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가하는 법과 관련된 사항은 모름지기 간단하고 명료해야 한다. 추상적이고 갖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실질적인 규제를 담당하는 곳에서 혼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법들은 세부적인 사항까지 명확히 하기 위해 시행령과 시행규칙, 그리고 지침까지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을 모두 만족시키는 완벽한 법을 만들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법의 중요성을 볼 때 다른 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는 게 정답이라 본다. 다른 분야도 다 마찬가지라 생각하지만 특히 환경 쪽은 더욱 완벽함과 명확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왜냐면 환경법들은 개발로 인한 이익을 창출하는 부분보다는 규제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모호한 규정들이 존재할 경우 이를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해 관계자들에 따라서는 ‘어떻게 이용하면 최소한의 경비를 들이면서 이익을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법의 맹점을 짚고 들어가는 것이다. 모호한 규정을 이용해 불법이 아닌 탈법을 행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이러한 사례들은 지금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반드시 법은 명확함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모호한 표현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차리는 행태가 사라지길 기원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도단속을 담당하는 기관들 역시 본의 아니게 피해를 당할 수 있다. 만약 어떠한 사안이 발생해 규제를 해야 하나 관련 규정이 추상적이라 해석자에 따라 불법과 합법을 오갈 수 있는 경우가 발생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경우 불이익을 당하는 이해관계자들은 전후사정을 모두 따지기 이전에 가장 먼저 지도단속 기관의 탓으로 돌릴 것이다. 단속의 근거가 되는 규정이 모호함으로 인한 사안이라 아무리 설명한들 쉽게 수긍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이 혼동할 여지가 있는 부분은 반드시 개정 작업을 거쳐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현행 법 중에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을 찾으라면 먼저 폐기물관리법 상의 폐기물에 대한 정의를 들 수 있다. 건설폐기물들의 무분별한 농지매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지가 건설폐기물로 멍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가’하고 한탄을 해본 적도 적지 않다.

건설공사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들 중 폐토사에 해당하는 것들이 농지에 매립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물론 다른 폐기물들도 매립되고 있긴 하지만 단연 폐토사가 선두를 달린다고 보면 된다.

그 원인을 따지자면 폐기물관리법상 폐토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사인가 폐토사인가를 결정하는 부분이 애매하다. 폐토사로 결정하면 폐기물이 되기 때문에 폐기물처리방법에 따라 처리돼야 하며, 토사로 결정되면 폐기물처리방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현재 제삼자가 봐도 이물질이 포함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을 폐토사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조차도 현행 법상 명확한 해답을 내리기 힘들 것이다.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폐토사와 토사의 명확한 구분부터 먼저 내려야 함을 환경부가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혼돈과 악용의 소지가 있는 것들은 과감히 개정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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