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프 WMO 위원장 “미세먼지 특성별 맞춤형 해결책 필요, 한국 충분한 인프라 갖춰”
2050년 인류 심각한 물 부족 상태···미세먼지 저감, 수자원 확보 등 다방면 활용 가능

2월25일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 저감대책, 우리나라 인공강우 기술 어디까지 왔는가?' 세미나에서 룰라프 브런치에스(Dr. Roelof Bruintjes) WMO 위원장과 데이빗 델렌(Dr. David Delene) 노스다코타 주립대학교 교수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최인영 기자>

[국회의원회관=환경일보] 최인영 기자 = 오늘날 전 인류가 직면한 2대 문제는 물 부족과 미세먼지다.

 

인류 생명과 직결된 수자원 확보와 쾌적한 생활과 연관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인공강우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인공강우는 자연에서 생긴 수적(Droplet)보다 큰 수적을 생성해 비가 오게 하는 방식으로 지난 1950년부터 미국 국가연구재단에서 연구를 시작해 강수량 개선 및 우박 억제 효과를 입증했다.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결과를 도출할 수는 없지만 지역별 미세먼지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간 연구를 지속하면 대기질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25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서해상 상공(지상 110km)에 기상청 기상항공기로 요오드화은(Agl) 연소탄 24발을 발포하는 실험을 한 바 있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를 겪는 지금 국내 인공강우 연구가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해 세계적 석학을 초대해 견해를 들었다.

 

국회 한반도 경제·문화포럼(공동대표 설훈, 우상호 의원)은 ‘미세먼지 저감대책, 우리나라 인공강우 기술 어디까지 왔는가?’를 주제로 2월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의 대기기후변화위원회 위원장이자 NSF 미국국립과학재단 산하 미국국립대기연구센터(NCAR) 수석연구원으로 총 45년 간 활동해 온 룰라프 브런치에스(Dr. Roelof Bruintjes) 박사가 참석해 ‘강우 증가와 수자원 확보 및 환경오염 경감 가능성 제고를 위한 기상조절 및 구름 씨 살포 기술’을 주제로 발제했다.

룰라프 브런치에스(Dr. Roelof Bruintjes) WMO 위원장 <사진=최인영 기자>

오늘 아침 출근길에 자가용을 이용했다면 이미 배기가스 배출 등을 통해 미세먼지 발생에 기여한 셈이라며 룰라프 위원장은 주의를 환기했다.

전세계 기상 변화 <자료제공=룰라프 브런치에스 WMO 위원장>

최근 10년 간 아시아권의 많은 대도시에서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정부 차원에서 나서고 있다.

 

중국, 태국 등을 비롯한 인도는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국가로 꼽혀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연구·투자에 많은 예산을 편성했다.

 

인도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 연간 1000만 달러를 투자해 국가열대기상연구소 주도 하에 강수패턴 및 미세먼지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구름씨 작용 원리 <자료제공=룰라프 브런치에스 WMO 위원장>

룰라프 위원장은 지난 30년 간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아이다호주를 중심으로 강우·강설량 증가를 위한 구름 씨 뿌리기 사업을 진행한 결과 강우·강설량 증대와 날씨 조절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인공강우 활용 방안에는 구름이 형성될 때 강우량을 증가시키거나 PM 2.5 미만 미세먼지 입자를 없애는 방법 등이 존재한다.

 

비가 내리면 공기가 정화되는 점에 착안해 구름 형성이 용이하도록 인공강우를 통해 구름 수적 크기를 증대시키는 방법 또한 현재 연구 중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구름 수적 크기에 대해 설명하는 룰라프 브런치에스(Dr. Roelof Bruintjes) WMO 위원장 <사진=최인영 기자>

인도네시아의 구름 수적 크기를 보여주는 화면을 제시한 룰라프 위원장은 붉은 곡선만이 자연에서 형성된 구름 수적이며, 나머지는 모두 바이오매스 등 인간의 행위로 인해 만들어진 구름 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구름 수적 크기 <자료제공=룰라프 브런치에스 WMO 위원장>

구름 씨를 뿌렸을 때의 실시간 수적 변화와 인공시뮬레이션을 넘어 자연 상태 실험을 통해 최적의 인공강우 기술을 설계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름 2.5㎛(마이크로그램) 이하 초미세먼지인 PM 2.5 크기 미세먼지 10㎎만 제거해도 해당 지역 공기 질은 상당량 개선된다는 게 룰라프 위원장의 주장이다.

 

흡습성 수적을 사용해 구름 씨 크기를 증대하는 방식 역시 이미 많은 국가에서 활용 중인 방법으로 남아프리카, 멕시코 등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자연 상태 강설량보다 약 2배 이상의 강설량을 확보함은 물론 빗물의 강도와 빈도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름물리 및 레이더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현황 <자료제공=룰라프 브런치에스 WMO 위원장>

미세먼지에서 칭하는 먼지는 본래 황산염 등 화학적 입자가 결합한 것으로 인공강우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더 높은 효과를 가져왔다.

 

청정한 날에는 구름이 자정능력을 발휘하는 반면 미세먼지가 심한 경우 미세먼지 자체가 구름 씨 뿌리기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룰라프 위원장은 지난 20~30년 동안 위성 및 항공 레이더 기술은 크게 향상했으며, 한국 역시 기상항공기를 통한 인공강우 실험을 할 만큼 충분한 인프라를 갖춘 국가라고 주장했다.

 

인공강우 실험을 모든 국가에 동일한 조건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지역별 미세먼지 특성을 파악해 최소 5년~10년에 이르는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를 지속한다면 맞춤형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저감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 수치화하는 정량화 작업을 통해 객관적 비용편익 분석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룰라프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 나사(NASA)와 협업해 필리핀 상공을 다니며, 필리핀 위성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 데이터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양질의 알고리즘을 도출할 계획이라 밝혔다.

 

오는 2050년 인류는 심각한 물 부족 상태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되는 현 시점에서 미국의 경우 연간 500만~1000만 달러 규모의 연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공강우는 미세먼지 저감은 물론 수자원 확보 등 다방면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로서 연구 설계 단계부터 장기적 안목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 과제다.

 

룰라프 위원장은 대기 상황과 구름의 모습은 항상 변하고 미세먼지 농도도 날마다 다르지만 오염 문제 해결에는 국경이 없다고 강조하며 국가 간 경계를 넘어 협력을 통해 오랜 기간 연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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