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용휘 박사는 첫눈에 종교인으로 알아볼 만큼 서글서글한 눈매에 빙그레 웃음이 나올 것 같은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기독교·증산교를 두루 거쳐 도인을 만나 수행을 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동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산 ‘종교경험자’였다. 그만큼 종교에 대한 조예가 깊은 그에게 종교에서 바라보는 환경에 대해 물어봤다. <편집자 주>

[#사진1]“모든 종교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의 체계이며, 참된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를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고통과 삶의 가장 절박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고 행복으로 이끄는 것이지요. 따라서 종교는 삶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고 항상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우리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종교와 환경과의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최근의 환경문제는 인간의 삶까지 위협하면서 전 인류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지요. 즉 환경문제를 비롯한 생태계의 위기가 앞으로 인류의 삶이 지속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우리 미리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삶의 근원적 기반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종교’가 ‘환경’문제에 관심 가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너무나 명쾌하게 종교와 환경의 관계를 언급한 그는 최근 종교계의 환경운동 확산은 불가피한 것이고 당연하다고 한다. 더 나아가 종교인들이 환경운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동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종교에서는 어떠한 환경운동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
김용휘 박사는 오늘날 종교가 가장 주목하고 앞장서야 할 분야가 바로 환경문제이며 나아가 생명가치를 확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물론 먼저 우리의 삶의 양식이 총체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문제는 단순히 환경현안에 대한 실천에 그쳐서는 안되며 우리의 삶의 양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데서 시작돼야 합니다. 삶의 가치를 물질적 풍요에 두는 한 환경실천은 한계가 있어요. 종교는 자본의 힘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을 생명과 사랑이 더 중시되는 사회로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때문에 종교의 환경운동은 삶의 가치관을 외형적 풍요에서 생명으로 전환하는 노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일반 환경운동과는 달리 종교 환경운동은 ‘삶의 양식의 전환’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환경 위기의 본질은 자본주의적 산업문명의 물신화와 지나친 소비풍조, 그리고 이 이면에는 도사리고 있는 근원적인 인간 욕망이라고 진단한다. 결국 욕망의 문제를 간과하고는 환경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우며, 나아가 환경문제는 문명적 패러다임의 전환과 무관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환은 단순한 인식의 변화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종교적 신앙과 수행을 통해 마음의 차원이 바뀌어야 하지요. 결국 청빈한 마음과 온화한 마음, 즉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영성적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환경보전에 종교인이 가장 앞장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앙과 수행을 통해 청빈한 마음과 온화한 마음을 회복하고 인간을 비롯한 뭇 생명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까지 갖는 것이 환경 실천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개인을 행복에 이르게 하는 길일뿐만 아니라 우리 삶을 자본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생명이 보다 중시되는 사회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청빈한 삶을 몸소 실천하는 그에게서 가식과 허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한주희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