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서는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영화는 현대인에게 가장 친근한 매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만큼 영화를 통해 오락적인 요소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교육적인 내용들을 담은 작품들이 수없이 생산되고 있다. 환경 역시도 영화를 통해 많은 메시지들이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보여지는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연과 어울려 삶을 영위하며 그 진솔한 모습을 담아내고자 하는 애쓰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김성환 감독이다.
<편집자 주>

[#사진1]“현대는 소비가 환경파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대중적인 매체라 할 수 있는 영상물들에 자연과의 관계를 담은 실제적인 모습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광고 등 대부분의 영상물들이 자본의 논리에 잠식돼 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올해의 인권영화상’을 수상했던 ‘김종태의 꿈’과 이듬해인 2004년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우리 산이야’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했던 김성환 감독의 아쉬움 섞인 한마디다. 김 감독은 그 이후 뚜렷한 자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그에게는 화려한 수상내역과 시원스러운 돈벌이보다 영상을 통해 꾸밈없는 자연과 삶의 모습을 담고 그것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며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이다.

김 감독은 “삶에 대한 진솔하고 잔잔한 이야기는 상업적으로는 별 도움이 안 되지만 하나의 정보가 될 수 있고 또 그로 인한 즐거움을 전달해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환경에 대한 다양한 영상물이 많이 만들어져도 그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적다. 관객들이 쉽게 접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많아져야 한다”며 안타까워한다.

그렇다면 그가 환경영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사실 그도 처음부터 환경영화를 찍겠다고 작심한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처음엔 단순히 영화를 위한 소재를 찾다가 환경을 접하게 됐지만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다”고 언급하고 “굳이 환경이라고 분야를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은 듯싶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면 환경은 기본적이며 본질적이다. 따라서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안에 환경이 포함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현재의 세상이 너무나 반 환경적이라 내 영화가 환경영화로 받아들여지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개발을 반대하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직접적인 주제보다는 자연 속에서 즐겁게 살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환경을 지키고 보전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주는 공해라 생각합니다.”

그의 말처럼 그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환경적인 메시지나 뛰어난 작품성이라기보다는 상상이나 현실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전달하고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현재 강원도 원주에서 프리랜서로 방송 일을 하고 있으며 ‘집’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다. 볏짚으로 집을 짓는 과정을 보여주며 집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하는 것으로 동물들은 자연을 이용해 집을 짓는 데 반해 인간은 집을 짓는 과정을 통해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 김 감독의 기획 의도다. 김 감독 자신도 이번 작품이 언제쯤 완성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의 의도대로 ‘몇 평에 얼마짜리 집’이라는 시대적 이슈를 넘어서 ‘집’의 근본적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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