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사이트·보도자료 통계엔 2020년 폐기물 감축 ‘7.7배’, ‘5577톤’ 홍보
실제 온실가스 배출 감소는 전년 대비 ‘2%’, 폐기물 감축도 ‘6%’뿐?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친환경 석탄’, ‘무공해 농약’, ‘하이브리드 차’라는 광고의 상품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대다수 일반 국민이라면 친환경 제품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앞선 제품들은 모두 친환경이 아니다.

이렇게 친환경인 척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를 '그린워싱'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실제 기업의 전체적인 활동이 환경을 악화시키거나, 친환경과 별다른 관련이 없음에도, 극히 부분적인 친환경 혹은 적은 친환경 실적을 부풀려 브랜드·제품 광고 등을 하는 경우다.

탄소중립 시대에 다가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친환경 위장인 그린워싱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 다가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친환경 위장인 그린워싱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친환경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을 표방한 ‘그린워싱’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많은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현재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 흐름, 해외 투자자 등의 압박에 급급해 근본적인 변화 없이 광고 등으로 친환경 이미지 구축만 우선하고 있다”며 “국내 그린워싱은 예전부터 만연해 왔었지만 아직 이에 대한 외부 감시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기에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워싱’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반도체·석유화학 분야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환경일보는 국내 식품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집중 취재를 진행하면서 ‘그린워싱’ 의혹 현황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중 한 곳은 바로 국내 식품업계 ‘매출 1위’인 CJ 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2019년부터 새해·추석 선물세트 등 친환경 포장재 사용과 그린 바이오 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적극적인 그린 마케팅을 벌이며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또 작년엔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를 돌파했으며, 식품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6.7% 증가한 9조5662억원을 달성해 매출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2019년 친환경을 내세우며 마케팅을 한 ‘추석 선물세트’ 중 일부. CJ제일제당은 해당 제품을 홍보하며 친환경 포장재 사용과 함께 플라스틱 49톤을 감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위 제품은 플라스틱 캡이 사용된 플라스틱 감축과는 상관없는 상품이다. /사진출처=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2019년 친환경을 내세우며 마케팅을 한 ‘추석 선물세트’ 중 일부. CJ제일제당은 해당 제품을 홍보하며 친환경 포장재 사용과 함께 플라스틱 49톤을 감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위 제품은 플라스틱 캡이 사용된 플라스틱 감축과는 상관없는 상품이다. /사진출처=CJ제일제당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에도 대대적으로 발맞춰 가는 것처럼 보인다.

본지가 CJ 제일제당의 관계자에게 직접 건네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순환자원 인증 등을 통해 ▷2020년에 전년 대비 7.7배 개선된 5577톤의 폐기물 감축 ▷재활용 소재 활용, 경량화 등 패키징 기술 개발을 통해 1527톤의 탄소배출량 감축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 /사진출처=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도 동일한 내용이 있으며, ‘Nature to Nature’라는 문구를 사용해 ‘친환경 기업’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국내 식품기업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환경정보시스템 공개 데이터 기준)하는 기업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두 번째로 높은 롯데칠성음료(주)보다 무려 36.7%나 높은 수치며 ▷에너지 사용량 ▷용수 사용량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폐기물 발생량 ▷수질오염물질 배출량 등이 전체 식품 기업 중 최상위권으로 모든 부분에서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로 봤을 때, CJ제일제당이 자사의 환경오염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함은 분명하다.

식품업 주요 업계의 2020년도 환경정보 /그래프=김인성 기자
식품업 주요 업계의 2020년도 환경정보 /그래프=김인성 기자

그렇다면 CJ제일제당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0년 친환경 실적처럼 실제 해당 기업의 환경오염 개선은 많이 됐을까.

실제 환경정보시스템상 2019년도와 2020년도 환경정보 통계상 큰 변화는 없었으며, 되레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2019년, 2020년도 환경정보 실적 비교 /그래프=김인성 기자
CJ제일제당의 2019년, 2020년도 환경정보 실적 비교 /그래프=김인성 기자

탄소중립 시대의 화두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2%’ 감소에 불과했으며, 용수 사용량은 ‘0.09%’, 에너지 사용량은 ‘5%’, 폐기물 발생량은 ‘6%’ 감소하는 등 수질오염 물질 배출량을 제외한 항목들은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9%’ 증가했다. 

이를 미뤄봤을 때 CJ제일제당이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것만큼 탄소중립 및 친환경에 대한 개선이 충분히 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CJ제일제당은 이러한 그린워싱 의혹에 대해 “2019년 대비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율 2%와 폐기물 발생 감소량 6% 등과 같은 절대적인 수치 비교가 아닌 매출 1억원을 기준으로 수치 비교를 해야 한다”며 “자사 매출은 2019년 22조3525억원, 2020년 24조2457억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선물세트 마케팅 논란에 대해서는 “2019년 선물세트의 경우 모든 상품에 플라스틱 캡을 제거한 것이 아닌 120g 제품을 제외한 추석 선물세트에만 캡을 없앴다. 올해 추석부터는 스팸 선물세트 전체에 노캡 제품이 담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1억원 매출 기준(원단위) CJ제일제당의 업종평균 비교 환경정보 /자료제공=CJ제일제당
1억원 매출 기준(원단위) CJ제일제당의 업종평균 비교 환경정보 /자료제공=CJ제일제당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환경 관련 기준을 원단위로 하자는 건 이미 2000년대부터 써오던 방식이다. 그 기준으로 오염물질 배출량을 따지는 건 기업들이 대부분 자신에게 유리한 수치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원단위는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만 올라가도 기업의 저탄소 노력 없이 오염물질 배출량이 저절로 줄어들 수 있다. 파리협정 때부터 원단위의 허점이 드러나 전 세계적으로도 총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총량 기준 업종평균 환경정보 비교 자료. 한눈에 보기에도 모든 부문에서 CJ제일제당의 환경오염 발생이 업종 평균치보다 상당히 높다. /자료출처=환경정보공개시스템
총량 기준 업종평균 환경정보 비교 자료. 한눈에 보기에도 모든 부문에서 CJ제일제당의 환경오염 발생이 업종 평균치보다 상당히 높다. /자료출처=환경정보공개시스템

또 제조 과정에서 다량의 오염물질 배출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마케팅, 홍보 등을 통해 매출이 올라가는 경우 원단위 기준상 해당 기업의 배출량이 실제보다 적게 보이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과 비교되는 친환경 식품업체가 있다면 글로벌 식품 기업 순위 1위(매출 기준)인 네슬레가 있다.

네슬레는 모든 식품기업 ESG 경영의 롤모델로 꼽힌다. 선도적인 체계와 시스템을 통해 2010년 대비 2020년 온실가스 배출 37% 감축 용수 사용량은 32% 감축 ▷추적가능한 원자재의 비율 또한 2020년에 84%까지 끌어올렸다.

이와 더불어 2020년에도 다양한 오염배출을 감축했지만 2025년까지 포장의 100%를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해, 2050년까지 전체 운영에서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화를 달성하겠다고 일찍이 선포한 바 있다.

“환경정보공개 대상 기업 확대하고 시기 앞당겨야”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대기업들의 ‘그린워싱’에 대한 적절한 기준과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시민·투자자·협력사 등의 감시를 위해 정보의 불투명과 비대칭을 해소해야 기업의 그린워싱, 블루워싱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 교수는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규제가 기업의 입장에서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존속의 문제가 달린 중소기업이 아닌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특히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구축해 시민들의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ESG 경영 등에 대한 성공적인 성과를 위해서 환경, 사회, 거버넌스 등의 데이터를 정부가 주도해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보 공개를 할 수 있도록 시기 및 실적을 고려한 인센티브 등의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환경정보 공개가 불투명하고 늦어질수록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자신에게 해가 되는 환경오염 배출 상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환경정보 공개가 불투명하고 늦어질수록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자신에게 해가 되는 환경오염 배출 상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모두가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환경정보에 대한 법령의 공개 범위와 시기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환경정보 공개제도 운영규정 제3조(환경정보의 등록 및 공개 절차)를 보면 환경정보공개 대상 기업은 전년도 말 기준으로 작성해 매년 ‘6월30일’까지 환경정보검증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보가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날짜는 그보다 반년이 지난 ‘12월31일’이다.

즉, 일반 시민·투자자·협력사 등이 기업의 2020년도 환경정보를 알려면 2021년 말에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소비자들은 적절한 정보를 얻지 못해 1년 동안 그대로 ‘그린워싱’의 굴레에 빠지고 만다.

좀 더 빠른 환경정보 확보를 위해 소비자들이 직접 기업에 환경정보를 요청하는 것은 가능할까.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 관계자는 “개인이 기업에 환경정보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해당 사항에 대한 공개여부는 재량”이라고 답했다.

이에 본지도 CJ제일제당에 2021년 환경정보를 요구한 바 있지만 해당 관계자는 “아직 관련 통계 자료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외에도 환경부는 올해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환경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시기적으로 너무 늦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무국장은 “국내의 경우 2022년부터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상장사가 환경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돼 있지만, 2030년에야 전 상장사로 의무 공개 범위가 확대된다”며 “해외 사례들만 봐도 2030년은 너무 늦다. 우리도 비재무적지표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서둘러 마련해 2025년까지 공개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린워싱’의 최대 피해는 결국 ‘기업’ 자신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혹은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기업들이 ‘그린워싱’을 지속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장기적인 생존을 놓치는 꼴”이라고 지적했으며, 정대성 연세대 교수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그린워싱으로 인해 ‘ESG’라는 용어가 ‘MSG’처럼 폐기되는 용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MSG도 처음에는 사람들의 환영을 받다가 한순간에 버림받는 신세가 됐다. 이처럼 기업들이 단순히 이익을 위해 재생종이 이용 하나로 친환경을 부각하는 등 계속해서 ‘그린워싱’을 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점점 친환경과 ESG에 대해 오히려 그린워싱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짓된 친환경 가면 때문에 추후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에 대한 경쟁력 하락은 물론, 이로 인해 앞으로 올 기후위기 시대 대응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사무국장은 “그린워싱 같은 사례는 자신의 집에 불이 나고 있는데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 못해 소방차에 쉬엄쉬엄 불을 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최초’, ‘유일’, ‘최고’ 등 비교 대상이 명확치 못한 모호한 표현과 과대 광고를 통한 그린워싱 경영 전략은 추후 기업과 산업 자체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CJ제일제당뿐만 아니라 다수의 식품업 기업들이 그린워싱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속적인 취재와 보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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