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비에 울고 더위에 짜증을 내고 있다. 불과 얼마 전 풍수해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고, 미약하나마 서서히 수해로 인한 복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비로 인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젠 폭염에 가까운 더위에 맞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외부활동을 자제하라는 방송이 나오고, 지역에 따라 더위로 목숨을 잃은 사건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는 10년 전 여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로, 지금은 비일비재하다.

예전에도 매년 여름이면 장마나 태풍, 더위가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순식간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덥다고 한들 더위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내용은 일부 외신을 통해 전해들을 수 있을 뿐이었고, 장마로 인한 심각한 피해도 매년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이 무서울 만큼 찜통 같은 더위와 장마, 그리고 태풍에 시달리고 있다. 계속되는 극성스러운 날씨로 기상청의 예보가 신뢰도를 잃어가고 있고, 외부활동이 주를 이루는 농사꾼들은 마음 놓고 일을 할 수가 없다. 냉방기기의 사용으로 전력소비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시민들은 열대야로 인해 밤잠을 설쳐 생활의 리듬감을 잃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올해뿐만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제는 한 해를 보내면서 당연히 치러야 하는 과정이라고 여겨야 할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대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을 천재(天災)라 칭한다. 천재가 아니라면 인재(人災)다. 인재는 인간 때문에 발생하는 재해다. 과연 이번에 발생한 수해나 폭염이 천재일까. 인재라 함이 맞을 것이다.

인간의 생산 활동으로 빚어진 결과로 발생한 것이라 보는 게 타당하기에 하는 말이다. 석탄연료계의 사용과 각종 오염물질의 배출, 그리고 산업 활동으로 인한 자연파괴가 지구 본연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변화시켰고, 이 때문에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인이 인간이고, 전 지구적으로 국지적인 변화가 모여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지역에 국한된 해결책이 우선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보다 넓은 관점에서의 접근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지역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여건에 맞는 방지대책들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요, 이를 뒷받침할 제도정비와 더불어 최선책을 찾기 위한 심도 깊은 연구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진행해야 한다. 이것은 단기적이고 국지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전 지구적 관점에서의 접근은 개발 중심적 생각과 편리함만을 따져가는 의식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신속하게 조금 더 편하게’라는 생각은 지구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지구의 파괴가 불러오는 인재를 언제까지 천재로 치부하며 개발의 당위성을 높일 것인가. 이젠 좀 불편하더라도, 시간이 좀 소요될지라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가자.
지구보전만이 기상이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궁극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음을 잘 알지 않는가. 일례를 들자면 범지구적인 협약들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반면 개도국과 후진국들은 ‘왜 기존 선진국 때문에 발생한 문제에 우리가 희생돼야 하느냐’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당연한 주장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의 희생에 대한 대가를 전제로 하더라도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
갈수록 거세질 이상기후현상, 사막화, 해수면 상승이 불러올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양보할 부분은 과감히 양보해야 하는 것이다.

첫술에 배부르긴 이르겠지만 내년 여름에는 올해 같은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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