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계속 발병해 수많은 가금류들이 살 처분되고 먹을거리 패턴을 바꾸는 등 우리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국가적 문제로 조류독감이 있다. 최근에는 전북 모 지역에서 시작돼 그 피해가 확산되면서 상당 기간 동안 많은 관계자들을 애태우게 했고, 점·선·면 오염을 넘어 철새들을 통한 비행 오염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더더욱 우려되는 것은 조류독감으로 인한 피해는 감염된 닭이나 오리의 살 처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농가는 물론 사체를 파묻은 매몰장 역시 문제가 되는데도 지자체들은 별다른 대책이 없어 살 처분된 사체들을 일정 지역에 매립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현재까지 조류독감의 경우 공기 중에서 호흡기나 접촉에 의해 전염되기 때문에 사체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지 못하고 피해 농가에 직접 매몰하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인근 하천과 수계의 오염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도 고려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몇 해 전 충남의 한 오리농장에서 가금인플루엔자가 발생하자 반경 40㎞ 지역 내 6개 시·군에 가금류 이동을 전면 중단하고 발생 농가의 가금류 11만 마리를 매몰한 바 있다. 그런데 매몰 지역은 3년간 사용할 수 없는데도 초기 관리부터 허술해 문제가 됐다. 매몰 지역은 주변을 철조망으로 막고 입구와 그 주변에 경고판을 설치해야 하지만 관리 소홀로 인해 위험지역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힘들다. 또한 발생농장 및 살 처분 매몰지는 주 3회 이상 소독해야 하고 도내 사육농가는 주 1회 이상 소독해야 하나 정기적인 방역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매립지 선정에 있어서도 매몰에 급급한 나머지 옆에 하천이 흐르는데도 불구하고 매몰해 침출수에 의한 2차, 3차 오염의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닭·오리뿐만 아니라 감염돼 폐사한 돼지처럼 중대형 가축 역시 무분별한 매립으로 일괄 처리되고 있다. 전북·충청·경기 등 이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니고 어디에 얼마나 묻혔는지 파악조차 쉽지 않다.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데도 왜 정부나 지자체는 매립만 고수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 ‘소각장 설립’이나 ‘소각’을 말하면 ‘무식한 오염쟁이’로 매도되고 있다. 아무 대책도 없이 행정편의주의식, 주먹구구식으로 땅속에 묻어버리고 해결했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옳고, 근원적 대책으로 소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굴뚝으로 연기가 나오기 때문에 틀렸단 말인가.

해마다 발생하는 수많은 애완동물 사체처리 역시 별다르지 않다. 소각이 답인데도 소각장 건립은 지역주민들 눈치 보느라 강 건너 불 얘기고, 옳은 소리 외쳐도 모른 척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무행정은 공익을 위한 ‘책임감’이 우선돼야 한다. 물론 좋은 의도로 노력하다가도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애초에 책임을 면하겠다고 실현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모색하려는 시도 자체가 끊겨서는 안 된다.
정부는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가축의 살 처분과 보상 등과 같은 조치를 실행하는 것 외에도 조류독감 회복을 위한 조치가 오히려 또 다른 환경문제로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적이고 적극적인 조처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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