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국립생물자원관이 새롭게 문을 연다. 말 그대로 국가의 생물자원을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함이다.
‘생물 테러’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을 만큼 생물자원을 둘러싼 각 국가 간의 경쟁도 치열해진 시점이라 어느 때보다 생물자원 관리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2002년부터 건립이 추진된 국립생물자원관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추진한 환경부를 보고 혹자는 ‘드디어 국학(國學)을 시작하는 구나’라는 말을 한다. 환경부가 드디어 국학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국학을 시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한숨’이 먼저 나오는 건 그만큼 앞으로 갈 길이 더 멀고도 험함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국립생물자원관. 말은 좋다. 그리고 취지도 좋다. 그리고 국가에 꼭 있어야 할 기관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국학을 환경부가 도맡아 추진할 역량이 되는지 의심스럽다.
이미 각 기관마다 각종 생물자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나름대로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생물자원관이 그들과 다른, 또는 그들을 아우를 만한 제 색깔을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국내 모든 생물자원을 관리하길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조각조각 나눠 관리됐던 생물자원DB를 국립생물자원관 차원에서 취합하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기관별 수집된 생물자원DB를 공유할 수 있도록 협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몇몇 기관의 DB가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말 그대로 몇몇 기관에 불과한 상황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학은 어느 한 기관이 추진해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립생물자원관 역시 환경부의 힘만으로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타 부처와 연계로 시작됐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일부에서는 왜 국립생물자원관을 환경부에서 만드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이제 몇 달 후면 완공되는 국립생물자원관이 생겨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환경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자연보호를 위해서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국가의 생물자원을 관리하는 국학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타 기관의 DB를 흡수하지는 않더라도 국립생물자원관이 그 중심에서 정보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우리나라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관임은 다시 강조하지 않겠다. 그 중요성을 부디 절실히 인식하고 다시는 얼마 안 되는 기증 동물마저 썩히는 일이 없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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