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단양이라는 소도시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단양8경으로 유명한 곳이죠. 거기에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곳에 동전을 넣으며 즐거워했습니다. 저도 그랬죠. 그러면서 이런 즐거움, 새로움을 도시의 삶 한가운데서는 느낄 수 없을까 반문하게 됐죠.”

최근 ‘과정 미술’이라는 색다른 형식의 맛을 느끼게 한 전시 ‘비밀의 정원’전을 열어 주위의 이목을 끌었던 오진선씨.

그는 자신이 사는 도시 공간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진실한 삶의 모습을 갈구하고 있다.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인간의 삶의 공간이 ‘편리함’이나 ‘문명’이라는 명분으로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가 하고 끊임없이 되묻는다.

단양에서 본 작은 연못이 도시 한가운데 있을 수는 없을까. 우리는 애써 관광지를 찾아야만 삶의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의문이 낳은 작업이 바로 ‘아스팔트 연못’이다. 그는 서울 명륜동 길을 오가면서 맨홀로 움푹 파인 웅덩이를 발견했다. 순간 여기에 작은 연못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곳에 물을 붓고 꽃잎을 띄웠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상상 외의 반응을 보였다. 혼자만의 상상력으로 시도한 것뿐인데 사람들이 큰 볼거리처럼 몰려들고 단양에서 하듯 동전을 던지며 즐거워하고 혹은 소원을 빌기도 하는 거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호응에 사람들도 결국 자신의 생각처럼 삶의 한가운데서, 그 한가운데가 아스팔트로 온통 뒤덮인 대도시일지라도 물이 들어 있는 작은 연못, 꽃잎을 띄우는 마음이 ‘고팠다’는 사실을 처절히 깨달았다.

그래서 그의 ‘아스팔트 연못’은 계속됐다. 지난해 가을에는 영국대사관 가는 길목에 맨홀이 있는 작은 웅덩이를 발견했다. 거기에 그의 작은 연못을 만들기로 했다. 생수 협찬을 받아 낙수식까지 했다. 물론 혼자서. 그 위에 낙엽을 띄었다. 그리고 연못 옆에 텐트를 치고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주일간 연못 관리인이 됐다. 작은 낚시 의자를 갖다놓고 차를 끓여 마시면서. 직장이 밀집해 있는 곳이라 점심시간에 그곳을 지나던 사람들이 무척 좋아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연못에 와 방명록을 남기고 갔다. 방명록에는 예쁜 글들이 많이 실렸다. 이 점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자신은 작은 연못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그 연못을 보여주고 일주일간 그 연못 관리인으로서 살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의 ‘비밀의 정원’은 홍대 근처 미용실 앞으로 이어진다. 하루는 머리 파마를 하러 갔다. 미용실 주인은 가게 앞에 여러 화분들을 진열해 놓았었다. 도시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연을 가까이 하려고 애쓴다. 화분을 놓는 일이 그런 것 중 하나라고 생각됐다. 작은 화분들에 만족해야 하는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아예 화분을 없애면서 자연을 차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미용실 앞은 아스팔트 길.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스팔트가 오래돼 땅이 드러난 네모난 공간이 있었다. 그는 거기에 꽃을 심기로 했다. 식수를 하고 물뿌리개를 옆에 놓는 것까지가 그의 작업이었다. 하지만 작품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차를 몰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차를 세운 채 꽃밭을 구경하기도 하고, 물뿌리개로 물을 주고 가기도 했다. 꽃밭 주위를 둘러싸고 꽃을 구경하기도 하고. 이번에도 사람들은 의외로 적극적이었다.

세 번째 그의 생각은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머물렀다. 삭막한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라는 이기는 사람들을 잠시 가둔다. 사람들은 어쩔 수없이 갇혀야 한다. 억압을 감수해야 한다. 조금이나마 답답함을 덜어주기 위해 그는 엘리베이터에 등나무 넝쿨을 설치했다.

아파트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한 대로다. “정말 새롭다” “기분 좋다” 하나같이 즐거워했다. 그의 작업은 엘리베이터에 등나무를 설치한 것까지였다. 하루는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공교롭게도 그 할머니가 입은 꽃무늬 재킷과 흰머리, 여유로움이 등나무와 함께 따사로운 편안한 정감을 전해줬다.
그래서 할머니를 모델로 정했다. 그 작품이 바로 ‘엘리베이터 가든’이다.

그는 계속 이런 일상적 도시의 삶에 딴죽을 걸 생각이다. 서양화· 시각디자인·조각·과정미술 등 미술 양식이 다 동원된다. 그의 생각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방법으로 수단을 가리지 않고 표현하고 싶다.

최근 그의 전시는 과정미술을 보인 것이어서 작업하는 사진이 전시돼 사진전인지 그림 전시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의 다음 전시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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