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네덜란드 대사관 주최, ‘한-네덜란드 화이트바이오산업 세미나’ 개최
지구온난화로 화석연료 기반 소재 한계··· “대체소재 개발 시급” 한목소리
정부 인센티브와 규제, 민간기업 투자 활성화와 소비자 홍보 3박자 중요

한-네덜란드의 화이트 바이오 산업 세미나 요이나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가운데)와 주요 참석자 /사진=김봉운 기자
한-네덜란드 화이트 바이오산업 세미나에 참석한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앞줄 왼쪽 세 번째)와 주요 참석자 /사진=김봉운 기자

[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 기반 소재는 인류의 삶 전반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완성된 제품의 편리함과 유연성은 산업의 큰 변화를 이끌었으며, 생활 속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은 지구온난화를 촉발시켜 기후위기를 불러왔고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켰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화석연료에 기반한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화이트 바이오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화이트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후발주자로 나섰다.

아울러 바이오 기반의 순환경제를 육성 중인 네덜란드와 정책, R&D 사업 협력 등을 논의하기 위한 ‘한-네덜란드의 화이트 바이오산업 세미나’가 주한네덜란드 대사관 주최로 열렸다.

화이트 바이오란?

화이트 바이오는 바이오에너지와 석유기반 화학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바이오 기술 소재를 뜻한다. 즉, 기존 화학산업 소재 대신 식물이나 미생물·효소 등을 활용해 제품이나 연료 등을 생산하는 기술로 바이오 플라스틱·에탄올 등이 여기 속한다.

화이트바이오 제품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비교적 적고, 원료인 식물 등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오에탄올은 식물에서 추출한 전분을 발효시켜 만든 에탄올이다. 기존 화석연료와 달리 연소 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다.

또 바이오 플라스틱은 폐기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이 배출하는 분해요소에 의해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화이트 바이오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시대에 주목받으면서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과 탄소 저감을 위해 화이트 바이오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화이트 바이오 탈플라스틱 정책 핵심은 ‘수요 관리와 재활용’

이처럼 화이트 바이오가 주목받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세계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정부 차원에서 수요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 바이오 플라스틱의 비중을 제품별로 모두 규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라 호셀링크 네덜란드의 인프라-물관리부 정책관 /사진=김봉운 기자
이라 호셀링크 네덜란드 인프라-물관리부 정책관 /사진=김봉운 기자

이라 호셀링크 네덜란드 인프라-물관리부 정책관은 “앞으로 조건과 수요를 계산한 바이오플라스틱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유럽연합은 에너지 지침을 통해 모든 국가가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초기 단계기 때문에 네덜란드는 수요관리 시스템을 통해 재활용과 재사용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며 “화석연료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탈플라스틱 정책의 일환으로 석유계 플라스틱을 바이오 기반으로 100% 대체하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전주기 R&D 계획을 산업부 등과 함께 수립하고 재활용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 사용 지원 로드맵을 마련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홍성철 환경부 자원순환과 사무관 /사진=김봉운 기자
홍성철 환경부 자원순환과 사무관 /사진=김봉운 기자

홍성철 환경부 자원순환과 사무관은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사회‧경제 모든 측면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 플라스틱도 마찬가지다. 2026년부터 수도권의 가연성 폐기물에 대한 직매립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많은 종류의 폐기물에 대한 규제를 신설하면서 매립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홍 사무관은 “재활용이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사용을 촉진하고 석유계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반대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소비자 인식 제고 필요

정부는 화이트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규 수요 창출, 규제 개선, 기반 구축 등을 통해 민간 투자를 끌어낸다는 계획으로 기존 플라스틱 대체소재의 제품화와 신규 소재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

또 정부 인증 평가 방법을 다양화하고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에 특화된 시험평가기관을 구축하는 등 기반 마련에도 나설 계획이다.

진인주 한국바이오플라스틱협회 회장 /사진=김봉운 기자
진인주 한국바이오플라스틱협회 회장 /사진=김봉운 기자

화이트 바이오산업의 가장 큰 장애물은 규제가 아닌 소비자의 인식 부족이다. 진인주 한국바이오플라스틱협회 회장은 “바이오 플라스틱은 큰 틀에서 2가지로 나뉜다. 생산 과정에서 바이오매스로 만든 제품과 생분해성을 가진 플라스틱 2개이다. 기존 플라스틱과 생산과 배출에서 차이가 있지만 아직 소비자의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제품의 재활용‧재사용 측면에서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배출된다면 손실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석유계 기반의 기존 플라스틱과 바이오 플라스틱은 재활용 과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따로 배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플라스틱 산업은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등 다양한 장점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아울러 친환경 플라스틱 ‘PLA(Poly Lactic Acid, 옥수수 전분 추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 재사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여러 기술적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찾는 곳이 적다는 것이다. 정부가 석유계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별개로 민간 수요가 창출돼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 인식 제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한 만큼 기존 석유화학업체들의 투자도 필요하다. 당장은 석유계 플라스틱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겠지만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연료 전환뿐만 아니라 석유계 소재 역시 바꿔 나가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인센티브와 규제라는 두 개의 틀을 조화롭게 운영해야 하고, 민간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소비자에 대한 홍보,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화이트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탈 화석연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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