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용수 재활용·취수원 변화… 기존 물체계 극복
상수도 상류지역 규제 완화… 상·하류 공생 가능


[#사진1]국회에서 2007년 새해를 맞아 처음으로 개최한 세미나의 주제는 ‘에코타운’이었다. 에코타운(Eco-Town)은 최근 박석순 교수가 팔당 수질 개선과 팔당호를 중심으로 상·하류가 공생할 수 있는 해법의 하나로 제시한 대안이다.

물순환 체계의 변환. 이로 인한 상류지역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상·하류의 공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에코타운의 핵심이다. 박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하수관거 정비, 비점오염원 대책 등으로 결코 수질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물순환 체계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은 에코타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상·하류간의 공생의 길을 위해서는 더욱 필요하다고 한다. 지난 4일 정진섭 의원이 주최한 에코타운 토론회에서 박 교수의 말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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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물은 현재 두 가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하나는 수돗물에서 나타나는 불신의 딜레마이고, 다른 하나는 상·하류 공생의 딜레마다. 수돗물의 경우 대부분의 소비자는 식수로 부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상수원을 중심으로 하류 주민들은 더러운 상수원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상류 주민들은 과도한 규제로 못살겠으니 최저 생존권이라도 달라고 아우성이다.”
박 석순 교수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물문제의 핵심은 수돗물 불신과 상·하류 공생의 딜레마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팔당호는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핵심지역이다.

팔당댐 하류는 심각한 부영양화와 강우 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녹조현상으로 인해 난분해성 유기물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팔당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하수관거 정비, 하수처리장 건설, 비점오염원 방지 대책 등을 추진하고 수변지구를 매입하는 등 수질관리 정책을 펴오고 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이러한 정부 정책은 단순히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기존의 물순환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순환의 대변화, 즉 에코타운이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존의 물순환은 강이나 호수에서 물을 취수해 정수 처리하고 그 물을 사용한 후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고 강으로 다시 내보내고, 이것을 하류에서 취수해 정수하고 재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에코타운은 이러한 기존 물순환 체계를 완전히 뒤엎는다. 에코타운에서는 사용한 물을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70%에 이르는 물을 현지에서 재활용한다. 나머지 하수 처리된 물은 산으로 보내고 하천이나 호수로부터 물을 직접 취수하던 것을 간접적으로 취수한다.

우선 잡용수의 재활용은 하수량을 줄이고 도로 세정수나 조경수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배출된 오수는 복잡한 처리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배출된 잡용수는 간단한 막 여과 공법만 거치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하수량을 반으로 줄이고 하수처리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하수 처리수의 이용방법이다. 기존에 하수 처리수는 하천이나 호수로 보내 다시 하류에서 수돗물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수질악화를 가속화하기 때문에 하수를 산림조경수로 사용하고 인공 함양기술을 이용해 지하로 침투시키는 등 상수원 지역에서 활용하면 상·하류간 반목도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취수원의 전환이다. 우리나라는 하천이나 호수의 물을 직접 취수하기 때문에 상류지역에 대해 과도한 개발규제를 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변여과수나 하상여과수와 같이 간접 취수토록 한다면 상·하류의 공생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다. 즉 하천 옆의 모래층이나 하상을 통과해 자연 여과된 물을 저장해 생활용수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취수를 한다면 상류지역에 대한 개발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만약 취수원을 전환한다면 굳이 상류지역의 개발을 규제하지 않아도 충분히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다만 에코타운 대안에도 문제는 있다. 잡용수 현장 처리, 하수처리수 재활용 및 토양침투 등으로 기존 타운에 비해 건설비용이 늘어나고 유지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다른 환경전문가들도 이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물론 건설비용은 더 들어갈지 몰라도 유지비용은 중수이용으로 줄어드는 수돗물 값과 하수처리 비용으로 충당하고 에너지 사용의 증가는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에코타운. 앞으로 팔당호의 수질문제와 상·하류간의 반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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