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 전체의 39%…주변환경 이용하면 강남수준으로
“거점녹지 중심으로 ‘그린웨이시스템(GWS)’ 만들겠다”
서울숲 조성후 뚝섬 삶의질 급상승… 강동구도 가능


[#사진1]“강동구도 곧 강남·서초에 맞먹는 발전이 있을 겁니다.” 최용호 강동구 부구청장은 강동구의 발전을 자신했다. 그의 발전구상은 예상했던 바였다. 바로 강동구가 갖고 있는 환경 여건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최 부구청장은 “강동구의 녹지를 이용해 생태와 문화가 아우러진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는 강동구 총 면적의 39%가 녹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환경전문가 출신다운 생각이었다.

서울숲, 여의도공원, 월드컵공원 등 서울시의 공원녹지정책들을 진두지휘하던, 그리고 서울시에서만 25년을 근무한 최용호 부구청장. 과거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으로서 푸른 물감을 뿌리던 그가 강동구에선 어떤 물감을 뿌릴지, 그의 각오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우선 강동구 부구청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린다.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한 말씀.
“서울시에서 근무한 지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동안 환경과 생태라는 한 분야에서만 일해오다가 처음으로 모든 것을 관할해야 하는 강동구 부구청장으로 왔다. 강동구는 ‘해 뜨는 도시’라고들 한다. 서울시에서 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신동우 청장님, 강동구 직원들과 함께 강동구가 ‘살기 좋고 매력 있는 생태도시’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

-서울시에서만 무려 25년간 근무했는데, 가장 기억 남는 것은 무엇인지.
“25년이라면 내 인생의 절반이다. 성장기를 빼면 인생의 전부라 할 수 있는 기간이다. 여의도·월드컵 공원, 서울숲이 큰 업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이뤄낸 기쁨보다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이뤄가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해관계자에게 납치당해 감금당한적도 있고, 후에 서로 속내를 드러내고 같이 소주 한잔 마시면서 운 적도 있다.
최근에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민선 4기 (오세훈) 시장 취임 후의 일이다. 그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는 동이 나고 더 이상 나올 게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직원들과 함께 속초서 10시간에 걸친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후 수많은 아이디어들를 개발했다. 이는 전문가들에게서도 나올 수 없는 것들이었다. ‘서로 머리를 짜 힘을 모으면 안 되는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보람을 느꼈다.”

-강동구가 강남과 송파에 근접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는 이유는.
“서울시에 있을 때는 ‘강남·서초·송파·강동’ 이 4곳은 부자 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강동구에 와보니 지역여건이 열악했다. 가장 번화가라 할 수 있는 천호동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과거 1000호의 집이 있어 천호동이라 불렸고 서울로 진입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강남·송파·서초는 신시가지로 발전했고 강동은 그저 구시가지로 남게 된 것이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강동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있다. 구의 절반이 녹지이기 때문이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개발이 어려웠고 그로 인해 낙후되기도 했지만 이 녹지를 잘만 이용해 생태도시를 건설하는 데 배후로 만든다면 엄청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뚝섬에 서울숲 가족공원으로 만들었는데 지역 아파트값이 엄청나게 뛰었다. 이는 결국 삶의 질이 올라갔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강동구도 뚝섬 앞에 있는 아파트처럼 생태도시, 전원도시로 꾸민다면 삶의 질은 당연히 올라가고 강동구 발전 또한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강동구(고급 주거지와 업무단지 설립)와 근접해 있는 하남의 개발(수도권규제완화)이 임박해 있는데, 환경전문가로서 반대 입장은 아닌지.
“환경보전의 목적은 결국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서울시에서 공원녹지정책을 할 때도 환경을 보전하는 것, 무조건 개발을 못하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물론 과다개발도 안 되지만. 결국 ‘이용을 하기 위한 개발, 보전을 하기 위한 관리’가 양대 축인데, 이것을 어떻게 적절히 조화를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과다한 개발과 과다한 보전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하게 조율한다면 된다고 생각한다. 강동구 강일지구도 버려진 그린벨트가 아니다. 부분적으로 개발해 환경적으로 녹지와 어우러진 생태·전원도시로 거듭난다면 충분히 발전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그린벨트는 보전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필요한 것은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강동=생태도시’, 그럼 성공한 것이 아닌가.”

-서울시에서 여의도공원, 월드컵공원, 서울숲 등 공원녹지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는데, 강동구에선 어떠한 정책을 펼칠 생각인지.

“중복된 얘기지만, 생태·전원도시를 만들 생각이다. 공원과 울창한 나무 사이에 집들이 있는 것이 생태도시라 할 수 있다. 현재 그린웨이시스템(Green Way System)을 구상 중이다. 커다란 녹지(거점녹지)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킹(Green Networking)’을 만들 것이다. 강동구는 조건이 좋다. 강동구 주변에 위치한 올림픽공원, 성내유수지, 몽촌토성, 고덕산, 암사정수장, 암사역사생태공원, 암사선사주거지를 연결한다면 가능하다. 이는 결국 한강시민공원녹지축으로 연결돼 생태도시의 근간이 될 수 있다. 강동구 도심에 이 녹지축을 만든다면 첨단까지는 아니지만 강동구는 기존 시가지 중에서는 유일하게 녹지축을 가진 구가 가능할 것이다. 이는 곧 다가올 미래가 될 것이다.”

-환경전문가로서 평소 ‘환경’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환경·생태하면 사람들(직원들)은 굉장히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따져보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난지도 쓰레기 산은 예전에는 영지가 있고 난초가 피는 아름다운 산이었다. 그런데 서울시민이 쓰레기를 버리니까 쓰레기 산이 됐다. 그러나 그곳에 월드컵공원을 만들었더니 1년도 안 돼 고라니·족제비는 물론이고 멧돼지까지 돌아왔다. 생태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남산도 마찬가지였다.
환경과 생태는 인간이 과도한 간섭만 하지 않는다면 저절로 복원이 가능하다. 위대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는 한 걸음(Step by step)씩 거시안적으로 본다면 환경과 생태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본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물’이다. 삼풍백화점에서 젊은 남녀가 살아난 것도 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원·도시를 하려면 물을 이용한다면 된다. 환경과 생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속가능발전도 가능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환경정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중앙정부의 환경정책까지 평가할 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다. 그러나 만약 문제가 있다면 산·학·관과 환경단체가 머리를 맞대 노력해야 한다.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헤쳐나간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성과 진심으로 대하면 누구든지 동참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발전 가능한 개발과 보전이 될 것으로 본다.”

<이준기 기자·사진=이상무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