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가 풍성해지면서 요즘 아이들의 몸매가 한마디로 장난이 아니다. 대중목욕탕에 가보면 분명 초등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아이인지 어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육 상태가 과다해졌다. 살은 피둥피둥해져 넉넉해 보이기는 하는데, 한 연구기관의 체력측정결과 발표에 의하면 체력은 저하됐다고 한다. 예전에 먹을 것 귀하던 시절에 비해 오히려 힘들이 없다니 참 아이러니컬한 현상이다.
아이들이 뛰놀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입시 위주의 교육체제에서 틈만 나면 학원으로 내몰리니 섭취하는 영양분을 소모하면서 몸을 단단하게 할 기회가 없는 탓이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마음의 여유가 줄어들고, 바쁜 일정에 자주 찾는 것이 패스트푸드다. 어디서든 쉽게 구입해 섭취할 수 있는 고칼로리의 다양한 먹을거리는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들어 비만으로 이끌었으며, 결과적으로 각종 문제를 불러왔다. 편하고 쉽게 음식을 취하고, 활동은 줄어들다 보니 어른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에게조차 각종 성인병이 발병하고 있다니 참으로 기막힌 노릇이다.
비만과 더불어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식사대접문화도 큰 문제다. 감당할 수 있는 음식량이 개개인에 따라 다른데도 불구하고 우리 감성은 그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먹여야 성에 찬다. 그래야만이 할 도리를 다한 것 같고, 상대방이 음식을 조금 먹으면 잘못 접대한 것처럼 뭔가 미진하고 개운치 않다. 대접받는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무리를 해서라도 먹어줘야 예의를 갖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 과도한 음식은 먹다먹다 남기게 되고, 한 해에 버리는 음식물쓰레기가 수조원에 달한다고 걱정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때 ‘좋은 식단’이라고 해서 먹을 만큼만 덜어 먹던 때가 있었지만,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이제는 기억조차 찾기 힘들다. 우리 정서에, 오랜 세월 동안 뿌리내린 문화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한술 더한다. 음식을 실컷 먹고도 상에 한가득 음식이 남아 있어야 제대로 손님 대접했다고 만족해하는 문화가 아직도 만연한다니 관습이란 참으로 무섭다.
환경보전의 궁극적 과제는 생활습관을 바꾸고 꾸준한 계도와 홍보 노력을 통해 결국 문화의 변화를 이뤄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비만으로 얻는 것은 각종 성인병과 체력저하뿐만 아니라 연료소비 증가와 이에 수반되는 오염물질 배출로까지 이어진다. 미국 한 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성인 남녀의 체중이 1960년에 비해 최소 11㎏씩 증가하면서 미국인들은 연간 약 10억 갤런(38억ℓ)의 연료를 더 소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28억 달러에 달한다. 평균 체중이 약 0.5㎏ 늘어날 때마다 약 3900만 갤런의 연료가 추가로 소비된다는 것이다.
과도한 음식소비와 낭비를 줄이고 비만에서 탈피하는 것은 건강한 국민과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연료 소비를 줄여 건강한 경제와 건강한 환경을 안겨준다. 생각을 바꾸고,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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