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설치미술가 임옥상을 인터뷰하기 위해 도착한 서울 평창동 작업실에서 우연히 전만규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매향리 미공군 폭격장 주민 대책위원회 위원장. 11대째 매향리에서 살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 토박이’다.

스스로를 ‘촌놈’이라고 이야기하며 물고기를 잡는 어부인 그가 위원장이라는 직책으로 앞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자신의 고향인 매향리가 폭격과 소음으로 오염돼 가고 있었기 때문.

매향리 비극의 시작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이듬해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매향리 인근 구비섬에 사격장이 조성되면서부터다. 사격장에서는 로켓포·기관포·기총·레이저포 등 사격이 실시되는데, 그 폭격의 파탄과 소음이 매향리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매향리 주민인 전만규 위원장은 1998년 국가를 상대로 폭격소음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2004년 3월 대법원은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그 후 2005년 8월 매향리 인근 사격장은 폐쇄돼 포격의 소음이 사라진 지 1년이 지나고 있다.
“폭격이 사라진 지금 매향리에는 평화가 깃들고 있어요. 비행기 굉음과 포성에 시달리던 주미들은 조그만 다툼에도 이웃끼리 멱살 잡고 칼 들고 싸우기도 했지요. 이제 그런 모습은 사라졌어요.”

전 위원장이 임옥상 작가를 찾은 것은 포성이 멈춘 매향리 1년을 기념하는 평화음악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다. 다음달 10월 14일 개최되는 ‘매향리 평화음악회’(가칭)는 매향리 사격장 폐쇄 1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것으로 매향리에서 지역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음악회·시상식·조형물 전시회 등 각종 행사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 임 작가를 찾은 이유는 특별하다. 그들은 임 작가가 매향리 포탄을 용접해 ‘자유의 신 in Korea’를 만들 때 처음 만났다. 이 작품은 미국 자유의 여신상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사격장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매향리를 상징하면서 임 작가가 메향리에 세운 작품이다.

“사실 저 같은 촌놈이 예술작품을 접할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요. ‘자유의 신 in Korea’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매향리에 보이는 관심이 그전과 달랐죠. 작품 하나가 갖는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죠. 3000여 주민이 그렇게 목소리를 높였을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주민들도 ‘자유의 신~’을 보면서 힘을 많이 얻었어요.”

전 위원장과 임 작가는 이제 피폐한 매향리를 생태평화마을로 복원하는 일을 꿈꾸고 있다.
“포성은 멈췄지만 매향리는 그동안 너무 상처를 많이 입었어요. 이제 상처를 하나하나 치유하면서 자연을 살리고 평화가 깃든 마을로 다시 만드는 작업을 해야죠.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하지만 사격장이 폐쇄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환경오염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환경관리공단에서 환경오염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실정이에요. 토양이나 지하수 오염은 특히 심각한 실정이죠. 빨리 해결해 줬으면 좋겠는데….”
전 위원장은 자연환경이 뛰어났던 예전의 매향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정부 당국의 대처를 촉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진1]설치미술가 임옥상을 찾아온 전만규 매향리 미공군 폭격장 주민 대책위원장 부부. 전 위원장은 자신의 부인을 “촌뜨기에게 시집 온 것도 고생인데, 주민 대책위원장까지 맡으면서 생계를 짊어져야 했던 내 아내”라고 소개한다. 아내는 “전국적인 인물로 키워놨는데 말로만 그렇게 하고 사실은 그 공을 몰라 준다”고 응수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