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책전략 컨설팅그룹 GR코리아 셀레나 팔코네 컨설턴트

환경일보와 글로벌 정책전략컨설팅그룹 GR코리아는 다양한 정책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과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정책환경을 모색해 보는 ‘글로벌 정책산책’ 연재를 시작합니다. 국회,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입안과 집행과정도 함께 고찰해 봄으로써 각종 정책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셀레나 팔코네 컨설턴트 selena.falcone@gr-group.com
셀레나 팔코네 컨설턴트 selena.falcone@gr-group.com

[환경일보] 재활용은 쓰레기 감축 정책의 핵심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재활용만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현재의 재활용 시스템은 인프라 부족, 시기별 지역별로 서로 다른 정책의 혼선, 그리고 막연히 재활용을 기대하며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를 재활용품 수거함에 넣는 행위를 일컫는 ‘위시사이클링(wish-cycling)’의 빈발 등으로 인해 여전히 비효율의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단순 재활용 정책을 넘어선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 업계 환경,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 등 세 가지 측면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특히 쓰레기 생산자인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 기업의 책임 있는 의식 변화가 수반돼야만 정책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의 해외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환경친화적인 소비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실질적인 정책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스웨덴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스웨덴 정부는 2017년 세제 시스템을 개편해 국민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물건들의 수리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미국이나 영국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의복류 가격이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인식이 낮은 한국에서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담론은 관련 폐기물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옷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미세 플라스틱과 물의 양을 줄이는 것으로 전개되고 있는 만큼 해외 선진국의 이러한 접근법은 더욱 경청할 만하다.

둘째, 기업을 직접적으로 타깃팅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전체 폐기물 발생량 중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보다 나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중 및 삼중 포장 등의 과대포장을 없애고 환경친화적인 포장재를 제조하는 데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 등을 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인식 제고 또한 필수적이다.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개념을 바탕으로 국민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환경친화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면밀한 연구와 캠페인, 전 부처를 관통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 가지 유념할 점은 환경친화적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책과 기업의 지원 또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의류, 가구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고품질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상용화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쓰레기 문제를 지속가능성 분야를 선도하는 기회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특히 물건을 쉽게 공유하고 수리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공유경제는 경제적 가치가 적지 않다고 평가받고 있다. 기업의 움직임을 촉진하기 위해 덴마크 정부가 주도하는 순환 경제 정책(Danish Strategy for Circular Economy)처럼 비지니스 모델을 장려하는 정책 또한 필요하다.

순환경제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골목상권과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해 포장재 등 쓰레기를 많이 양산해 내는 온라인 쇼핑을 자제하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기 때문이다. 환경을 보호하면서 지역경제까지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제는 단순한 재활용 정책을 넘어서 정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단순히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넘어서, 기업들의 그린워싱(greenwashing) 여부를 면밀히 추적, 검토하고 기업들이 재활용 관련 비즈니스를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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