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이 다가오면서 각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촉각이 곤두서다 못해 민감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회나 언론을 대상으로 혹시나 자신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진 않나, 가사화되지는 않았나를 확인하고 있다.
한 명 한 명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소속된 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의 다양한 정책과 사업에 대해 ‘평가하고 잘못을 꼬집고 대처방안을 찾으라’는 주문을 할 것이니 만반의 준비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 시즌이야말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자신들의 보도 내용이나 목소리를 최대한 어필할 수 있는 기회다.
언론이나 국회나 정부기관 모두에게 ‘소중하고 뜻 깊은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결코 이 시간을 단지 잘못된 모습만을 들춰내는 것으로 삼지 말아야 할 것이며, 생산적인 논의의 장으로 부각시켜 사회적인 활력소를 창출하는 상호보완적 시간으로 봐야 할 것이다. 또 이 시즌이 지나면 그만이라는 관념에서 탈피해 춘하추동 변함없이 따라다니는 꼬리표라고 여겨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위한 각자의 소임과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 걸까. 논객마다 다양한 의견과 충고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낼 것으로 안다. 여기서 우리는 관(官)의 충실한 대응에 대해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이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펼쳐온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 오해나 비판이 일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해명이나 대책을 내놓는다. 민간단체나 지자체 혹은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전해지는 건의사항도 많겠지만, 특히 언론의 보도내용에 대한 반박이나 해명자료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잘못된 부분이나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다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당연히 해야 할 권리이자 의무다.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 당당해야 한다. 혹시라도 자체적인 무마를 위해 음성적으로 해결코자 하거나, 더 이상의 사회적 이슈화를 피하기 위해 입장표명을 기피하거나, 잘못을 지적받은 당사자들에게 대처할 시간적 여유를 준다거나 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러한 일이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된다. 또 이런 경우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노라고 믿고 싶다. 밑바닥부터 탄탄한 공신력으로 쌓아 올려야 할 관이 일부 사사로이 행해지는 행태를 보일 이유가 없기에 말이다. 더구나 우리 관이 사업과 정책의 효용성과 효과를 알리는 데만 급급하고, 자신들의 잘잘못은 최대한 숨기려 한다는 오명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부 사안에 대한 환경부와 소속기관의 대응이 미온적이거나 엉뚱한 모습을 보여 당당함이 흔들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이는 본지에서 다룬 ‘국가기관의 감염성폐기물 관리 소홀 문제’나 아직까지 마땅한 처리방법이 없어 보관하는 실정에 급급한 ‘PCB 처리에 대한 의혹 기사’에 대한 입장표명에서 알 수 있다. 감염성폐기물 관리 소홀에 대해 적극적인 확인보다 시간 벌기를 보인 환경부. PCB 처리에 대해 본지 인터넷 홈페이지 독자마당으로 해명자료를 보내온 한강청.
왜 소극적이고 정례를 벗어난 모습을 보이는지 궁금하고 아쉽다. 이것이 도리어 의구심과 의혹들을 부풀리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이제까지 쌓아온 공든 탑이 이를 계기로 흠집이 나는 건 아닌지….
탄탄한 댐도 조그만 금으로 인해 무너질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관의 당당한 모습을 기대하며, “정부가 당당하니 국민들도 당당해 하라”는 말이 우리 마음에 깊이 새겨질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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