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마지막이 될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이미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기관도 있고 16일부터 국감을 시작한 기관도 있으나 시작 시점과는 상관없이 1년에 한 번 치르는 시험과 같은 ‘국감’이라 긴장감이 감도는 건 여느 기관이나 마찬가지로 보인다.

여차여차 추석으로 인해 9월에 열리던 국감은 10월로 미뤄졌고, 북 핵실험 문제까지 터져 당초보다 이틀이 연기되는 등 예년과 비교해 한 달 가까이 미뤄진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국정감사는 피감기관은 물론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에게도 여간 달갑지 않은 일이다.

국감이 미뤄지면서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늘었다는 것. 당장 북핵문제가 터지면서 환경부 국감 첫날부터 그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이 쏟아진 것만 봐도 국감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이 얼마나 즉흥적(?)인지 알 수 있다. 물론 다른 부처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북핵이 이번 국감에는 득이 됐다 싶을 정도로 과학기술부나 국방부 국감에서는 거의 북핵 문제가 도배하다시피 했다. 환경부 국감에서도 ‘북핵’이 아니었다면 무슨 감사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단연 화두였다.

물론 북핵문제가 심각하고 현 상황에서 가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의원들은 무엇을 준비했는지, 준비한 게 북핵에 묻힌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이번 환경부 국감은 첫날부터 ‘긴장감 제로’ 국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도 지치고, 피감기관 관계자들도 지치고… 기자들조차 지쳐버린 국감이다. 국감 첫날부터 느껴지는 살벌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첫날부터 모두들 지쳐버렸다.
그렇다고 이른바 ‘쌈박한’ 거리가 나왔던 것도 아니다. 북핵이 안 터졌다면 무슨 얘기가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북핵에 대한 대처나 수질안전, 원자력 관련 문제가 급조(?)됐으며, 이치범 장관 역시 별 부담 없이 대책도 마련돼 있고 더 이상의 답변이 안 될 즈음에는 환경부에서의 관할은 적다는 말로 얼버무리면 그만이다.

녹초가 된 피감기관 담당자들의 얼굴을 보자니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본질을 따져보면 이렇게 모두가 혼미한 상태에서 국감이 진행될 경우 결국 남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정작 국회의원들이 더 지친 탓인지 국감 당일에도 자료 배포조차 하지 않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국감 때마다 문제가 됐던 보여주기식 국감조차 이번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가 의욕이 없는 듯하다. 아무리 중요한 시험이라도 2~3시간 지나가다 보면 눈이 감기기 마련. 이번 국감에서도 여전히 고개를 숙이는 정책 담당자들이 있는가 하면 오죽했으면 점심식사 후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오후 한때 10분간의 휴식을 선포하기도 했다. 취재를 하던 기자들도 지쳐 자리를 떴을 정도이니 정작 당사자들은 얼마나 지쳤을까 싶지만 그만큼 국감 첫날부터 긴장감이 없었음을 방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피감기관인 환경부나 복지부 관계자들조차 ‘아무래도 밋밋해질 것 같은 분위기’라고 공통된 견해를 밝혔지만 밋밋해지길 바라는 의미에서 한 말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북핵문제가 현재로서는 가장 큰 문제인 것만큼은 사실이지만 1년에 단 한 번, 그리고 불과 20여 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그간의 업무를 감사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기관마다 길어야 반나절, 산하기관의 경우 짧게는 1~2시간만으로 감사가 끝나고 그간의 업무를 평가받게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국정감사라는 게 말 그대로 국회가 국정 전반에 대해 실시하는 감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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