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자본주의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회 지탱의 큰 축. 인성 중심 사회에서 자본 중심 사회로 발 빠르게 전환되면서 돈의 위력은 날이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돈에 살고 돈에 죽는 사태까지 비일비재하게 나타날 지경이다. 어딜 가나 돈이 문제의 근원인 경우가 허다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환경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쉽게 생각하면 환경은 돈을 창출하지 않고 돈을 소비하게 하는 분야다. 개발에 딴죽을 건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가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일 것. 또 규제의 개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돈을 창출하는 개발의 반대 개념으로 보는 이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선입견들이 많이 해소됐다. 무조건 돈을 쓰게 만드는 게 환경이란 생각에서 반드시 필요한 돈이므로 이왕 쓸 바에야 알차게 쓰자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 이뿐 아니다. 환경을 매개로 돈이 되는 것들이 없나 하며 고민하는 사람들 또한 부쩍 늘어났다.

지금은 환경이 곧 돈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해도 이의를 다는 경우가 없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경을 이용해 돈을 벌어보자는 행태가 팽배하다. 사실 환경 분야는 돈이 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많은 업체들이 환경 분야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기 위해 유지비가 적게 드는 신기술 쪽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고, 이에 발맞춰 환경 신기술 개발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또한 최근 물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분야 관계자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그만큼 외국에서는 이미 ‘환경이 돈’이라는 개념이 정착돼 활발한 상업 활동을 펼치고 있고, 자국을 넘어 타국에 까지 진출하려는 이 시점에 국내의 영세한 물 관련 업체들을 육성하지 못하면 외국기업들에게 자국의 시장을 모두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미리 없애자는 것일 게다.

물론 환경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현상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혹시 환경 또한 돈의 노예로 전락해 선후가 바뀌는 건 아닐까?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목적에서 벗어나 돈을 벌기 위해 환경을 이용하자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닐까?

환경=돈. 이것이 마냥 좋다고 해야 하는 걸까. 물론 지난 날 개발에 역행하는 것이 환경이라는 오명을 받아왔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러한 시대적 조류가 마냥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요즘 들어 환경 보호를 위한 행위들이 돈을 위한 행위로 비쳐지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띄기에 걱정하는 것이다.

환경과 관련한 여러 사건들과 분쟁들의 이면을 잘 살펴보면 대부분 돈이 연계돼 있고, 환경관련 제보의 태반이 돈에서 파생된 이해관계의 결과물인 경우가 허다하다. 불법매립의 요인은 적은 돈을 가지고 폐기물을 처리코자 한 결과물이요, 오염물질의 무단배출 역시 마찬가지다. 이 외에도 실질적인 사례들을 나열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일례를 들면 최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원활함을 위해 정부에서 인가해준 (사)한국플라스틱순환자원협회(이하 플라스틱협회)에 일반회원으로 등록된 재활용업체들이 협회의 비회원인 유가공업체에서 발생한 용기들을 재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활용 거부운동과 제품 불매운동을 집단으로 행할 뜻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보면 ‘왜 환경이 돈에 움직이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유가공업체들은 의무적으로 재활용 비율을 채워야 하지만 플라스틱협회를 통할 경우 비용이 너무 과다함을 이유로 협회를 통하지 않고 일부 재활용업체에만 개별적으로 위탁한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협회 일반회원인 재활용업체들이 돈을 벌기 어려워져 투쟁위원회까지 구성해 협회를 통할 것을 유가공업체에 강요하고 있다.

여하튼 돈의 노예가 되면 피치 못할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항상 뒤따르는 게 작금의 현실임을 잊지 말자. 환경이 돈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영리를 추구하는 환경으로 달려가는 모든 이들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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