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납북자 관련 특별법’은 지난 2000년 11월 국회에서 강삼재 의원 등이 ‘납북자 가족 생활안정지원법안’과 2003년 12월 이주영 의원 등이 ‘귀환납북자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했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최병국 의원 등이 ‘귀환 납북자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특별법 제정 권고가 있자 통일부와 행자부는 서로 ‘핑퐁 게임’식 주도권 잡기 싸움으로 2년여를 허비해 납북자 가족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내용을 보면 통일부는 ‘납북자 가족의 지원업무는 국내 업무니까 행자부에서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고, 행자부는 ‘납북자 송환과 생사 확인을 통일부가 하고 있으니 지원업무도 통일부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싸움의 결과 지난 7월 19일 ‘전후 납북피해자 지원법’의 입법예고도 두 부처 장관이 동시에 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고, 8월 31일 정부와 여당의 당정협의회에서는 이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번에 입법 예고된 지원법은 먼저 납북자의 생사확인 및 송환, 상봉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명시했다. 또한 미귀환 납북자 가족과 3년 이상 납북됐던 귀환 납북자 가족에 대한 피해 구제금 지급과 납북을 이유로 국가공권력에 의해 사망 또는 상해를 입은 경우의 국가적 보상, 의료 지원금 지급, 귀환 납북자의 생활·의료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지원법 제5조에는 납북피해 구제 및 지원 업무를 심의하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납북피해 구제 및 지원심의위원회’를 설치하게 돼 있고, 위원장 1명을 포함해 9명 이내의 위원을 구성토록 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납북피해자 해당 여부 조사 및 결정, 피해구제 및 보상결정사항 심의·의결, 귀환 납북자 지원결정 심의·의결, 납북자 문제 실태조사 등의 권한을 갖게 된다.

또한 위원의 구성은 법조계(판사·검사·군법무관·10년 이상의 변호사), 학계(인권·남북관계·납북문제 전공 5년 이상의 조교수 및 교수), 관계(인권·남북관계·납북문제 담당 3급 이상 공무원) 등으로 구성토록 하고 있다.

한편 이 법안의 통과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납북자단체는 납북피해 구제 및 지원심의위원회의 권한과 임무가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납북자 가족의 의사를 위원회에서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후 40여 년 동안 납북자 가족은 가족을 잃은 아픔과 함께 국가 공권력에 의해 공무원 임용·선원수첩·군대 배치·출국 등의 신분상 피해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황에서 감시를 당했고, 심지어 고문·폭행 등의 상처와 후유증으로 사망까지 하는 등 피눈물의 세월을 보낸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국민 보호 의무를 방기한 것은 물론이고 관련 법 제정을 놓고도 부처의 조직 이익만을 위해 2년여를 허비하다 심의위원회마저 납북자 가족의 의사를 반영하는 통로를 차단하는 우를 범했다.

전후 납북자 가족 중 전모씨는 “지난 40여 년 동안 480여 명의 납북자 및 가족이 남북의 체제 경쟁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생명과 인권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데 어떻게 이번 지원법에 의한 지원·보상으로 치유될 수 있겠느냐”며 암울하게 지내온 세월을 되새겼다
그러나 그는 “작금의 현실로 볼 때 여기까지 진전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정치권도 이 법률안만은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납북자 및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려 올해는 이 법률안이 꼭 통과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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