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정부가 전국적으로 재개발·재건축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순히 부동산의 한 이슈로만 접근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는 “재개발 말이지…”로 시작해서 결국엔 집값으로 마무리되는 대화가 종종 들리곤 한다. 하지만 환경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재개발이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번화 된 도시에서 어느 정도 지역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분명 재개발이 어느 정도 인정돼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재개발을 계획하고 현재 진행 중인 곳조차 ‘친환경’을 내세우며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삶, 숨 쉬는 자연 속 도시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시행 측 역시 환경을 전혀 외면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와 너무나 다르다.

초록빛 가득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 전혀 초록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날리는 비산먼지, 산더미같이 섞인 온갖 폐기물을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그리고 ‘저게 다 어디로 갈까. 그냥 혼합 처리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문제는 재개발지로 선정된 곳들의 기존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여건이 공사 중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오랜 터전을 ‘푼돈’받고 떠나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그들은 할 말이 많지만 정작 환경피해는 피해인지도 모른 채 쉬쉬하고 있다.
문제는 관리·감독자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 건물을 허물 때 적법한 석면해체를 요구하지만 실상 제대로 된 절차가 진행되기 쉬운 여건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시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차원에서 아쉬운 게 바로 재개발에 앞서 빚어질 문제들에 대해 환경단체는 물론 주민들이 보다 더 적극적인 대처를 해줬으면 하는 것. 여건이 안 된다고, 정부의 인프라가 안 됐다고 푸념할 때가 아니다. 자꾸 문제를 부르짖고 환경적 피해를 입지 않을 권리를 외쳐야 보다 선진화 된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조차 “석면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한다. 나름대로 ‘스탠바이’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실제 환경부 차원에서도 자발적(?)으로 교육부·건설부 등의 부처와 연합해 석면대책협의회를 구성한 만큼 뭔가를 하겠다는 의지는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리. 당장 노출됐다고 병이 나는 게 아닌 여느 발암물질보다 더 무서운 석면이야말로 무엇보다 노출되지 않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간 환경부에서 급성독성물질에 대한 관리에 주력해온 상황에서 만성독성물질로 볼 수 있는 석면을 유해물질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역시 환영할 만한 일로 볼 수 있다. 물론 앞서 강조했지만 관리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이행이 중요하지만 말이다.

은평뉴타운 재개발 현장의 경우 젊은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로 볼 수 있다. 현재 어린이들이 거주하고 있다면 그 많은 비산먼지에 어린이들이 고스란히 노출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곳곳에서 암암리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겠지만 말이다. 석면의 잠복기를 20~30년으로 본다면 그 어린이들이 자라 젊은 나이에 석면으로 인한 폐암에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조사 결과로만 본다면 현재 60세가 넘은 노령층은 석면에 노출돼도 사인(死因)이 석면 때문인지 확인할 길이 없기에 그나마 어린층보다는 위험성이 간과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명확한 건 석면이 ‘죽음의 섬유’로 밝혀진 이상 이젠 조속히 사라져야 한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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