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과 영혼의 평화를 위한 책, 이웃과 사회를 만나고 사람과 자연, 사람과 신과의 평화적 관계를 추구하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진1]샨티출판사 박정은 실장은 녹색연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녹색연합에서 발행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창간멤버다. 7년여간 환경운동을 하면서 목적성을 지닌 삶에서 간혹 느끼는 공허에 고갈돼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떤 방법으로 충전해야 하나? 개인의 평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평화를 줄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옆 사람은 고통스러운데 혼자 평화로울 수 없는 것도 맞는 이치.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책 만들기를 시작했다.

샨티에서 나온 책을 보면 책이야기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느껴지는 책들이 많다.
최근에 환경도 살리고 돈도 벌며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쓴 책 ‘굿뉴스’라든가 건축회사 이야기인데 새로운 방식의 회사 모습을 보여준 ‘사우스 마운틴’, 사형제 폐지를 사형수에 대한 용서의 기쁨 그 깊이로 역설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화천 선이골에서 5남매를 키우며 살아가는 일곱식구의 이야기 ‘선이골 외딴집 일곱식구 이야기’ 등.
책 만드는 기준 첫 번째는 ‘내가 읽으면서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충족시켜야 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할 수 있는가’이다.

박 실장은 책을 만들 때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내가 성장하고 행복한가? 타인에게 권할 만한가?’

매년 10여 권의 책을 만들면서 가장 인상에 남는 책은 역시 ‘선이골 외딴집 일곱식구 이야기’. ‘선이골~’은 2004년 우수 환경도서, 2005년 다음 100년을 살리는 120권의 환경책으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일곱 식구는 전깃불도, 우편집배원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농사 짓고 나물 캐며 책 읽고 동·식물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 전깃불 대신 촛불을, 전화 대신 편지를, 학교 대신 자연을 택하면서 더 행복해진 일곱 식구가 철 따라 엮어낸 사람내 물씬 나는 이야기다. 지난해 책의 저자인 5남매의 어머니 김용희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됐었다.

박 실장은 이 책은 ‘색다른 경험’이라고 말한다. 책 만드는 과정부터 색다르다. 저자가 일정량의 원고를 작성해 그에게 우편으로 보내면 그는 편집자의 의견을 보태 다시 우편으로 보내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히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일어나는 일상의 심경 변화도 저자와 나누면서 편집자로서 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저자의 친구가 되고 저자의 집 식구가 되는, 그 집의 삶 속으로 들어가 살았던 시간들이었다고 회고한다.

어디나 인터넷이 되고 파일이 전해지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요즘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방식으로 책을 만들었던 것이다.

선이골이 대표적인 경우지만 박 실장은 대부분 책을 만들 때 저자와 깊이 만난다.
65세 안나 할머니의 국토 종단기 ‘내 나이가 어때서?’도 그렇다. 1년 반 정도 책을 만들면서 안나 할머니와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됐다. ‘내 나이가~’는 황톳길과 푸른 보리밭을 걸어보고 싶어 길을 떠난 할머니의 해남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23일간의 여정을 글과 사진으로 담은 책. 그 여정은 지난날을 반추하는 여정이자 자신과 남을 용서하는 여정이다. 삶에 대한 감사와 희망 사이사이로 할머니의 재기발랄한 실수담이 우리를 울다가 웃게 한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방식도 좀 다르다. 이곳은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박 실장은 회원제도를 안내한 후 회원이 되겠다고 하겠다는 분을 만날 때마다 더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체험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사람의 큰돈을 받아 그 에너지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여러 분들이 고루 나눠주시는 선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만들어가는 출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는 회원이 3000명 정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떤 책을 내야 잘 팔릴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책을 낼 때 나무에게, 회원님들께 부끄럽지 않을까 고민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평생회원(회비 50만원)과 기업회원(100만원)이 되면 그 순간부터 샨티에서 나오는 모든 책을 받을 수 있다. 발행되는 책마다 ‘도움주신 분’으로 기록된다. 일반회원(회비 10만원)은 샨티의 책 15권을 받을 수 있다.

샨티는 책만 보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삶을 나누고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일명 ‘어른이 놀이터’. 지난 6월 비폭력 대화 강좌를 열기도 했다. 독자들과 좀 더 편안하게 만날 수 있고 즐겁게 몸과 마음과 영혼의 평화를 찾아가는 열린 공간을 갖는 게 꿈이다.

이 ‘어른이 놀이터’에서 비폭력 대화 강좌라든지 미술치료 모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 같은 책이 나오면 용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토론의 장 등 우리 삶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21일에는 회원들과 함께 가을산행을 한다. 북한산을 오르며 산행을 마친 뒤 구파발 흥국사 근처 예쁜 흙집 ‘숨산방’에서 뒤풀이도 갖는다. 이곳에 오면 대금 연주도 들을 수 있다.

·샨티출판사 블로그 http://blog.naver.com/shantibooks

<샨티의 책 3권> ----------------------------------------------

《굿 뉴스》나쁜 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 책
데이비드 스즈키·홀리 드레슬 지음/ 조응주 옮김

[#사진2] 친환경 요리로 연매출 500만 달러를 올리고 손님들과 함께 환경만찬회를 여는 등 환경도 살리고 돈도 버는 화이트 독 카페 이야기, 벌목을 하면서도 그 지역에 사는 곰과 연어, 새, 나무 등을 보존하는 지혜로운 방법, 포식동물인 코요테를 풀어 오히려 목초지를 복원한 앨런 새보리의 경영 이야기 등 한 개인부터 대기업, 단체, 정부 등이 만들어내는 신나고 즐거운 녹색 소식들로 가득한 책이다. 꽃을 해치지 않고 꿀을 모으는 꿀벌처럼 지구를 해치지 않고도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이 자신도 즐겁게 살면서 환경도 살리고 사회에도 기여하는 상큼 발랄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영혼의 부족, 코기를 찾아서》
‘세계의 심장’에서 들은 깊은 영혼의 메시지
앨런 이레이라 지음/ 이태화 옮김

[#사진5]스스로를 인류의 ‘형님’이라고 부르는 종족, 코기 인디언. 이 책은 저자가 그들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찾아가기까지의 과정, 그들과의 어려운 만남을 이어가면서 그들의 메시지와 일상을 필름에 담은 과정, 그들의 생각과 신비를 이해하고 탐구해 가는 과정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쓴 것이다. 실제로 이 전 과정은 이미 BBC를 통해 방영됐으며, 이 책은 필름에 담기 어려운 세밀한 부분들까지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다큐멘터리 기법의 글쓰기는 읽는 이를 흥미진진한 탐험의 세계로 이끌고 있으며, 역사와 철학·종교·신화·지리학·생물학 등 박학하게 동원된 지식은 읽는 이에게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한껏 선사한다.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
존 에이브램스 지음/ 황근하 옮김

[#사진4]일과 놀이가 분리되지 않고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 경제적 풍요와 내적 풍요를 동시에 이뤄갈 수 있음을 보여준 한 작은 회사의 아름다운 성공기.
이 책에 실린 사진 중에 ‘이것을 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이 있다. 사우스 마운틴 건축 회사의 한 직원이 마치 놀이기구를 타고 낙하하듯 모래더미 위로 뛰어내리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다. 아마도 건물을 짓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사진의 간단한 설명 그대로, 사진 속 사람이 놀고 있는 것인지 일하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멋지다. 그러나 이뿐이 아니다. 더 놀라운 일들이 이 회사에서는 벌어진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