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공동 목표 ‘2050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달성
네덜란드 화이트 바이오산업, 한국과의 협력 기대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 /사진=김봉운 기자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 /사진=김봉운 기자

[환경일보] “한국은 지난 70년간 눈부신 경제발전의 성과를 낸 만큼 탈탄소 경제체계로의 전환 역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는 최근 ‘화이트 바이오산업 세미나’ 개최를 맞아 환경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네덜란드와 한국의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2019년 11월 한국에 부임했다. 

그는 “네덜란드도 탄소 중립을 위한 산업기술들을 많이 갖고 있지만, 한국의 앞선 제조기술과 스케일업(고성능 장비 도입) 능력과 협업을 통해 더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번 화이트 바이오산업 세미나의 주제가 좋은 예다. 행사장에 나온 생수병은 네덜란드의 PLA(Poly Lactic Acid, 옥수수 전분 추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 바이오 플라스틱이 한국의 기술을 통해 물병으로 제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와 한국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네덜란드는 유라시아 대륙의 양쪽 끝에 있지만, 무역과 기술에 국가의 경제가 달려 있기에 강국들의 논리가 아니라 공정한 국제사회 규범과 법칙을 통해 다자주의적 질서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함께 이렇게 국제적 공조를 함께할 수 있는 국가”라며 “올해 외교 관계 수립 60주년을 맞는 만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는 지속해서 기후변화에 대응해 왔다. 강·운하·바다 침수를 막기 위해 둑을 점점 높여 오고, 유속을 빠르게 하기 위한 수로를 만들었다. 하지만 심한 폭우와 알프스에서 녹는 만년설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점차 늘고 있다.

따라서 강 주변의 목초지를 베어버리는 것까지 고려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복원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특히 밀물(만조) 때에는 앞뒤로 물을 비껴갈 방법이 없다 보니, 이러한 방법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기후변화는 네덜란드라는 국가의 존재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은 한 국가만의 일이 아니므로,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 한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가

기업은 이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에 맞는 제품이 아니면 시장에서 외면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세계시장을 노리는 한국 기업 역시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관련 투자를 하고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모든 기업이 이러한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0% 바이오 플라스틱을 2050년까지 쓰는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투명하게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기업과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타격을 받는 기존 산업 종사자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그린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민간·공공 활동에 앞서 국민 인식 전환은 필수적이다.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과 청년들은 기후정책에 관심이 많다. 이들의 적극성은 결국 모든 것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Q.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화이트 바이오산업 행사를 주관한 건 다소 의외인데, 어떤 목적으로 이러한 행사를 계획했나

한국에 부임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꼽으라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일이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해수면 아래에 있기에 기후변화 적응은 네덜란드에 당면한 가장 중요한 위협이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국가 전략의 최우선 순위다.

탄소 발생을 줄이면서 경제를 유지하려면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기후변화는 몇몇 나라만의 대응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한국 같은 지역 내 발전된 경제력과 영향력을 가진 국가의 탄소중립 선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네덜란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업 체계 변화와 관련 기술개발에 관심이 많다. 대사관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산업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화이트 바이오는 사실 네덜란드 기업이 한국과의 협력에 기대하고, 오랫동안 힘을 합해 온 분야다. 대사관에서는 올해가 양국 외교 관계수립 60주년인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면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았고, 화이트 바이오산업 행사를 진행해 보자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행사에 100여명의 한국 기업인들이 참여했다. 이들도 이런 행사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다.

Q. 한국기업과는 어떻게 연결됐나

몇몇 네덜란드 기업은 이미 한국에서 사업협력 중이다. 이들의 한국 사업 파트너들을 초청해 왔고, 대사관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 유수 기업과 단체들을 통해 함께 협력 기회를 찾자고 제안했다. 한국의 화학산업도 석유 기반이 아닌 바이오매스 기반의 사업 육성에 필요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어, 흔쾌히 네덜란드와의 교류에 참여하기를 원했다.

Q. 네덜란드 정부는 화이트 바이오산업을 어떻게 육성하고 있나

이번 세미나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도 참여했다. 양국의 순환경제를 담당하는 환경부와 인프라부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에 관한 정책적 발표를 통해 공통점이나 차이점도 들어볼 수 있었다. 양국 모두 2050 탄소중립과 더불어 순환경제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존 석유 기반 화학산업을 대체하기 위해 네덜란드는 2016년 '네덜란드 순환경제 2050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바이오 기반 경제 정부 비전'을 내걸었다. 네덜란드는 세계 5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이고 유럽 최대 석유화학 허브도 있어, 이런 전환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뛰어난 농업기술(네덜란드는 미국 다음으로 농업과 식품 수출 규모가 큰 나라)과 정부 인센티브로, 바이오 기반 화학산업을 구축해 왔다. 다행히 많은 네덜란드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기반 화학산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네덜란드는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바이오 플라스틱 종류인 ‘PLA’의 재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생분해 기능에 주목했다. 분리가 어려운 티백이나 과일 껍질에 붙는 스티커 등 혼합해서 버려질 수밖에 없는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Q. 한국의 관련 산업과 어떤 협업 기회가 있다고 보는가

한국은 앞선 발효 기술과 화학산업에서의 스케일업, 운영 기술을 갖고 있다. 양국의 역량은 상호보완적이므로 원활히 협력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같은 목표를 위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를 알 기회를 얻고, 도전을 기회로 바꾸길 바란다. 탄소중립을 향한 양국의 노력을 합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올해는 대한민국과 네덜란드의 수교 60주년인 해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그간 여러 가지 훌륭한 동반관계를 만들어냈다. 이미 스포츠에서 함께 이룩한 성과와 박연, 하멜 같은 인물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경제적으로도 네덜란드 기업은 한국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세계 1위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협력한 것은 물론, 건축·물류·에너지·환경 등 다양한 협업을 이뤄냈다. 앞으로도 성공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동반관계를 기대한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 정리= 김봉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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