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흔들어 깨워 도시에서 끌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지진이 나도 전염병이 돌아도 인간을 도시에서 떠나게 할 수는 없다. 문명화 된 인간들은 그저 무사하기를 기도나 하면서 침대 귀퉁이나 교회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환경운동가 존 뮤어는 직설했다. 이는 인간이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로 생긴 기형적인 현실을 빗대서 한 말이기도 하다.

이미 인간은 자연과 좌우 비대칭 된 불행의 시대를 재촉했다. 인간은 환경을 멸시하고 하찮게 방치했으며 자만과 탐욕에 빠져 있는 동안 재앙의 불씨들이 지구 곳곳에서 고름처럼 터지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현실을 입증해준 ‘다보스포럼’과 ‘세계사회포럼’이 우리에게 또 다른 시선을 집중하게 했다.

이번 다보스에 모인 이들이 기업 경영에 최대한 필요한 항목 중 ‘환경’을 끼워 넣었다. 환경파괴를 일삼던 그들이 이제는 규제를 방패막으로 삼아 다보스포럼을 하나의 세계 환경질서로 규정하려는 이기심을 보여줬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한편 케냐에서 연 안티 다보스 모임인 세계사회포럼의 환경 전문가들 메시지는 ‘환경난민’이 속출한 현실을 직시하라며 세계경제질서와 다국적 기업만 보호막이 될 수 있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환경보존과는 거리가 멀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무만 보고 숲을 파괴했고 돈만 보고 지구를 마구 파헤친 그들이 내놓은 질서가 이제와서 환경보존 운운하는 것 자체는 자본주의의 이중성을 다보스에서 여실히 내비쳤다.

지구 북반구에서는 지구온난화가 급속도록 번진 가운데 겨울이 여름으로 바뀌고 남반구 쪽은 더더욱 심해서 여름이 혹한의 겨울을 변질되는 최악의 지구 몸살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자연재앙의 경고를 일찍 대처하지 못한 결과물이라고 하지만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지구 종말 시계 분침을 자정 5분으로 앞당긴 과학자들의 메시지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다보스포럼의 정보를 요청한 신문사의 취재를 우리 정부는 아직도 장님 수준이었다는 사실 또한 놀라울 정도다.

다보스포럼 회원국과 반대편 세계사회포럼이 가지고 있는 주요 의제 중 하나인 지구환경의 규제와 대안, 회원국의 정책방향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귀를 기울이려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

환경이슈가 중요하게 언급된 양쪽 포럼이 유엔환경 협약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던 부시행정부조차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은 그 또한 환경규제 시스템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다보스에서 다국적 기업경영이 지구온난화를 막을 구심점 역할자로 나서겠다는 것은 환경보호 경영과 전혀 균형적이지 않다는 반대쪽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다보스에서 주창한 ‘뉴 에코 트렌트’는 전혀 설득력 없는 환경과 별개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이라는 세계사회포럼 측 주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다보스는 세계무역시장의 장벽을 깨는 데 환경을 거들먹거린다는 지금의 인식이 자본력으로 환경을 지배하려는 속뜻이 내포된 속셈이 담겨져 있다.

정부는 이번 포럼에서 들춘 환경의 항목에 소홀하게 준비해선 안 된다. 또 하나, 지구온난화 방지의 큰 틀을 세우는 데 정부의 노력은 아주 구체적이고 범국민적인 지침들을 세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환경정책을 기업과 협상식의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고 것을 다보스나 케냐에서 재앙의 위험성 대가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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