시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 사이에서만 수돗물이 나쁘다는 선입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바로 모순이 있다.

정부는 수돗물이 좋아졌다며 마음껏 음용하라면서 한편으로는 매년 수천억, 수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수질관리에 쏟으며 은근히 아직까지도 수돗물 수질이 안 좋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년 막대한 예산을 수질관리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수원 문제나 폐수처리시설과 관련해 웬만한 시설은 거의 완료된 상황인 만큼 누군가는 낭비 사업이라는 말을 해줘야 하는데 아무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관계자들이 얼기설기 엮여 있음을 방증한다.

그 다음은 청계천. 처음 청계천 복원계획이 발표됐을 때 반대 입장이었다. 생태하천이란 건 개의치 않고 청계천 주변 몇 천 가구의 생계 터를 없애면서까지 복원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당시 복원계획에서 우리나라 기후특성을 감안했는지, 홍수가 나서 넘치면 어떻게 될지조차 고려된 바 없었다.
종전 계획에서 많은 수정을 거쳐 현재의 청계천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나마 우려했던 부분이 줄어든 것이지 아직도 걱정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10%의 우려가 1%로 낮춰졌지만 언제라도 유례 없는 태풍이 분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세민환경연구소 홍욱희 소장은…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 생물공학(석사)과 미국 미시간대학교(환경학 박사)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전력 환경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현재 홍 소장은 그간 관심을 쏟아온 새만금 사업을 제대로 마무리짓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만금과 같은 거창한 문제 역시 한 발짝 물러서서 전반을 내다보고 진두지휘할 사람이 없음을 아쉬워하며 리더가 아닌 안을 만드는 전략가로서의 활동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재옥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