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1993년까지는 주로 정치·사회·역사 문제를 그렸지요. 동학에서 제주 4·3사태, 분단문제를 그리다 DMZ 국토의 상처에 이르는 환경문제까지 왔습니다.”

화가 김재홍이 처음 동강을 찾은 건 동강을 그리려고 간 것이 아니었다. 동강댐 건설 찬반 논란이 거셀 때 동강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러 갔던 거였다. 우연히 동강댐 반대론자로 얼굴이 알려진 동굴탐사가 석동일씨와 같이 동강마을을 찾았다가 댐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들로부터 테러를 당하게 됐다. 수자원공사의 보상 몇 푼에 현혹돼 댐을 찬성하는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거기서 만났고 한편으로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동강의 아름다움을 만났다.

그의 동강전은 요즘 프랑스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2월 프랑스 마르세유 옆 소도시 라시오타에서 그의 동강 작품 30여 점이 전시됐으며 내년 말까지 프랑스 순회전이 기획돼 있다. 지난 겨울 라시오타에 초청됐을 때 그의 그림 전시로 온 도시 전체가 축제를 열고 있었다. 그는 요즘 한국에서보다 프랑스에서 더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동강을 그리면서 동강 속에 사람들을 넣었어요.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조상들을.”

그의 동강 그림은 숨은그림찾기 같다. 언뜻 동강의 한 부분을 그렸는데 그림을 ‘읽다’보면 그 속에 동강 사람들이 들어 있다. 동강의 할머니, 아이 업고 물동이 이고 가는 아낙의 옆모습 뒷모습, 여동생을 업고 있는 오빠, 주름진 할아버지가 보인다. 어른들은 금방 찾을 수없는 숨은 그림을 아이들은 금방 찾는다. 그의 ‘그림 속의 숨은 그림-동강전’은 관람객이 2만 명이 넘었다.

“당시 전시에서 아이들을 새롭게 보게 됐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그림을 진지하게 보는지….”

그는 그림책 ‘동강의 아이들’(길벗어린이)을 펴냈다.
이 책으로 그는 ‘에스파스 앙팡’상을 받았다. ‘에스파스 앙팡’은 책 마을로 유명한 스위스 발레에 본부를 둔 어린이문화재단. ‘에스파스 앙팡’상은 전 세계 어린이 책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 단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시상한다. 침팬지 전문가인 제인 구달을 비롯해 제르다 뮐러 등이 역대 수상자들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작품도 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환경문제가 작품에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죠.”

지리산 노고단에 올라갔을 때 내려다 본 광경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어지지 않는다. 도로가 어찌나 많던지 산맥이 끊겨 있는 모습은 큰 충격이었다. 그때의 영감이 ‘사람의 몸’으로 태어났다.
2004년 ‘에스파스 앙팡’상에 이어 지난 6월 팬터지 동화 ‘고양이 학교’(문학동네)로 김진경씨와 함께 프랑스 아동 청소년 문학상인 ‘앵코뤼티블 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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