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원 전경.

▲시민단체에서는 환경과학원이 환경질병에 대한 피해사례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무마하고

 희석시키는데 앞장 서 왔다고 주장했다.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지난 2006년 환경운동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환경보건센터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윤승준) 내에 설치되는 것에 대해 전면 비판하며 범정부 차원의 환경보건문제 전담기관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가 우리나라 유일의 환경전문 국립연구기관에 환경관련 센터가 설치되는 것을 반대한 이유는 “지난 수십년 동안 단 한번도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경성 질환을 밝혀내거나 진단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환경보건문제에 관한 환경과학원은 시민들이 제기하거나 환경단체나 학계가 지적하는 건강피해사례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무마하고 희석시키는데 앞장서 왔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환경과학원 내에 환경보건센터를 개소했으나 이는 기존의 환경역학과를 간판만 바꿔 단 것에 불과했다. 현재 비정규직 9명으로 이뤄진 환경보건센터는 환경건강위해성연구부장이 센터장으로, 환경역학과장이 부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는 임시조직에 지나지 않는다.

 

환경보건 분야에 대한 역할론과 함께 과연 환경과학원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냐는 회의론이 함께 일고 있다. 국립기관인 환경과학원이 환경분야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환경정책을 수립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부의 단순 용역기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단순 용역기관에 불과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에 발맞춰 국립환경과학원은 연구조직을 대폭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1실4부15과5연구소1센터에서 1실은 폐지하고 1부를 신설해 5부15과5연구소2센터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개별 전문 연구조직을 전문 연구 총괄조직으로 개편하고 생태분야 연구업무를 조정하는 한편 생활환경 연구기능을 강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환경과학원의 조직개편을 바라보는 내·외부의 시각들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환경부 장·차관에 대한 교체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개편안이 마련되는 것에 대한 의아함과 함께 내부 구성원들조차 신뢰보다는 신임 원장의 통상적인 업무로 간주하고 있는 형편이다.

 

환경과학원 내부 직원들로서는 이전 조직개편에서 생활환경에 대한 연구를 담당했던 환경보건부 조직을 축소해 화학물질부와 통합해 환경건강위해성연구부라는 애매한 성격의 부서를 만들어놓고 다시금 생활환경 연구기능을 강화시키겠다고 나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과제수행 비율

 

명판.

▲환경부 과제 수행 내역을 보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환경과학원 노사발전협의회장인 박응로 연구원은 “조직 내부에서 전문성 강화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50명 정도가 필요한 연구에 20명밖에 없다면 과연 효율적인 연구가 가능하겠는가”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환경부 발주 과제에 대해 환경과학원이 지나치게 외부용역에 의존한 결과 ‘그 많은 석·박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가 의뢰한 과제를 내부 인원을 통해 직접 수행하는 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08년에 전체 연구사업 과제 270건 가운데 내부적으로 수행한 과제는120건으로 44.4%에 해당하며, 2009년에 299건 가운데 134건으로 44.8%에 머무르고 있다. 이로 인해 ‘환경과학원은 연구기관이 아니라 흥신소냐?’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아울러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인용색인) 눈문 현황에서도 국책연구기관 가운데 1위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529편(2008년), 2위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451편인 반면 환경과학원이 밝힌 2009년 논문은 42편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난 몇년 새 2배 이상 늘아난 수치이며, 참고로 농촌진흥청은 383편으로 5위에 올라 있다(교육과학기술부 2009년 자료).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KEI보다 못해

 

정부의 각종 개발에 대한 환경분야의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연구가 아닌 개발논리를 뒷받침 하기 위해 산하기관 전문가를 동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연구라는 특성상 객관적인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지만 과학원은 모니터링 작업에 그치고 정작 정책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만큼 지속적인 연구성과나 측정, 모니터링 등의 축적된 데이터는 많지만 이를 적극 활용해 정책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인원이나 예산에서 훨씬 규모가 작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이러한 역할을 더 잘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비근한 예로 2006년 환경부가 ‘환경보건정책 10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환경질병 분야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환경과학원 내부 연구인력 가운데 의사 출신은 단 한명도 없다. 아토피, 천식, 석면 등 환경질환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할 환경과학원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과학원이 밝힌 공해병은 전무(全無)한 수준’

 

최예용 연구위원.

▲시민환경연구소의 최예용 연구위원은 학원의

역할에 대해 회의감을 나타냈다

시민환경연구소의 최예용 연구위원은 “80년대부터 환경역학과를 통해 환경과 관련된 질병을 연구해왔지만 직접적인 조사를 수행하지 않았다. 연구과제를 대부분 외부에 용역의뢰 한 결과 환경역학과 스스로가 ‘공해병과 관련해 우리가 밝힌 것은 하나도 없다’라고 인정할 정도”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석면에 대해서도 환경과학원이 먼저 나서 피해현황과 대책을 내놓는 경우가 별로 없으며 조사를 해놓고도 덮어두는 경우마저 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 연구위원은 환경과학원이 환경과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연구에 대해서는 함구하다가 정작 언론이나 시민단체에 의해 문제가 커지면 ‘우리도 파악하고 있었다’라는 식의 면피용으로 활용하는 무책임성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순수하게 환경과학원의 역량만으로 30~40% 정도의 과제만 수행해도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과학원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과학원의 유승도 환경역학과장은 “예전에 그러한 비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발견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또한 시민단체 등에서 우려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의 환경은 그리 나쁘지 않으며 다만 도시가 문제가 됐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요즘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이 별로 없다”라고 말해 시민단체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4대강 살리기’ 대국민 설득은커녕 의구심만 키워

 

환경과학원은 4대강에 물환경 연구소를 관리하며, 전국 시·도에 보건환경연구원에 대한 지도 및 감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와 관련해 국민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김재윤 의원이 4대강 수질예측 모델 결과를 6개월 전부터 요구했지만 과학원은 사회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거부해 여야 가릴 것 없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국감장에서 윤승준 원장은 “자료를 악용할 소지가 있어 미리 제출하지 않았다”라는 답변을 내놔 4대강 사업과 관련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자신감을 상실한듯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아울러 연구 과정에 대해서도 객관성을 상실하고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9년 11월 감사원 조사 결과 시멘트 공장 지역의 오염도를 비교하기 위한 대조지역 선정에서 특정 오염원이 없는 지역이 아닌, 조사지역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에 폐광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폐광산 유무나 오염 여부 등을 조사하지 않은 체 대조지역으로 선정해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환경역학과 유승도 과장은 “조사지역이나 대조지역의 농도가 기준치 이하였기 때문에 현장의 판단으로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질병 대책 사실상 손 놓고 있어 

 

한편으로 과학원은 지난 2004년 환경부의 지시에 따라 새만금 환경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새만금 하구역 자연생태계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총리실에 보고됐으나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는 내용이 문제가 돼 개발부처와 환경부 사이의 대립으로 비칠 수 있다는 총리실의 지적에 따라 미공개로 처리됐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과학원 관계자는 “학자적 양심에서 작성한 보고서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그 보고서가 작성 후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권한 밖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원이 학자의 양심을 걸고 연구한 결과물에 대해 이를 지키는 가장 큰 책임은 결국 환경과학원 원장의 몫이다. 그러나 환경부 국장 출신 환경과학원 수장들은 이를 외면하고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원장은 자리 걸고라도 ‘직보’ 배짱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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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국정감사에서 윤승준 원장은 궁색한 변명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환경부보다 2년 앞서 국립환경연구소로 개설한 환경과학원은 지금까지 16명의 기관장 가운데 단 3명만이 내부 승진했을 뿐 대부분의 경우 환경부 승진에 밀린 퇴직 대상 국장 가운데 ‘낙하산’ 식으로 임명됐다. 환경과학원의 수장 자리가 국가환경정책과 연구에 중요한 역할임에도 퇴직 공무원의 수명 연장 용도로 변질 되다보니 의욕은커녕 임기 내 자리보존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환경연구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제 환경과학원은 국민의 환경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차원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환경부 뿐만 아니라 타 부처의 환경관련 정책의 근간이 되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외적인 환경정책 수립을 위한 명확한 자료를 제공해 녹색성장을 위한 환경연구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과학원 원장은 환경부라는 한정된 범위에서 벗어나 대통령에게 직보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안되면 자리를 걸고서라도 전달할 배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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