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대한 높아진 관심만큼이나 국립환경과학원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으로 명칭 변경과 함께 대기·수질·폐기물 등 매체별 연구 중심에서 매체 통합연구 조직으로 전환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환경과 국민환경보건을 위한 과학기관으로 거듭날 국립환경과학원. 그 안에서도 오염된 환경으로부터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는 환경보건안전부 정영희 부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사진1]"OECD 환경성과평가에서도 환경보건 부분에 대한 언급이 많았죠. 하지만 그 지표가 현 국내 상황의 전부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환경보건 정책이 상당히 올라갔지만 지표에서는 그러한 세세한 상황이 반영이 안 됐기 때문이죠. 즉 실제와 차이 나는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저희가 더 열심히 해 나가는 일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날이 환경보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국립환경과학원 정영희 부장도 덩달아 바빠졌다. 실질적으로 국내 환경보건업무를 전담하고 연구하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이 환경보건을 책임지는 환경부 소속기관으로서는 규모가 작은 게 사실이지만 점차 조직이 확대되고 있는데다 당장 내년부터 환경보건안전부가 환경건강연구부, 화학물질안전평가부로 나뉘면서 본격적으로 전문화된다.
하지만 이렇게 조직이 확대되는데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에 따른 연구인원이 부족하기 때문. 정 부장은 “이렇게 세부적으로 확대되면 더 많은 일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만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늘어나는 연구를 소화해내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아쉬움을 전한다.
실제 조직이 확대되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인원 충원 계획은 없는 만큼 현 상황에서는 기존 인원으로 독립된 조직까지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마음만 앞선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기관 차원에서도 신설된 부서의 정규조직화에 대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올 초 많은 관심을 모았던 환경보건센터 역시 신설만 됐지 정규 조직화되지 않은 탓에 아쉽게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도 지난해 환경보건과가 생긴 데다 올해 환경보건 원년으로 선포되는 등 최근에서야 환경보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예산도 늘고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늘어난 게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요구도 역시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죠.”
정 부장은 “결국엔 사람과 자연뿐이지 않겠느냐”며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장기 모니터링 통한 연구데이터 축적 시급

“국내 고유데이터가 축적돼야만 5년이나 10년이 지난 후 문제가 발생할 때 상관관계를 규명할 수 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만큼 장기 연구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국가연구기관은 물론 학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급작스럽게 환경보건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려다 보니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지만 그런 만큼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게 바로 데이터 축적이다. 언제까지 외국의 사례만을 모델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상의 문제, 국민들의 건강상태를 장기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화 하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일례로 한때 울산지역 주민들 대상으로 혈중 농도를 조사한 바 있지만 시작하자마자 혈중에서 중금속이 나왔다는 말이 먼저 알려지면서 더 이상의 사업 진행이 어려웠다고 전한다.
그 하나만을 위해 장기사업을 하는 게 아닌데 마치 중금속 검출 여부만이 전부인양 알려지는 건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원활히 수행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의 문제에 대한 관리도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산업단지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20년 장기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울산지역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왔으며 지난해부터는 시화반월공단 지역주민 1000여 명(1015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오염노출 수준을 조사하고 있다.
정 부장은 “내분비계 장애물질 사업도 벌써 7년째 모니터링하고 있다.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인한 당장의 피해증상이 나타난 예는 없지만 환경부를 포함 해양부·농림부 등 각 부처가 함께 연구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께 인체독성실험동이 완공되는 만큼 조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플라스틱=환경호르몬? … 과장·오해 말아야

신규 화학물질도 많이 들어오다 보니 이들 물질의 관리도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이들 물질이 각종 생활용품에 함유되면서 종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제품안전성평가과에서 생활용품의 안전성 평가를 조사하고 있으며 실내환경과에서는 새집증후군과 관련해서 건축자재, 벽지, 페인트 등으로부터 유발되는 물질을 실험 중에 있죠. 아직까지는 법적으로 제한하기보다 권고사항이 많지만 입주자들이나 건축업자들도 친환경으로 바꿔나가려고 하는 이러한 의식전환이 중요한 성과라고 볼 수 있겠죠.”
최근 또 다시 화두가 되고 있는 PVC 제품의 가소제로 쓰이는 프탈레이트 역시 그간 관찰물질이었지만 최근 유독물질로 지정되면서 사용에 제한이 된다. 제품에 따라서는 취급제한까지 검토될 수 있다.
정 부장은 “프탈레이트도 무조건 나쁘다고 인식되고 있으며 ‘플라스틱=내분비계 교란물질’이라는 인식도 지니고 있지만 이는 잘못 된 판단이다. 유독성분이 용출돼야만 유해한 것이지 그렇지 않은 건 해가 없다”고 강조한다.
다이옥신도 일반에 과장되게 알려진 부분도 없지 않다고 전한다.
소각장에서도 방제시설이 잘 돼 기준치가 초과되는 곳이 거의 없으며 공기 중 다이옥신 함량 역시 마찬가지라고 장담한다.
“환경호르몬이라든가 프탈레이트 가소제, 실내공기오염물질, 아토피, 발암물질 등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언론이나 방송에서 보도하는 만큼 극단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어요. 국민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로 심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물질이 건강상 연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하나만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영희 부장은 강조한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오염된 환경을 그 누구보다 가만히 놔둘 수 없다고 말이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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