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질병관리본부 국감 때 이미 여러 사람들이 예상했던 대로 본지에서 단독 보도한 감염성폐기물 불법폐기와 관련해 감사가 이뤄졌다. 국감 이전부터 보건복지위 소속 여러 의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자료 요청과 더불어 사전 현장실사까지 나가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같이했다.
본지에서 질병관리본부 불법을 고발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나가고 그간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국내 최초, 그것도 단독으로 이번 문제를 보도한 언론의 입장에서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아쉬움’ 그 자체다.

이번 일을 잘 알고 있는 많은 정부 관계자, 언론사에서조차 이번 문제를 거의 외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런 상황(정부기관의 불법)을 이해하는 분위기였고 또 이해해달라는 분위기였다. 다른 언론사에도 질병관리본부와 폐기물의 연관성을 크게 두지 않았고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도 취재의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그 덕(?)에 질병관리본부는 큰 비난 없이 문제를 일사불란하게 개선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정부는 같은 정부기관이라는 이유, 그리고 환경부 산하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힘을 크게 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주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 와중에 질병관리본부를 이렇게 변화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굳이 따지고 본다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언론에서 떠들고 정부에서 호들갑 떨고 국민들에게까지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보다 깔끔하게 기관 차원에서 ‘개과천선(?)’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와 더불어 이번 국감과 관련해 한 가지 또 아쉬운 점은 바로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를 할 만한 전문성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실제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직접 ‘이 기관엔 어떤 문제가 있느냐’는 자문 아닌 자문을 구했을 정도다. 워낙 전문 연구기관이기에 모든 의원들이 기관에서의 전문적인 연구내용에 대해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질병관리본부가 외부와 많이 단절되고 은폐된 연구기관임을 방증하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국감 당시 한 의원은 ‘질병관리본부’라는 기관 이름에 걸맞지 않게 ‘관리’적인 면이 오히려 부재하다고 지적했으며 본지에서도 질병관리본부에서의 감염성폐기물 불법배출과 관련해 단순히 불법만을 꼬집지 않고 불법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분석하고 개선방향까지 가이드한 바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일련의 내용들이 이번 국감에서도 고스란히 지적됐다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기관특성상 고위험병원균을 다루면서도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이유 중 하나는 기관 차원에서 관련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본지에서도 지적했고 국감 당일 민주당 김효석 의원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기관 내 연구진의 거의 절반 이상을 비정규직이 차지하고 있는 데 따른 문제, 즉 교육만을 놓고 본다면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그들을 앉혀놓고 체계적인 교육을 시킬 리 만무하다. 이렇게 전문기관으로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데다 상대적으로 의사나 전문고시 출신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는 게 전문성을 약화시킴과 더불어 안전불감증까지 야기하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질병관리본부 차원에서도 인정한 만큼 앞으로 상당한 개선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기사가 사실로 인식되면서 국감에서도 문제가 지적됐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진짜?’ ‘설마’를 연발하고 있다. 그만큼 국가 전문기관이라는 데 신뢰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 상황에서 늦게나마 잘못된 부분이 시정된 만큼 앞으로도 최고의 국가 연구기관답게 행동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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