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전시

문선희 작가 ‘묻다’ 출간기념 사진전 <사진=이채빈 기자>

[갤러리나우=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지난 2011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 창궐했다. 정부는 예방이라는 명분으로 확진이나 의심 신고로 검사가 진행 중인 농장의 반경 3km 이내 모든 가축까지 살처분했다. 전국의 돼지·소·염소·사슴 430만 마리, 닭·오리 640만 마리가 속절없이 파묻혔다. 전국 4799곳에 매몰지가 조성됐다.

3년이 흘렀다. 동물의 존엄성 따윈 없었던 매몰지가 사용 가능한 땅이 됐다. 죄 없는 동물이 생매장되는 모습에 안타까워하고 분노했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정작 동물이 묻힌 땅에 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문선희 작가는 ‘과연 그 땅은 3년 만에 온전한 땅이 됐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2년 동안 전국 4799곳의 매몰지 중 100여 곳을 찾아다녔다.

문선희 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채빈 기자>

문선희 작가는 3월6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매몰지를 찾아다니며 기록한 사진수필집 ‘묻다’ 출간기념 사진전을 열었다. 동물권행동카라와 책공장더불어 출판사 주관으로 열린 개막 행사에는 전 법무부 장관인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소윤 참사랑동물복지농장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동물 전염병 살처분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2017년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당시 예방적 살처분을 거부한 후 행정소송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참사랑동물복지농장 사례가 소개됐다.

무차별 가축 살처분, 과연 옳은가
“작은 질문이 세상을 바꾼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오른쪽)

매년 구제역과 AI가 발생하고 있다. 살처분은 여전히 계속되고, 매립지도 늘어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너무나 모질고 잔혹한 방법(동물 살처분)에 무감각해지거나 아픈 이야기를 회피하고 있다. 반면 땅속 깊숙이 봉인됐던 동물의 목소리를 끌어올리고자 노력하는 사람도 있었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묻다’라는 제목에 대해 “알다시피 ‘묻다’는 ‘가축을 땅에 묻다’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이제 ‘묻다’라는 말이 우리를 강하게 추궁하는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며 “이번 전시가 동물 살처분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말했다.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소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능력을 잃어선 안 된다”며 “바람 한 줄기가 지구의 부품이 되듯 작은 질문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생명을 지키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살처분 거부한 농장 주인“신념 지켰으나 경영난”
융자금 못 갚아 사료비 지원 신청도 반려

유소윤 참사랑동물복지농장 대표 <사진=이채빈 기자>

정부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한 일로 지금껏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장도 있다. 지난 2017년 전북 익산시 망성면 농장에서 AI가 발생하자, 정부는 반경 3km 이내 농장에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참사랑동물복지농장은 이를 거부했다. 지자체와의 소송이 길어지면서 융자금을 못 갚아 사료비 지원 신청도 반려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익산시는 현재 재판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 농가라며 지원을 끊었다.

유소윤 참사랑동물복지농장 대표는 자신이 기르는 닭을 ‘우리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그는 동물복지를 중시하는 신념을 지키고자 닭 5000여 마리를 방사해 키웠다. 그에게 닭은 친환경 사료를 먹이며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이다. 유 대표는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보던 것처럼 병아리가 날개 짓 하려는 모습, 닭 볏이 올라오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며 동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출간기념 사진전은 오는 1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린다. 책값의 6%는 참사랑동물복지농장에 기부한다. 책 한권의 기부금액은 닭 한 마리의 15일치 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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