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이 연간 전력수요량의 100%를 그린전력, 즉 재생가능에너지로 사용하는 최초의 연방기관이 됐다고 발표했다.

EPA는 전국적으로 연간 3억 킬로와트시의 녹색전력을 구매해 사용하게 되는데 이 수치는 미국의 2만8000여 가정에 전기를 댈 수 있는 정도다. 이번 EPA의 발표는 환경정책을 수립하는 중앙부처가 먼저 에너지의 녹색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PA는 지난 35년간 미국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녹색전력이라는 대안을 사용해 미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녹색화하는 데 노력해 왔다.

녹색전력 구매 프로그램은 1999년 EPA 9지역(Region 9), 캘리포니아 리치먼드(Richmond)에서 총 연간전력소비량 중 일부를 녹색전력으로 바꾼 것이 시초다. 이후 프로그램은 차츰 더 발전돼 풍력·지열 및 바이오매스 등 소위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인증된 에너지원으로 기존의 전통적 전기소비 수요를 대체하게 됐다.

EPA는 그린전력 구매로 연간 6억 파운드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있으며 이는 약 5만4000대의 차량에서 배출되는 양과 맞먹는 수치다.

에너지 문제는 우리에게도 어제 오늘의 과제가 아니다. 기존에 사용해온 석유나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지속가능한 대체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에너지 부족과 오염물질 배출 문제를 동시에 잡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발휘한다.

조건은 다르지만 우리 정부도 사고의 전환을 통해 이런 식의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개별적 변화나 적용도 중요하지만 전체 틀을 세우기 위해 먼저, 환경경영시스템과 환경심사(Environmental Auditing) 개념을 적극 도입할 것을 권한다.

환경심사는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의 법적규제에 대한 자율적 대응을 촉구하면서 행정적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에서 처음 시행됐다. 이후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받아들여 지자체가 지역사회와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치단체의 업무에 환경을 우선 배려토록 유도하고 각종 시책의 추진과 지자체 운영에 따른 환경의 질을 모니터링 하며 환경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조직의 녹색화를 통해 정부는 에너지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의 녹색화를 실현할 수 있다. 정부의 환경정책 도입으로 인한 환경영향도 물론 포함돼야 하며 정책의 수립과 집행 이전에 바른 의미에서의 ‘사전(事前)’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

정부조직은 오랜 기간 정비되고 체계화 돼 왔다. 따라서 환경경영 시스템의 도입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가장 먼저 환경부부터 시작해야 한다. 과천 본청을 비롯해서 각 지방환경청, 산하기관으로 조직을 녹색화해가야 한다. 또한 청사의 유지·관리와 관련한 에너지 사용, 폐기물관리, 물, 소음·진동, 토양 등의 환경요소들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중앙의 변화는 지방정부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고 기업과 지역사회에도 녹색변화의 바람을 몰고 갈 것이다.

‘이것 하라 저것 말라’ 식의 지시형 행정보다는 솔선해 모범을 보이고 직접 경험한 노하우(know-how)를 전수해야 한다. 군림하는 행정은 그만 접고, 국민을 섬기는 행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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