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식품안전사고에 이어 최근 급식으로 인한 식중독으로 유난히 분주해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 김태홍 위원장이 임명된 지 얼마 안 돼 터진 일이라 더욱 책임감이 막중하다. 쾌적한 환경,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조성하기 위해 어찌 보면 ‘고군분투’해야 할 김태홍 보건복지위원장에게 앞으로의 환경, 그리고 보건·복지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사진1]“학교 급식 식중독 사고나 지하철·실내공기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환경의 문제다, 보건의 문제다 말들이 많지만 이들은 결국 하나의 문제입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급식사고의 경우 ‘예고된 사고’라고 전하며 그 외에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의 발단은 국민의 삶의 질과도 직결되며 현재 우리나라 보건·복지 예산이 OECD 30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삶의 질이 낮은 상황에서 급식사고가 발생하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해야 할 때”

김 위원장은 온갖 식품안전사고로 식품안전처 신설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별 기대를 안 한다고 전한다. 근본적인 문제, 적은 예산과 적은 인력조차 해결하지 않고 기구만 새롭게 만든다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
“이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일 때와 1만 달러일 때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소득수준이 1만 달러에 머물 당시만 해도 개발이 우선이었고 그랬기에 건설을 먼저 하는 게 급선무였지만 소득수준이 5만 달러가 돼도 그럴까요? 건설·산업에는 신경도 안 쓸 겁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예술과 문화이고 골동품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겠죠. 물론 먹을거리와 관련 사고는 뉴스거리도 안 될 만큼 철저히 관리되고 식품안전에 쏟는 예산도 현재의 10배 이상은 오르겠지요.”
[#사진5]김 위원장은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의 발상으로 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1만7000달러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말이다.
유난히 학교급식에서 식중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또한 그만큼 가장 저렴한 단가로 운영되기 때문인 상황에서 보건복지 예산을 늘려 질적인 개선을 이룰 생각은 않고 기구만 떼었다 붙이는 게 무슨 의미냐고 반문한다.
결국 김 위원장은 현재의 예산으로는 (학교)급식문제의 질적인 개선이 어렵다고 전한다. 적은 인력, 적은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하지만 똑같은 재료를 어떻게 안배하는지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전한다. 1만7000달러의 국민소득에 걸맞은 환경과 복지예산을 배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오염된 환경보다 오염된 마음이 더…”

“환경을 살리기 위해 중요한 건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그 무엇보다 마음이 오염된 게 가장 큰 문제 아닐까요. 온갖 오염이 세간에 알려지고 충격을 안겨줘도 개선이 안 되는 것 또한 이미 사람들의 마음이 오염됐기에 무감해진 탓이죠.”
김 위원장은 심리적인 공해 역시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얼마 전 감명 깊게 읽은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오래된 미래’의 내용을 전했다. 티베트의 라다크라는 조그마한 마을 얘기로, 평화롭고 조화로웠던 공동체에 서구문명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경쟁하고 서로를 질투하고 물건에 집착하는 등 서서히 라다크 마을 고유의 문화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목격한 저자가 ‘라다크 보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소개한 내용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오래된 미래’는 오래전의 공동체가 바로 우리의 미래, 즉 과거의 환경이 미래가 돼야 함을 의미한다.
“저는 이제까지 종교 없이 살아왔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 조상이 나무를 보며 절을 하고, 산을 보며 절을 하는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공동체가 사람 사는 사회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구나’하고 말이죠. 예전에는 무생물까지도 바로 공동체의 일원이었죠. 나무와 사람, 돌과 사람이 이미 교감을 이룬 상황에서 어떻게 그들을 함부로 파괴할 수 있겠어요.”

“건강 비결은 워킹과 마인드컨트롤”

[#사진3]그렇다면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할 김 위원장은 정작 본인의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집에 러닝머신을 사놨어요. 이틀에 한 번 4㎞ 정도 워킹을 하는 게 건강관리의 비결이죠. 그 외에는 ‘마인드컨트롤’을 한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정신건강을 중요시 하는 김 위원장이 하는 마인드컨트롤은 고개를 한 번 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개를 한 번 돌리면 다른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모두가 살면서 스트레스와 고민·분노를 느끼게 되는데, 이 모든 것에 다 대응해 나간다면 병에 걸리는 게 당연하겠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고개를 돌려보면 마음의 여유와 함께 또 다른 세상이 보이게 됩니다. 집착을 버리면 마음은 편해집니다. 물론 저 역시 아직까지는 흉내만 내고 있지만 말이죠.”
그런 그의 마인드컨트롤 덕분에 지난 5·31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의정활동에 있어서의 그 어떤 결과에 대해서도 여유를 갖고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자리한 이상 한 가지 욕심을 버리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바로 국민 모두를 위한 복지예산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로, 임기 내에 반드시 해결하고 물러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복지 지출이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할 뿐 아니라 복지와 양극화, 세계 속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높여나가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사진4]◈다음은 김태홍 보건복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1. 우선 17대 후반기 보건복지위원장이 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간략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시각장애인들이 한강을 가로지르는 마포대교에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농성하던 지난 6월 20일 보건복지위원장에 선출됐고,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학교 급식 문제가 터졌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경제적 성장 못지않게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시스템을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사회양극화 해소,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정책, 국민연금개혁, 한·미 FTA 문제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현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쏠려 있는 만큼 여야 의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보건복지위원회에 소속된 여야의원들이 어느 때보다 우리 위원회가 직면한 현안에 대한 해결 의지가 높습니다. 따라서 여야를 떠나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앞으로 어떻게 의정활동을 해 나갈 것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관기관은 인력과 예산에 있어 국내 최고의 대기업 못지않은 규모입니다. 소속 직원만 해도 2만9481명, 한 해 예산은 40조4778억원에 이릅니다.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늘어나면서 위원회의 역할 또한 증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지출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한 실정입니다. GDP 1만 달러 달성 시점의 사회복지지출 비중을 예를 들면 OECD 평균이 20.1%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8.7%에 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복지 재정이 국가 재정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확대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편 보건복지부가 사회정책 총괄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3. 현 보건복지 분야에 있어서의 중점 현안을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진행된 신자유주의화 물결로 인해 소득·고용·산업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 양극화 해소,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또한 일자리 확보를 통한 소득 증가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차상위계층 의료급여 확대, 건강보험 체납자 지원, 경로연금과 장애수당 확대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끝으로 출산과 양육에 장애가 되는 환경들을 제거해 나간다는 기본원칙 하에 자녀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습니다. 또한 고령화 대책에 있어서는 먼저 노후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얻어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노후 소득보장 체계 재정비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4. 환경부에서도 올해를 ‘환경보건의 원년’으로 선포했을 만큼 환경과 보건의 연관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견해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간략히 짚어 주신다면.

>>>환경-보건의 관계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연관성이 깊습니다.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새로운 질병이 나왔다거나 환경 악화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보고서도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
최근 환경성 질환으로 고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아토피는 우리네 삶 깊숙이 침투해 있는 환경성 질환에 해당하는 것으로 맘 놓고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이 아토피로 고생하는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습니다. 이밖에도 새집증후군, 산모의 유산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질환에 대해서도 정책적 대안이 모색돼야 할 것입니다. 이 같은 환경질환은 친환경적인 주변 환경 조성과 공공보건의 강화에 그 해결책이 있다고 봅니다. 정부가 내세운 ‘환경보건의 원년’도 단순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환경과 건강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으로 국민 생활에 투영돼야 한다고 봅니다.

5. 끝으로 국감도 다가오는 중요한 시점에서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의 계획과 각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보건복지위원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 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은 총 245건에 달합니다. 전반기 2년 동안 총 386건이 제출됐으나, 이 중 60건만 가결됐다는 사실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후반기 위원회에서는 전반기에 미뤄놓은 민생 법안 처리에 우선 주력할 것입니다. 또한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국정감사와 상임위 활동으로 국민 곁으로 직접 다가가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직접 도움이 되는 보건복지위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담=김익수 편집국장·정리=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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