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남동공단에 남동유수지가 있다. 이곳은 1988년에 설치돼 남동구·남구·연수구 등 3개구를 포함하고 있으며 유역 면적은 33㎢에 달한다. 승기천 유량의 해양 유입 이전 최종 저류지로서 연안 수질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곳이고, 악취·혐오 경관 등의 문제로 개선이 계속 요구되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로 이곳을 개선해 송도신도시 등 지역 발전에 부합하는 대표적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이 사업과 관련해 모 연구기관에서 수차례 발표한 연구가 남동유수지의 환경개선 사업을 편법적으로 진행할 여지를 다분히 남기고 있어 우려된다. 연구를 맡은 기관이 그동안 평가회나 공청회에서 여러 차례 제안됐던 유수지 저니토 문제에 대해 공신력 있는 분석기관에 의뢰한 결과 모두 법적기준 이하로 밝혀져 저니토를 준설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6개월 전까지 문제가 있어 손도 댈 수 없다던 오염토가 갑자기 지정폐기물에서 벗어나 일반폐기물로, 일반토사로 변모했다. 한술 더 떠서 이 정도로 문제가 없다면 수처리시설도 필요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유도해냈다.
지난해 3월 관련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작성됐고, 3개월이 지난 6월 전문가회의에서 남동유수지의 저니토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아무 처리 없이 6개월간 방치해 뒀는데 저절로 문제가 없는, 법적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수준으로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인지. 그리고는 이를 토론회 등에서 발표해 마치 아무 문제없고 시민들도 이를 수긍한다는 식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지 그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의문이 많지만 먼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시료의 채취방법을 들 수 있다. 연구기관은 모 건설사 등에 의뢰해 남동유수지 몇 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했다고 한다. 공신력 있는 분석기관에서 분석은 했지만, 실제 분석기관의 전문가가 현장에서 채취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시민공청회에서는 분명히 승기천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수지의 저니토를 예산이 많이 들더라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연구기관 측은 자체기준에 따라 세 차례 성분분석을 했고, 그 결과 문제가 없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료채취와 분석의 주체가 달라 그 결과의 공신력이 문제돼온 많은 사례들이 있다. 이번 남동공단 유수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분석을 제대로 하자면 큰 비용이 든다지만, 실제 준설이나 처리비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그렇다면 적당히 채취해서 문제가 없는 듯 포장하고 마치 지금까지의 우려가 기우였던 것으로 보이기 위한 절차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실시설계에서는 정책적 제안을 위한 여러 가지 경우를 예시할 수 있으며,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아 최종보고서에는 여러 처리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연구자의 답변도 한마디로 수준 이하다. 문제의 소지가 높은 것까지도 대안이라고 제시하고는 선택은 내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연구자가 과연 이런 중요한 과제를 맡을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비록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미래세대를 고려해서 좀 더 철저한 처리 및 관리방법을 고민하고 제안하는 것은 고사하고 어떻게 하든 법 테두리만 벗어나면 된다는 식의 발상과 제안은 학자나 공기업이 할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천광역시는 책임지고 남동공단 유수지를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개선하고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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